[PD저널=김자영 KBS PD] “형, 빵이랑 우유는 더 비싸잖아”라고 툭 내던지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말을, 10년 전 여름 어느 지역 아동센터에서 들었다. 그때 나는, 센터의 아동들에게 과일을 챙겨 먹이자는 캠페인 방송을 위해 답사 중이었다. 급식이 나오지 않는 아침은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은 대개 부모나 보호자들이 부재한 식탁에서 홀로 끼니를 챙기고 있었다. 그중 식빵 한두 쪽과 우유 한 잔으로 때운다는 열두 살의 대답에 열 살이 이어간 대꾸였다. 그 아이의 아침은 맨밥에 김치, 혹은 가끔 라면이었다. 밥에 김치
[PD저널=박재철 CBS PD] 누군가의 말이 합당하고 상식적인 경우, 흔히 “일리가 있네”라고 표현한다. 이치에 닿으니 상대방 의견에 수긍할 의사가 있고, 내 기존 입장도 번복 가능하다는 뉘앙스까지 담고 있다. ‘법의 원리’의 줄임말인 법리는 일상 대화에서 쓰이는 맥락이 좀 다르다. 법 집행의 속성이 그래서일까? 납득과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색채를 띤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더라도 “법이 그렇다는데 어쩔 수 있겠나” 하는 체념이 발화자의 어조에 얼마간 섞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고와 구형, 구치소와 교도소 등
[PD저널=박수선 기자] ‘별장 성폭력’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다수의 조간은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지적한 반면 조선일보는 "폭력적 판결"이라고 판사를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전 출입국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도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는 16일자 5면
[PD저널=김현지 MBC경남 PD]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남자를 보았을 때, ‘인터뷰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어떤 이유로 저 자리에 나와 뜨거운 5월 햇볕 아래 맨살을 드러내고 목청을 높이고 있을까.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을까.맨 첫마디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안녕하세요? 그다지 안녕해 보이지는 않는다. 실례합니다. 실례를 아무렇지 않게 전시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비아냥처럼 들리진 않을까? 고민할수록 나는 정말 그를 인터뷰 하고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PD저널=박재철 CBS PD] 성장기, 전혀 다른 차원의 독서 체험을 제공한 첫 번째 책은 데미안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위해선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구절이 당시 꽤 울림이 컸다. 대학 때 접한 김수영의 시구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의 순화 버전쯤 될까. 해체 없이는 재구성도 없다는 점에서 사실 둘의 의미는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성장통을 동반한 탄생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롯이 개인의 어깨에 얹어진 짐을 이젠 타인이나 사회가 조금씩 나눠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
[PD저널=장세인 기자] 언론단체들이 20일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차별적인 폭로로 인권침해 방송을 자행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이하 )에 대한 규제를 구글 측에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저속한 언어 정책', '괴롭힘 및 사이버 폭력에 대한 정책', 잘못된 정보 조항을 위반했다며 구글코리아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은 지난해 11월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
[PD저널=민인경 극동방송 PD]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해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 리거로 이름을 날리던 무렵, 중학교를 갓 졸업한 나는 아버지를 따라 엑세터라는 영국의 작은 도시로 가게 됐다. “I'm from Korea” 라고 소개하면 “Ko… What?" 이라고 되묻던 순수한 학생들이 있는 공립 고등학교. 전교에 동양인이 나와 내 동생, 단 두 명뿐인 곳이었다.수업이 끝날 때마다 다음 수업을 찾아가는 것도, 간신히 찾아간 그 교실에서 선생님의 말을 따라가는 것도, 모든 것이 긴장의 연속이
[PD저널=이준엽 기자] 일본군 '위안부'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의 지원 대상 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한 채널A 와 TV조선 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객관성을 위배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일 회의에서 지난 5월 11일 방송된 채널A와 TV조선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각각 법정제재 '주의'와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김복동 장학금'은 2019년에
[PD저널=김윤정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출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회계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 시설인 ‘나눔의 집’을 둘러싸고 후원금 부정사용 논란이 제기됐다.19일 방송된 MBC 에는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의 간식비나 생필품 구매비용, 심지어 병원비조차도 후원금으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가 담겼다.장호기 PD는 20일 통화에서 방송 이후 '정의연 물타기'가
[PD저널=박상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과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차가 뚜렷하다.12일 등 보수매체는 정의연의 기부금 지출 내역 의혹을 제기하며 정의연 활동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졌다. 반면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앞으로 기부금 사용 등 일부 의혹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의연의 반박과 해명을 보도하며 이번 진실공방으로 ‘위안부 인권 운동’의 대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
[PD저널=박수선 기자]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초대 사장에 도전한 이강택 후보자(현 tbs 사장)는 ‘시민을 위한 공공미디어 플랫폼’으로 tbs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효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보유한 혁신미디어, 시민의 삶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지역미디어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있는 tbs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떨어져 나오는 법인화 작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tbs는 독립성 확보와 현재 임기제 공무원 신분인 직원의 고용 불안정 해소를 위해 법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인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방송가에서 ‘기부’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대적으로 공익성을 추구하기보다 ‘기부’라는 소재를 결합해 시청자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 와 같은 공익 예능이 황금기를 누렸지만, 방송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시청자들도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공익 예능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굿즈를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공익성의 명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갑질이 보도되자마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교촌치킨 회장 일가의 폭행 사건에 이어 양진호 회장의 갑질 행태가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에선 양 회장 관련 검색어가 연일 상단에 오르는 등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보도는 의 대표인 박상규 기자가 2년 전 제보를 받고 취재한 특종이다. 이 양 회장의 갑질 행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만큼 에도 대중의 관심이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성 언론이 아닌 비영리 언
[PD저널=김혜인 기자] 방송인 김어준은 1년 남짓 tbs 고정패널로 출연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빈자리가 크고 빈 자리가 메워지지 않을 것 같다”며 애도를 표했다.24일 김어준 씨는 故 노회찬 의원의 육성으로 오프닝을 연 tbs 에서 ’인간 노회찬‘을 회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는 “뉴스가 많지만 노 원내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뉴스공장’은 (노 원내대표와) 각별했다”며 “인간 노회찬을 다루는 걸로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전했다.이어 고 노회찬 의원이 주목
[PD저널=김태경 독립PD]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즐기면서 일하기’, ‘PD의 삶을 더 크게 보기’는 이번 연수의 화두였다. PD연합회 중기연수에 참여하면서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앞으로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비움의 시간이자 채움의 기회였다.7년~15년차의 다양한 방송 제작자들이 공항에 모였다. 잠시 다르게 살아보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이다. 같은 길을 걸어가지만 다른 지역과 환경에 놓여있는 동료PD들과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생각에 설렜다.지난 6월
[PD저널=김혜인 기자]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그날의 상처와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다독이는 영화가 연달아 관객들을 찾는다. 먼저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다큐멘터리 와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오멸 감독의 영화 이 오는 12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감독 김지영)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를 추적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각종 자료를 통해 침몰 전 과정을 CG로 재현했을 뿐 아니라 항로재구성만 6개월
[PD저널=김혜인 기자] 5년 전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되어 문을 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아래 ). “중고 카메라 한 대, 노트북 하나를 가지고 시작했을 땐 한국탐사 저널리즘센터라는 명칭을 가질 것이라는 꿈을 꾸지 못했다"는 김용진 대표의 말처럼 는 어느새 '탐사보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시민들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 탓에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 30일 창립 5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비영리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