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오학준 SBS PD] 탐정이 되고 싶었다. 복잡한 사건을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명쾌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꽤 멋있었다. 특히 '회색 뇌세포' 에르퀼 푸아로처럼 안락의자에 앉아서도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그를 닮고자 행동과 말투를 따라해 보곤 했다. 하지만 '시럽 드 카시스’는 따라할 수 없었다. 손님들이 완강히 거부하는 그 검붉은 음료가 뭔지도 몰랐으니까. 비싸고 독특해 보이는 그 음료가 내게는 탐정의 상징 같았다. 그 음료를 마시는 포와로가 맥주나 차 따위를 마시는 영국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사람 같아 보
[PD저널=오학준 SBS PD] 7년째 매주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정답’을 찾으려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떤 다른 생각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만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의 책 속에 수많은 결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배우며 역량을 함께 발달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다리’를 놓는 즐거움이야말로 ‘두껍게’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반면에 여기저기서 “너 난독증이냐?”라는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 이해가 간다. 일부러 오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PD저널=오학준 SBS PD]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민주주의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이 예외 상태를 끝내는 권한은 오로지 정부에게 있고, 인민은 정부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지지하는 듯하다. 권위주의 정부와 민주주의 정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민주주의의 기초를 잠식하는 상황은, 민주주의에 기생하던 포퓰리스트들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할 최선의 기회다.아마도 지금이 얀 베르너 뮐러의 를 다시 펴 보기 적합한 때인 듯하다. 민주주의 제도들을 이용
[PD저널=오학준 SBS PD] 17년간 살인죄로 복역한 사람이 있었다. 징역형의 근거는 구속 상태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진술이었다. 법원에선 거짓된 자백이라 항변했지만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 출소한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물적 증거랄 것은 없어졌고, 결백을 말하는 목소리만 남아 있었다.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 날들이 늘었다. 헌데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 없는 피해자의 억울함과, 대신 죄를 뒤집어 쓴 이의 억울함을 푸는 데 지체할 수는
[PD저널=오학준 SBS PD] 몇 달 후면 도쿄 올림픽과 도쿄 패럴림픽이 열린다. 이맘때쯤 되면 방송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해진다. 특집 방송 제작하랴, 중계 편성하랴, 그래픽 제작하랴 다들 정신없이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려면 눈코 뜰 새가 없다. 잠시 회사를 떠나있다 돌아와서 분주한 사무실의 공기를 맡다 보니 4년 전 리우 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릴 무렵이 떠올랐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영상이 하나 있다.2016년 영국의 방송사 채널4에서는 리우 패럴림픽 트레일러를 하나 만들었다. 트레일러의 제목은
[PD저널=오학준 SBS PD] 새해 첫 날부터 신년토론 방송으로 SNS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때는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는 모습은 한편의 정치드라마와 같았기에, 사람들은 편을 나누어 자신의 검투사가 적을 무릎 꿇리는 모습을 중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물론 싸우는 건 정치의 본질이다. 대화하기 이전에 소리를 치고, 피켓을 들고,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부터가 정치다.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시민의 권리는 모두 이런 치열한 싸움의 결실이었다.문제는 싸움의 목표와 방법이다. 민주주의 정치 공
[PD저널=이미나 기자] 긴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수장들이 새해를 시작하며 '초심' '새로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지상파 4사(KBS·MBC·SBS·EBS) 사장들은 새해 신년사에서 만성화된 경영 위기와 신뢰도·영향력 하락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지난해 쌓은 성과와 가능성을 토대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후 임기 2년차를 맞은 양승동 KBS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PD저널=이해휘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은 새해 방송계획과 관련해 “취재보도 시스템 개선과 편성을 통해 뉴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며 “내년 1월까지 취재보도 개선안을 만들고, 2월 초에 뉴스 편성 조정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일 KBS 이사회에 출석한 양승동 시장은 내년도 방송계획안과 예산안 심의에 앞서 “올 한해 동안 실적도 여럿 있었지만, 관행과 실수, 시행착오로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내년도 엄중한 상황이지만 나아질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올
[PD저널=오학준 SBS PD] 소설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지만(PD로선 실격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SF 소설만큼은 좋아하는 편이다. 한때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과학소년이었던 것도 취향을 결정하는 데 일정하게 영향을 줬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SF소설의 '사고 실험'적인 성격이 나를 잡아끌었다.다른 소설들도 그렇지 않느냐고? 맞다. 하지만 SF소설은 현실적인 한계들을 고민하기보다는 소설이 다루려는 핵심 문제에 조금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생각의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다. 발전된 과학 기술, 미래/우주라는 다른 시공간, 인간
[PD저널=이미나 기자]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 논란과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 논란 등으로 KBS 안팎의 질타를 받은 데 대해 양승동 KBS 사장이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존재에 의문에 들게 했다는 데 대해 KBS 사장으로서 송구하다"고 밝혔다.2일 오전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 사장은 또 "방송제작 규범을 재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해 KBS 모든 직원들이 공영방송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하겠다"며 "무엇보다 시청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양승동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PD저널=김훈종 SBS PD] 그에 대한 날카로운 첫 기억은 UIP(할리우드 직배사) 직배 반대 운동과 오롯이 겹쳐진다. 1988년 추석시즌 UIP 첫 직배작,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뱀 자루가 발견됐다. ‘배암을 극장에 푼다’는 이 시대착오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사건은, 당시 영화인들의 절박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방화’란 이름으로 괄시받던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 작품과 체급이 달랐다. 헤비급과 맞서야 하는 라이트급의 비애랄까. 그 이후 이어진 스크린쿼터 투쟁, 사전검열 철폐운동 등 영화인의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정치인이 예능에 출연해 활약하는 ‘폴리테이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전달하는 ‘인포테이너’에 이어 ‘스포테이너’가 맹활약 중이다. 스포테이너는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로, 연예인처럼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갖추고 방송 활동을 하는 운동선수를 말한다.그동안 쌓아온 인지도에 예능감을 뽐내는 스포테이너가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스포츠 예능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스포테이너 1세대로 예능계를 이끌었던 강호동을 비롯해 안정환, 서장훈 등이 방송인으로 자리매김
[PD저널=오학준 SBS PD] 시사고발 프로그램 연출을 하다보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피해자에게 닥친 비극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비극을 암시하듯 재현하면 시청자들은 그 비극의 규모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반대로 적나라하게 제시된 비극은 시청자들을 위한 자극적인 유희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고통을 드러내는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했다.하지만 일을 오래했다고 해서 그 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경계가 모호한 대답을 가
[PD저널=이미나 기자] 뉴스 차별화를 위해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동의 투표에서 37%의 반대표를 받았다. 전임 보도국장들과 비교해 반대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출입처 폐지’에 대한 보도국 내부의 반발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KBS 기자협회는 통합뉴스룸(보도국)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62.40%의 찬성률로 엄경철 국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이번 투표에는 총 유권자 385명 중 258명이 참여해 투표율 67.01%를 기록했다. 찬성에는 161명
[PD저널=이미나 기자] KBS 직원이 독도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 관련 영상을 뒤늦게 제공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S는 단독 보도를 위해 구조 의무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에 나섰지만,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으로 KBS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헬기 추락사고 사흘 뒤인 지난 2일 KBS에서 이륙 직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면서 시작된 파문은 점점 KBS의 신뢰성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KBS가 3일 공식 사과하고 홈페이지에 해당 직
[PD저널=이미나 기자] KBS가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에서 추락한 헬기 영상을 뒤늦게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도 KBS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앞서 KBS는 소방헬기 추락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소속 직원이 이륙 장면을 촬영하고도 이를 독도경비대에 뒤늦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렀다. 특히 사고 사흘 뒤인 지난 2일 가 이를 단독 보도하면서 '보도를 위해 영상을 고의로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다.파문이 커지자 KBS는 일부러 영상을 숨겼다는 의
[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KBS 직원이 당일 헬기 이륙 장면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의 요청에 영상 일부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단독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KBS 직원의 행동은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KBS는 지난 2일 에서 KBS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을 위해 독도에 있던 직원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 “추락사고 직전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이라고 헬기 이륙 직후의 장면을 공개했다. 는 ‘헬기 이륙영상...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