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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유재석-이혁재 등 주요 MC 독식
방송사 고액 출연료 부담으로 휘청



기 / 획 스타권력화 브레이크가 없다 (상)

드라마,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된 스타권력화가 최근 예능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강력해진 스타 파워는 연예기획사의 위상을 높였고, 그들의 힘은 프로그램 제작에까지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다. 하나로 뭉치면서 더욱 강해진 예능 스타들의 파워와 이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 변화를 2주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 1.지난해 12월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 시상식. 3시간짜리 시상식에 책정된 제작비는 8000만원이었다. 당시 사회를 맡은 개그맨 유재석과 탤런트 한예슬, 이 두 진행자의 ‘몸값’만으로 제작비의 7분의 1 가량이 들어갔다. # 2.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무한도전>. 이 프로그램에는 유재석과 노홍철 등 DY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2명이 출연하고 있다. 최근 DY는 <무한도전>을 외주로 넘겨달라며 공동제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2월, DY엔터테인먼트(공동대표 신동엽·심우택, 이하 DY)가 공식 출범했을 때, 일각에서는 연예권력화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DY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쥐락펴락하며 권력을 남용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난 지금, 우려는 현실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스타들의 권력은 그 최대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이미 무게중심은 스타 쪽으로 기울었다. 게다가 DY는 스타들의 집합체다. 1년 2개월 전의 우려가 현재에도, 미래에도 유효한 이유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만, 업무적으로는 그들(DY)이 겁난다”고 고백했다. “하나로 뭉치기 전까지는 각개격파니까 희망이 있었지만, 그들이 뭉쳤기 때문에 이제는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동엽이 그렇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도 못 했다”며 “그래서 대비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지금 예능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 이동 현상은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른 분야와는 차이가 있다. 예능 분야는 다른 장르에 비해 스타를 내세운 연예 전문 기획사가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DY가 버라이어티를 꽉 잡고 있다면 코미디는 컬트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정찬우(컬투), 이하 컬트), 스마일 매니아(대표 박승대), 갈갈이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박준형)가 3분할하고 있는 형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특수성 때문이다. PD나 작가 쪽에 의존도가 높은 다른 장르에 비해 예능,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진행자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실제로 예능 PD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파워는 거의 절반에 가깝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런 배경에서 DY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연예기획사들은 그들이 가진 연기자, 즉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제작에도 깊숙이 관여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DY는 200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천사들의 합창’을 필두로 현재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헤이헤이헤이2> 등에 공동제작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진행자를 ‘제공’하고 협찬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

개그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갈갈이엔터테인먼트는 ‘마빡이’ 등 KBS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를, 컬트는 ‘사모님’, ‘최국의 별을 쏘다’ 등 MBC <개그야>의 인기 코너를, 스마일 매니아는 컬트와 함께 SBS <웃찾사>의 다수 코너를 자사 소속 개그맨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사모님’ 등 인기 코너에 대해선 외주제작 요구가 강하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일부 기획사와 스타들을 중심으로 권력 구조가 재편되면서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신동엽, 유재석 등 ‘특A급’ MC들이 회당 출연료를 800만원 이상 받는 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이렇게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다수의 프로그램을 장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SBS 예능국의 한 PD는 “요즘 진행자의 역할이 크다”며 “그 사람들 빼면 제작이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중견 PD는 “요즘 시청자들이 보수적 성향이라 좀처럼 채널 이동을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시청자들은 익숙한 진행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익숙하고 잘 하는 진행자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려면 A급 연예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 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예인 거대 권력화, 스타들의 몸값 상승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거품이다 뭐다 해도 그것을 걷어내지 못한 책임도 PD들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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