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재철 CBS PD] 우리는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야기에 대한 선호와 애정은 멈추지 않는다. 손톱처럼 깎아도 깎아도 다시 자라난다. 밤새 이야기를 갈구하는 어린아이의 채근에서 자유로운 부모가 얼마나 될까. 천일야화 속 세헤라자데라의 숙명은 윗세대 어느 누구나의 숙명이다. 보존과 전승, 흥미와 교훈, 몰입과 쾌감을 생각할 때 이야기는 이 모든 것들을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언제나 인물(Character)이다. 전형성을 띤 인물이 특정한 국면(Circumstance)에 놓이고 그 상황에서 어떤 선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제작·진행)] 환한 빛이 가득한 공간에 있는 가족의 분위기가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나타나는 즐거운 표정, 밝은 표정, 서로를 신뢰하는 몸짓이 그대로 묻어난다. 어머니와 네 자녀, 그들의 배우자, 어린 아이까지 이 가족은 참 따사롭고 다정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한때가 늘 그렇게 지속되겠는가.장 피에르. 네 남매의 맏이. 어머니의 든든한 아들이자 회사를 경영하는 유능하고 따뜻한 남자. 든든한 아내가 있고 귀여운 아이가 있고 동업자이자 믿고 기댈 구석
[PD저널=박재철 CBS PD] 외부의 힘을 받은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것을 ‘단층’이라 한다. 학창시절, 모형을 통해 단층이 생기는 과정을 학습했다. 두 힘의 충돌로 지구의 외피가 찌그러지는 현상. 그래서 생기는 협곡과 절벽. 요즘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확인된다. 삶의 단층을 만든 외력(外力)의 하나는 ‘밀어내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버텨내는 힘’이다. 머물려는 욕망과 내쫓으려는 의지, 그 둘이 충돌하는 곳에서 거칠고 날카로운 단층면이 생겨난다. 평탄했던 하루하루 삶을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려
[PD저널=박재철 CBS PD] 저 멀리서 쓸쓸함 하나가 걸어온다. 새벽안개처럼 천천히 무릎걸음으로 다가온다. 습기를 머문 눈짓으로 인사를 건넨다.그간의 짙은 고됨이 눈가에 스친다. 김현식의 노래 ‘사랑했어요’의 전주를 듣고 있노라면 외로운 길손이 거느리고 올 법한 분위기로 주변을 서서히 물들인다. 방랑객인 그는, 길 위를 거닐다 돌아온 자다. 오래전 사랑에 자신을 하얗게 불태워 버렸던 사람. 이젠 돌아와, 잿더미 속에서 희미한 불씨를 찾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지난 11월 1일은 그가 떠난 지 정확히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 진행] 아직 앳된 얼굴을 벗지 못한 청년 메라비. 그는 조지아의 전통춤을 추는 댄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춤을 춘 절친이자 연인인 메리와 2인무를 춘다. 메라비의 삶은 온통 춤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조지아의 전통춤을 추었던 부모님과 그 자신 그리고 친구들과 선생님은 모두 댄서이니까. 연습이 끝나고 비밀스럽게 나누는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얼굴 이라클리로부터 비롯됐다. ‘누구의 후임이야’ 누군가의 물음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댄서들의 세계가 보수적이고 호락호
[PD저널=안정호 기자] KBS , MBC 등 5편이 248회 이달의 PD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18일 각 부문 출품작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발표했다. TV 시사교양 정규부문에는 KBS (연출 정범수 이유심, 작가 정윤미 이한나 김경숙)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은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세 명이 구속된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의 표적·기획수
[PD저널=박재철 CBS PD]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서투르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일이든지 설령 도둑질이라고 할지라도 서투르다는 것은 보기에 딱하고 보는 사람을 신경질 나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미끈하게 일을 처리해버린다는 건 우선 우리를 안심시켜준다. -김승옥 나는 클래식 선곡에 서투르다. 그렇다고 팝이나 가요에 능숙하단 건 아니지만 유독 클래식은 버거워 프로그램 배당에서도 은근히 기피해왔다. 그러다 며칠 전 클래식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료가 휴가를 내며 대타 제작을 부탁했다. 그간 이래저래 고생한 걸 잘 알지만, 호
[PD저널=이준엽 기자]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방송가는 특집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전태일의 정신과 여전한 노동 현실을 조명한다.오는 12일 방송 예정인 KBS 1TV 는 전태일의 시각에서 여전히 열악한 오늘날의 노동 환경을 살펴보고 가수 양희은, 안치환, 하림, 래퍼 치타가 2020년의 모든 전태일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뮤직 다큐멘터리다. 1948년생 전태일 열사와 동갑인 경비원 전춘원 씨의 고단한 하루와 가장 열악한 곳에 내몰린 10대 노동자의
[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 26일 방송을 시작한 CBS 표준FM (오후 6시 25분~8시)은 ‘뉴노멀 뉴스’의 방향타를 자처했다. 코로나19에 잠식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은 정치‧시사 뉴스를 전하면서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매일 쏟아지는 정치·사회 이슈를 쫓기보다는 뉴스에선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관계 해법’ ‘디지털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등에 관심을 둔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은 ‘뉴노멀 뉴로맨스’ 코너에서 택배 노동자와 마주하고, 역사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진행] 육지에 있을 때는 누나 부부에게 얹혀살지만 대체로 배를 타고 노동을 하며 살아온 마틴 에덴. 헌칠한 그의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투박하고 거친 손이 그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런 마틴 에덴의 삶에 변화가, 그것도 아주 큰 변화가 찾아든다. 우연히 길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는 청년을 구해준 그는 청년의 집까지 동행하게 된다. 기품이 있고 멋진 저택 앞에서 마틴은 망설이지만 순수하고 격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청년은 말한다. 우리 부모님은 열려 있는 분이라고. 하지만 마틴은 현관
[PD저널=박수선 기자] 한국방송협회는 현재 재난방송의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아 불합리하다며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15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에서 “자막이나 화면 분할을 통해 본 프로그램에 큰 방해 없이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계획된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만해 청취자들의 청취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정부의 재난방송 요청을 받은 방송사는
[PD저널=박수선 기자] KNN‧연합뉴스TV 등 재난방송 법규를 위반한 7개 방송사가 총 67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방송 의무를 2019년 3~4분기에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KNN, 원음방송, 연합뉴스TV, YTN라디오, 춘천문화방송, CBS, 광주영어방송 등에 대해 방송사의 소명 절차를 거쳐 과태료 675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방송사들은 대부분 재난지역 명칭, 발효 시각 등의 주요 정보를 누락한 게 문제가 됐
[PD저널=박재철 CBS PD] 만 원짜리 한 장으로도 식욕 돋우는 밥상을 맞기가 힘든 요즘이다. 그런 차에 한 식당에서 예기치 않은 포만감에 행복했다. 연하게 말린 시래기와 구수한 들깨가 곁들여진, 비린내를 제대로 잡은 충청도식 추어탕. 갓 지은 돌솥밥이 작패처럼 함께 나왔다. 밑반찬은 또 어떤가. 식탁에 먼저 깔리는 밑반찬은 주 메뉴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리트머스 종이다. 직접 담근 달큰한 굴젓과 싱싱한 배추겉절이, 거기에 적당히 삭힌 깍두기와 참기름 향이 듬뿍 밴 콩나물무침까지, 정갈한 4가지 찬이 젓가락질을 멈추게 하지 않았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진행] 보테로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동글동글한 몸집에 유머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그림들과 조각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작품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보테로는 자신의 작품에 견고한 신념을 그대로 투영한다. 보테로의 신념은 간단하고 확고하다. 예술은 즐거움을 창조하는 것. 물론 이 생각은 그의 예술세계에 동조하지 않는 진영의 공격을 받곤 한다. 다소 과장되어 뚱뚱하게 그려진 그림들과 울룩불룩한 조각품은 일
[PD저널=박재철 CBS PD] 주간지의 생명주기는 일주일이다. 제때 물을 못줘 시들어가는 작은 화분의 식물마냥 책상 위에서 시들어가기 일쑤다. 정기구독을 해놓고도 바쁜 일과 탓에 고지서처럼 한쪽에 쌓여만 간다. 하루 맘먹고 공들인 심층 기사나 선호하는 필자의 글들만 골라, 몇 달치를 스윽 간추려 속독한 적도 여러 차례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주간지의 특집호는 남달랐다. 그 주의 뉴스와 시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21명의 작가 인터뷰만을 실었다. 21명의 대담자들이 문인 한사람씩을 선택해 모든 작품을 읽고 만나 글을 썼다. 일종
[PD저널=박수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7회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인들에게 “우리 방송은 코로나에 맞선 제2의 방역당국이었다”며 “철저한 방역수칙을 안내했고, 감염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렸다. 온정의 손길을 곳곳에 전하며 연대와 협력을 확산시켰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좋은 프로그램으로 마음의 위로를 드리기도 했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한국방송협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로 인해 매년 개최되던 방송의날 축하연 대신 방송대상 시상식 영상을 통해 여러분을 뵙게 됐다. 행사는 축소됐지만 방송의
[PD저널=이준엽 기자] 잠시 자리를 비운 진행자를 대신해 정치인에게 ‘대타 진행’을 맡긴 KBS , CBS , 채널A 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행정지도(권고)를 내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9일 회의에서 지난 6월부터 8월초까지 휴가를 떠난 진행자의 대타로 현직 정치인을 진행자로 내세운 세 개 프로그램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방송심의 규정 12조 4항은 “방송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에서 선출된 자와 국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