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진행] 사춘기에 접어든 옥주와 해맑은 철부지 동주. 아버지는 남매에게 짐을 싸라고 한다. 할아버지 집으로 간다며 말이다.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한 눈에 보아도 그냥 할아버지를 방문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딘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고 지친 기색이 깃든 아버지의 얼굴은 마음 한 구석에 작은 돌을 하나 얹어 놓는다. 어린 동주는 별 생각이 없지만 예민한 마음을 가진 나이인 옥주는 여러 가지가 불편하다.그렇게 서먹한 마음으로 도착한
[PD저널=김윤정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셧다운' 공포가 커진 방송사들이 비상방송 대비에 나서는 한편 비대면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사옥 폐쇄가 이미 현실로 나타난 만큼 방송가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CBS '셧다운' 이후 KBS를 비롯한 각 방송사들은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예비 뉴스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모의 훈련를 실시하는 등 준비 태세에 나섰다. 최근 지상파 3사는 비상시 방송핵심시설 필수 인원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와 뉴스센터 이동 등이 포함된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재공지했다. 비상 상황을
[PD저널=박재철 CBS PD] 커다랗고 투명한 비커. 그 안에 담긴 물은 벽돌마냥 무겁고 조용하다. 날카로운 정으로 벽돌에 금을 내는 망치질. 물 위로 떨어지는 잉크 한 방울은 그랬다. 천천히 모세혈관이 뻗어나가듯 물속을 유영하는 잉크자국은 그 뒤에 공포감을 남기며 유유히 사방으로 번져 나갈 것이다. 비커 속에서 잉크물만 덜어낼 수 있을까. '단톡방'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이것이었다. 잔잔한 물속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 지난 18일 밤 8시경, 사내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
[PD저널=김윤정 기자]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방송가에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사옥 폐쇄와 촬영 중단 등으로 확산 방지에 나섰지만, 방송 제작 특성상 긴장을 늦출수 없는 상태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출연자와 스태프간의 밀접하게 교류하는 제작 환경을 고려해 주의를 기울여왔지만, 지역감염 확산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KBS 출연배우에서 시작한 연쇄 감염은 KBS 과 JTBC 촬영장까지 덮쳤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출연자
[PD저널=김윤정 기자] CBS 간판 프로그램 출연 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CBS가 정규 방송이 중단됐다. 방송사가 코로나19로 ‘셧다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CBS에 따르면 17일 서울 목동 CBS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에 출연한 기자가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CBS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함께 본사를 봉쇄하고 스튜디오와 건물 전체에 대한 방역을 실시했으며,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확진자와 접촉한 제작진과 출연자 등 34명은 19일 코로나19 검사를
[PD저널=이준엽 기자] 최근 출범한 5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정치적 후견주의 극복과 독립성 확보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학계와 언론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11일 ‘방통위 4기 평가와 5기 과제’를 주제로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4기 방통위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4기 방통위 성과와 한계’를 발표한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4기 방통위가 2019년 자체 평가에서 언론자유지수 급상승을 언급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편성·제작 자율성 개선
[PD저널=박수선 기자] 현직 정치인의 시사 프로그램 ‘대타 진행’은 위법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자리를 비운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대신해 대타로 나선 현직 정치인들의 방송 진행이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심의 요청 대상은 KBS , CBS , 채널A 세 개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말 CBS 는 휴가를 떠난 김현정 앵커의 대타로 고민정‧ 하태경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故
[PD저널=박재철 CBS PD] 가이드를 잘 만나면 여행이 즐겁다. 낯선 곳을 금세 낯익은 곳으로 만드는 마술은 그의 몫이다. 좋은 가이드의 자질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우선, 여행지에 대한 폭넓은 식견이다. 적어도 블로거 이상의 스토리텔링이 요구된다. 둘째는 소통 능력. 사람들은 가이드의 입만 바라본다. 친절히 응대하면서 불편함과 아쉬움은 없는지 수시로 파악해야 한다. 셋째, 여행자들의 취향과 성격 파악이다.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자세다. 마지막으로는 돌발 상황에 대한 능숙한 대처다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톰과 젬마. 함께 살 집을 구하러 여기저기 다녀보지만 집을 구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연히 들어선 부동산 중개소에서 ‘욘더’라는 독특한 마을의 집을 소개받고 중개인 마틴을 따라 ‘욘더’에 들어선다. 중개소에 있던 미니어처와 똑같은 단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잘 손질된 앞마당과 깨끗하게 칠해진 집과 좁지 않은 거실과 태어날 아기를 위한 방까지 톰과 젬마를 맞이한다.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집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리고 뒷마당에 깔린 잔디와 테이블과 의
[PD저널=박재철 CBS PD] 부의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움도 잠시, 마음속에서는 갈등이 인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가끔이라도 소식을 주고받던 이들 혹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이들인 경우에는 주저가 없다. 문제는 친분의 두께가 애매한 때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부딪히려나?”, “내 일과 별로 얽히지도 않는데?”, “우리 집안 장례식장에는 왔던 분인가?” 이것저것 헤아리게 된다. 요즘에는 조문 참석이 잦다 보니 봉투에 부의(賻儀)라는 한자말도 곧잘 쓰게 됐다. 그런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상을 당한 지인에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진행)] 아이는 여러 번 이사를 다닌 듯하다. 이번에 이사 온 집은 어떨까 기대와 불안이 겹치는 표정으로 아이는 집으로 들어선다. 마르고 단단한 몸에 짧은 머리, 빨간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아이. 또래 소녀 리사가 이름을 묻자 자신을 미카엘이라 소개한다.코를 훌쩍거리고 손등으로 입가를 문지르고 몸을 약간씩 흔드는 버릇이 있는 미카엘은 곧 동네 아이들과도 친해져 함께 웃고 달리고 축구를 하고 수영을 한다. 아이들의 여름이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고 개학을 2주 남긴 시점이 된다
[PD저널=박재철 CBS PD] 가수 한대수 씨와 방송을 같이 했던 적이 있다. 그는 방송사에 일찍 와 그날의 코너 원고를 직접 쓰곤 했다. 글을 쓰면서 간혹 미국 생활을 풀어 놓곤 했는데 토요일판 뉴욕 타임즈 구매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새벽 안개가 채 가시기 전, 길모퉁이 신문 가판대에서 집어 든 뉴욕 타임즈 한 부는 일주일을 버틸 만큼 풍족함을 줬다 한다. 마치 갓 구운 바게트를 양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 같았다고. 낯선 타국 땅에서 조부모와 보낸 쓸쓸했던 유년 시절, 웅숭깊은 서평 글들은 상처 입은 자신을 차분히 다
[PD저널=이미나 기자] 여의도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속속 방송가로 향하고 있다. 방송가 역시 현실 정치 경험을 풍부하게 들려줄 수 있는 '전직 국회의원 모시기'에 속속 나선 모양새다.12년간의 '금귀월래' 생활을 마감하게 된 '정치9단'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일찌감치 방송인으로의 전업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SBS 에 출연해 "현역 정치는 떠났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경륜을 가지고 계속 방송 등에서 요구하거나, 또는 SNS를 통해서 원로답게 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할 것"이라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예
[PD저널=박재철 CBS PD] 후배로부터 꼰대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생애 처음이었다. 처음이 주는 강도는 생각보다 컸다. 꼰대! 누군가를 향해 하기는 자주 했어도, 듣는 처지가 되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올 게 오고만 것인가. 사회성의 죽음을 가리키는 ‘꼰대’ 선고 앞에 한순간 망연자실해졌다.잊으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픈데 표가 나지 않는 내상(內傷)으로 절치부심하던 차에 한 신문의 칼럼이 위안 같은 어떤 통찰을 주었다.“차라리 구체적인 작은 무언가를 쌓아나가는 일에 집중하자. 느리고 갑
[PD저널=김윤정 기자] 제242회 이달의 PD상에 CBS 등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8일 각 부문 출품작에 대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 4편을 선정했다.TV 시사교양 정규 부문 수상작은 지난 4월 30일 방송된 KBS (연출 유경현, 작가 유수진)으로 결정됐다. 은 앱과 SNS를 통해 노동이 거래되는 ‘플랫폼’ 사회에서, 별점으로 평가받고 초 단위로 거래되는 노동
[PD저널=김윤정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방송사들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방송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겪는 5·18부터 80년 5월 '이름 모를 사람들'의 발자취를 좇는 시도 등을 통해 5·18 40돌을 돌아볼 예정이다. KBS는 오는 15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담긴 ‘광주 비디오’를 추적하는 와 5·18 특집으로 제작된 을 연속 편성했다. 15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 는 왜곡된 진실
[PD저널=박재철 CBS PD] 소싯적 뭉텅이의 시간을 쟁여놓고 을 집어 들었다면, 이제는 TV 리모콘을 랜턴 마냥 한 손에 쥐고 연휴의 긴 터널을 정주행한다. 드라마의 세계는 넓고 봐야 할 리스트는 길다. 그중에는 법조계, 방송계 등 전문 직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제법 많다. 업종을 둘러싼 담벽이 높아 좀처럼 안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데다 대중이 선망하고 관심을 갖는 직업군이라 그럴 것이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메디컬도 마찬가지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초를 다투며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생활상은 그 자체로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