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오학준 SBS PD] 9월 18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관으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선 지명 이전부터 인준 청문회와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 선언한 상태였다. 민주당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상황일 때 공화당이 인준을 거부하고 내세운 논리를 들어 후임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넘겨야 한다고 항의하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을 것 같다.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언사들을 남발해왔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금수저에서 금수저 나고 흙수저에서 흙수저 난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건드리는 불쾌감은 태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운명론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모가 가진 돈과 지위가 자식에게 이어지는 건 우리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집에서 좋은 대학을 간 수재가 신분상승을 하는 스토리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끊긴 지금,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개연성을 찾기가 어렵다.tvN 월화드라마 은 바로 그 수저계급론의 불쾌한 세상
[PD저널=오학준 SBS PD] 반세기 전의 강연이 지금 출간된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거나, 달라진 오늘을 충실히 예측했거나. 1967년 4월 6일, 오스트리아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초청을 받은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빈 대학에서 진행한 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강연처럼 보인다.1967년은 위기의 해였다. 독일의 국민총생산은 독일연방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1964년 창당한 극우주의 정당 독일민족민주당은 브레멘을 포함해 주 의회 다섯 곳에 진출하는
[PD저널=오학준 SBS PD] 마스크가 정치적 의견의 표현 수단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학적인 조언들은 종교적, 정치적 신념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주장하는 비과학적 유언비어와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가 마스크 대신 그들의 입을 덮었다. “신념은 총알로도 뚫을 수 없다”던 브이의 대사는 완전히 전도(顚倒)됐다.바다 건너 이곳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연단에 오른 종교인은 정치적 이유로 환자 수가 조작되고 있다고 했다. 야외에선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그의 말을 진지하
[PD저널=이준엽 기자]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OTT 선공개 등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인 MBC 시네마틱드라마 이 안방의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OTT‘웨이브’에서 먼저 공개돼 60만명 이상 시청한 은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를 표방한 작품이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감독들은 방송에 앞서 13일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 제작 과정을 돌아보면서‘흥미로운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PD저널=오학준 SBS PD] 며칠 전 에서 메일이 왔다. “$0.50 a week for the facts.”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한 달 구독료를 월 2$에 맞춰주겠다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 잠시 솔깃했다. 가짜뉴스의 시대에 양질의 뉴스를 푼돈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매출이 유지가 될까? 실제로 뉴욕 타임스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구독자 수가 5배가량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었다. ‘사실’의 가격은 2$면 충분한 것일까.사실의 가격이 급락하는 이면엔 번성하는 가짜뉴스 시장이
[PD저널=오학준 SBS PD] 험난한 진수식(進水式)이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배를 띄우기 위해 10명의 선원이 모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새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 지 19년, 2006년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지 14년, 민주당이 보수 개신교 단체의 항의로 법안을 자진 철회한 지 7년의 시간이 흘렀다. 많은 의원들의 이름을 달고 나타났다 사라졌던 차별금지법은 7년 만에 앞선 법안들이 머문 물가에 다다랐다.오랜 시간 차별금지법이 표류하는 동안 괴롭힘, 혐오 표현, 간접 차별과 같은 새로운 차별의 유형
[PD저널=오학준 SBS PD]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현금의 ‘직수효과’는 굉장했다.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소비가 늘고, 집권 3년차 정부 지지율은 60%를 넘겼다. ‘매표’행위라며 비아냥대던 목소리도 어느새 사라졌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재난지원금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 이곳저곳에선 기본소득을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팬데믹은 기본소득을 정치의 장으로 빠르게 끌어들였다. 2016년 청년배당을 이야기하던 때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잔뼈가 굵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도 진의야 어떻든 기본소득을 언급했다.지름길의 폐해일
[PD저널=오학준 SBS PD] 탐정이 되고 싶었다. 복잡한 사건을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명쾌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꽤 멋있었다. 특히 '회색 뇌세포' 에르퀼 푸아로처럼 안락의자에 앉아서도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그를 닮고자 행동과 말투를 따라해 보곤 했다. 하지만 '시럽 드 카시스’는 따라할 수 없었다. 손님들이 완강히 거부하는 그 검붉은 음료가 뭔지도 몰랐으니까. 비싸고 독특해 보이는 그 음료가 내게는 탐정의 상징 같았다. 그 음료를 마시는 포와로가 맥주나 차 따위를 마시는 영국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사람 같아 보
[PD저널=오학준 SBS PD] 7년째 매주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정답’을 찾으려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떤 다른 생각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만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의 책 속에 수많은 결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배우며 역량을 함께 발달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다리’를 놓는 즐거움이야말로 ‘두껍게’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반면에 여기저기서 “너 난독증이냐?”라는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 이해가 간다. 일부러 오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PD저널=오학준 SBS PD]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민주주의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이 예외 상태를 끝내는 권한은 오로지 정부에게 있고, 인민은 정부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지지하는 듯하다. 권위주의 정부와 민주주의 정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민주주의의 기초를 잠식하는 상황은, 민주주의에 기생하던 포퓰리스트들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할 최선의 기회다.아마도 지금이 얀 베르너 뮐러의 를 다시 펴 보기 적합한 때인 듯하다. 민주주의 제도들을 이용
[PD저널=오학준 SBS PD] 17년간 살인죄로 복역한 사람이 있었다. 징역형의 근거는 구속 상태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진술이었다. 법원에선 거짓된 자백이라 항변했지만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 출소한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물적 증거랄 것은 없어졌고, 결백을 말하는 목소리만 남아 있었다.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 날들이 늘었다. 헌데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 없는 피해자의 억울함과, 대신 죄를 뒤집어 쓴 이의 억울함을 푸는 데 지체할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