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남선숙 EBS PD] 모든 일은 숙제로부터 시작됐다. 매주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허덕이던 PD들은 일 년에 한 차례 있는 사내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에 시큰둥했고 급기야 예외 없이 ‘1인 1기획안’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숙제는 숙제답게! 배 깔고 엎드려 대학노트 두어 장을 쭈욱 찢었다. 입사 7년차 PD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숙제, (방귀가 표준어인 것을 뒤늦게 알고 바로 잡은 제목이 ). 깐깐한 부장님의 숙제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의 프로그램, 뿡뿡이는 없었다. 다섯 살 때였던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톰과 젬마. 함께 살 집을 구하러 여기저기 다녀보지만 집을 구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연히 들어선 부동산 중개소에서 ‘욘더’라는 독특한 마을의 집을 소개받고 중개인 마틴을 따라 ‘욘더’에 들어선다. 중개소에 있던 미니어처와 똑같은 단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잘 손질된 앞마당과 깨끗하게 칠해진 집과 좁지 않은 거실과 태어날 아기를 위한 방까지 톰과 젬마를 맞이한다.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집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리고 뒷마당에 깔린 잔디와 테이블과 의
[PD저널=박수선 기자] '6·17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6일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강조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부담 증가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은 6일자 2면 에서 “5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등 부동산 관련 법 개정안을 주중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12·16 대책에
[PD저널=김윤정 기자] 1일 베일을 벗은 KBS 드라마 (이하 )가 일상성과 공감대를 높인 '청년의 구의원 도전기'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미래통합당은 방송 전 에 등장하는 ‘애국보수당’과 ‘다같이진보당’ 소속 정치인들의 성향이 ‘진보는 선, 보수는 악’으로 설정됐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2회까지 방송된 는 주인공 구세라(나나 분)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인의 부정과 부조리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애국보수당 소속 마원구의회 의장 조맹덕
[PD저널=박수선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천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취업 준비생 중심으로 ‘채용 불공정’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오면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또다시 노노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24일 보수신문은 취업 준비생들의 박탈감을 전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는 이날 1면 에서 “각 대학 커뮤니티, 취업 정보 카페 등
[PD저널=박수선 기자] 정부가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 맞서 국내 플랫폼 기업의 대형화를 적극 지원한다. 방송시장 규제 완화와 미디어 창작자 발굴을 통해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고, 국내 기업 최소 5곳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22일 열린 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확정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지난해 11월부터 논의해온 내용이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미디어업계는 칸막이 규제와
[PD저널=오학준 SBS PD]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현금의 ‘직수효과’는 굉장했다.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소비가 늘고, 집권 3년차 정부 지지율은 60%를 넘겼다. ‘매표’행위라며 비아냥대던 목소리도 어느새 사라졌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재난지원금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 이곳저곳에선 기본소득을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팬데믹은 기본소득을 정치의 장으로 빠르게 끌어들였다. 2016년 청년배당을 이야기하던 때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잔뼈가 굵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도 진의야 어떻든 기본소득을 언급했다.지름길의 폐해일
[PD저널=이은미 KBS PD] 수묵화는 어렵다. 등장하는 인물도 없고, 비슷해 보이는 풍경이 흑백으로만 담겨 있으니 그림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마음이다. 누각이나 절벽처럼 특징 있는 경치가 없다면 누가 그린 그림인지도 헷갈린다. 사실 산 자체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준비하던 아이템이 연달아 엎어졌다. 더 이상 1박2일로 답사를 가는 것도 불가능해, 가장 가까이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을 방송 아이템으로 잡았다. 작년 가을부터 2030세대 젊은 탐방객들이 레깅스 같은 가벼운 차림으로 정상 백운대에서 인증샷을 찍는 트렌드가 생겼
[PD저널=박상연 기자] 지난 21대 총선은 만 18세 유권자까지 선거권이 확대된 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청년정치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 맺은 결실이지만, 정작 청년 당사자 목소리에 집중하거나 청년 의제 공론화로 확장하려는 언론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청년과 2020 총선’ 세미나에서는 언론이 청년과 청년 참정권 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뤘는지를 돌아봤다. 세미나에 참석한 언론학자와 언론인들은 “지금까지 언론이 청년을 ‘미성숙한’ 대상으로
[PD저널=김윤정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방송사들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방송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겪는 5·18부터 80년 5월 '이름 모를 사람들'의 발자취를 좇는 시도 등을 통해 5·18 40돌을 돌아볼 예정이다. KBS는 오는 15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담긴 ‘광주 비디오’를 추적하는 와 5·18 특집으로 제작된 을 연속 편성했다. 15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 는 왜곡된 진실
[PD저널=박상연 기자] 성소수자 단체들이 코로나19 '성소수자 혐오 보도' 중단을 촉구하면서 인권 침해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성소수자 인권단체 7곳이 모여 구성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직후 가장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언론의 혐오표현이었다”며 “나 의 경우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를 가십화하고 성적 낙인찍는 데 집중해 질병 예방에 해악일 뿐 아니라 공익성에도 어긋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대책본부는 “감염병에 특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80~9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중년들에게 학생운동은 처절한 현실이면서도, 한참 시간이 흘러 그리움의 대상이 된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것은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눈앞에서 학생운동을 목격하고,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나마 그 시대의 공기에 공감했던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살풍경한 현실에 슬퍼했고 때론 절망하기도 했을 테니 말이다. tvN 토일드라마 는 그렇게 치열했던 학생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던 청춘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MBC 월화드라마 은 독특한 드라마다. 주인공이나 주연급 두 세명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기존 드라마의 구성과 달리 다수의 조연급이 드라마를 끌고 간다.등장인물이 많은데도 드라마의 호흡은 짧다. MBC는 32부작(기존 16부작)으로 정착된 드라마 체제를 깨고, 을 24부작으로 편성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천편일률적인 편성을 깨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기존 16부작의 호흡으로는 시청자에게 지루함을
[PD저널=김훈종 SBS PD] 그를 처음 만나 건 JTBC 이었습니다. 아니, 연애상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나는 무성욕자’라고 당당히 말하다니! 게다가 예능에 나와서 ‘사마천과 궁형’을 언급하는 참신함이라니! 뭔가 색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능에 나와서 저런 인문학적 소양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더군요. 으로 시작해 , 등에서 영화 담당 기자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약력이 나타났습니다. 영화 주간지를 워낙 애독하던 저로서는 ‘아...어디선가 본 것
[PD저널=이미나 기자] '기울어져서 아름답다.' 최필곤 PD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2016년의 어느 여름날, '여름은 왜 더울까'를 생각하던 끝에 기획안 첫 머리에 쓴 문장이다. 총 16억 원의 제작비, 3년여 간의 제작기간이 투입된 KBS 공사창립특집 대기획 의 시작이다. 45억 년 전 지구는 화성 크기의 행성과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지구의 축은 23.5도 기울었다. 이 절묘한 기울기가 지구에 계절을 가져왔고, 생명이 태동할 토대를 마련했다.지난 3일부터 26일까지 총 4부작으로 방송된 는 총 15개
[PD저널=박수선 기자]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모씨의 신상이 경찰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결정 하루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SBS가 지난 23일 에서 ‘추가 피해 방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언급하며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조 씨의 얼굴과 이름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24일 등도 신상정보 공개에 가세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에 대한 공분이 모아지고 운영자와 회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요구
[PD저널= 박재철 CBS PD] 음악은 ‘시간예술’이라고 한다. 음악이 왜 ‘시간’과 연관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회화나 건축같이 공간을 점유하는 예술이 아니니 그렇게 정의되나 싶었다. 다음의 문장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새우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 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이런 순간들, 짧은 순간들, 바람 같은 순간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