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KBS‘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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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KBS‘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개인·사회의 변화 일구는 방송의 힘 실감
송웅달 - KBS TV1국
  • 승인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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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그때는 늦가을이었다.kbs신관 앞 은행나뭇잎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깊은 디졸브, 자막 in “3개월 후”)겨우내 살아남은 은행나무는 다시 새순을 돋우었고, 겨우내 함께 했던 우리는 6편의 첨단보고서를 세상에 내놓았다.(천천히 f.o/f.i)그때는 담배를 피웠었다. 하루에 한 갑씩….그러나 지금,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피울 생각이 없어졌다.너무나 쉽게 담배끊은 나를 보고, 나도 놀라고 남도 놀란다.그때는 사람들이 간접흡연에 대해 잘 몰랐다. 알아도 아는 척 하지 못했다. 담배 연기에 기분 나빠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려가면서도, 묵묵히 참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말한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금연구역입니다. 담배를 꺼 주십시오.”잃어 버렸던 자신의 권리를 찾기 시작한다.그때는 방송의 힘을 잘 몰랐다. 그러나,“정말 고맙습니데이…. 50년동안 담배 피우던 우리 남편, 담배끊게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데이….” 경남 거창에서 걸려온 할머니의 전화 한 통, 사내 금연운동에 나서야겠다며 자료를 구하기 위해 멀리 포항에서 상경한 시청자, 방송 5일만에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 횟수 만 번을 돌파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격려, 회사 내 금연지역이 신속히 확산되는 모습에서 방송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개인의 변화 그리고 사회의 변화, 이 두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방송은, 다큐멘터리는 존재하지 않을까?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나은 공동체로의 전진!이제 나는 방송의 힘, 다큐멘터리의 힘을 믿는다.
|contsmark1|내가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와 함께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개월전이었다.긴 작업의 끝이 보이는 지금, 그 3개월간 일어난 변화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변화는 내 자신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더 크게 느껴졌고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사실 우리네 방송쟁이들만큼 스트레스에 찌들고, 술 담배를 가까이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우리 pd들은 평균 수명이 짧기로 유명하다나? 바야흐로 목숨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다.우리뿐만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푼다는 미명 아래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우리의 건강은 치명적인 해를 입고 만다.“‘술-담배-스트레스’라는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까?”“선진국은 담배 소비가 줄어드는데 후진국은 늘어간다. 여기에 어떤 음모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이러한 사회적인 물음에서 이 프로그램은 출발했다.해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과학적으로 접근했다.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변화를 통해 (술과 담배와 스트레스를 둘러싼) 우리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했다.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세계적 의학 저널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과 ‘the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등에 실린 각종 관련 논문을 집중 분석했고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선진 각국의 세계적 석학들을 취재하면서 같이 실험했다. 일년 동안의 제작기간에 촬영 테이프만 700개가 넘는다. 프리뷰 하는 데만도 한달 가까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1월 10일, 제1편 ‘간접흡연-그 동반자살의 실체’가 첫 방송의 전파를 탔다.나름대로 우리는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 사무실로 걸려오는 시청자의 전화로 인해 제대로 업무를 볼 수가 없었고, pc통신에는 재방요청이 쇄도했다.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라디오는 생방송을 통해 간접흡연의 위험에 대해 소리 높였고 보험회사는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보험료를 차등화시키기 시작했다. 흡연문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 벅차 오르는 순간이었다.방송이 끝나 가는 지금, 애초의 기획의도가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길게는 일년, 짧게는 3개월간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공은 시청자들에게로 넘어갔다. 시청자들이 보고, 느끼고, 평가할 따름이다.다만, 그 3개월을 통해 내가 얻은 한가지 진실이 있다.“흡연, 그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smoking, it’s heartbreaking)!”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선 제작현장을 누비고 있는 pd선후배 여러분!담배를 끊읍시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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