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추진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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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가 PD를 부른다



2월 15일, 미국 하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미 하원의 결의안이 통과되면 국제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아주 좋은 일이 생길 모양이다.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로 미주 한인들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영화감독 지망생 석태인(29)씨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5년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8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이 작품이 미국 내에서 제법 반향을 일으킨 모양이다.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이 이를 미 의회의 어젠다로 제기했을 정도이니.

나는 참으로 부끄럽다. 공영방송 KBS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석감독보다 먼저 ‘위안부’에 관한 다큐를 만들었으면서도 ‘그냥 방송 한 번 하고’ 말았을 뿐 세상의 변화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자괴감이 드니...(인물현대사 「역사가 기억하게 하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2005년 3월 초 KBS 1TV 방송)

제2차 세계대전은 ‘자본주의의 최고 형태’로서의 제국주의가 원료, 노동력, 시장의 확보를 위한 식민지 쟁탈을 위하여 수백 년 동안 벌여온 소위 ‘선진국’들의 동맹 혹은 전쟁의 결정판이었다. 오늘날 WTO 체제 하의 지구촌은 몇 번의 변주가 있었긴 하지만 결국은 2차 대전의 결과로서의 얄타체제를 대체하는 국제질서의 질적 연속선 상에 있다. 우리의 글로벌화, 세계화의 출발이다 이런 뜻이 되겠다.

그러나 그 전쟁이 남긴 것은 글로벌화만이 아니며 우리 백성들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와 짐들을 지고 산다. 분단과 통일도 그 숙제 중의 하나이고 거기에 우리는 전 민족적으로 엄청난 노력과 돈을 쏟고 있다. 그러나, 통일만 되면 우리는 곧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되고,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거꾸로 물어보자. 우리가 통일을 위해 들이는 노력의 천 분의 일 만분의 일 만이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쏟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역사를 증명하고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애쓰는 것은 통일 운동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일까?15년 전인 1992년 1월 8일 이후, 매주 수요일만 되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한다.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다. 그러나 일본은 ‘위안부’를 국가가 강제동원한 것이 아니며 조선의 처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일본군에게 몸을 판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과 미국의 세계지배에 맞서 일본이 앞장 선 ‘아시아 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해방전쟁이라고?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그렇게 생각이 드는 PD께서는 그 주장을 논리적이고 역사적으로 반박할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할 의향은 없으신지? 그래서 일본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없는지? 어떤 사실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기쁨은 얼마는 큰가?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려서 한일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기여하고... 이쯤 되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만한 소재는 아닌지.김 창 범 KBS 스페셜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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