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투자하세요
상태바
베트남에 투자하세요
  • PD저널
  • 승인 2007.02.28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영 KBS PD (스페셜팀)

 

베트남의 여공들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국사장님이 투자한 하노이의 봉제공장. 월급날이었다. 그녀들이 받는 월급은 40만동, 우리 돈으로 약 2만 6천원이다. 베트남 물가를 고려해도 그 돈으로 어떻게 한 달을 생활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개의 여공들이 거기서 반절을 뚝 떼어 고향에 부친단다. 말로만 듣던 6,70년대 싸우쓰 코리아 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촬영스태프는 한국에서 건너간 3명과 현지 한국인 통역, 그리고 베트남 외무부직원과 운전기사를 합쳐 여섯이었다. 누이들의 월급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래 우리는 다소 씁쓸한 투를 섞어 식사시간마다 농을 던졌다. 오늘 먹은 저녁이 여공 한 달치 월급이야, 남기지마. 어제 먹은게 기숙사 한칸(정원 3명)월급이야. 씁쓸함이야 곧 잊혀졌다. 베트남 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 잘 맞았다. 적당히 짜고 적당히 매웠다.


수년 전, 내가 아는 대학후배는 나이키의 동남아시아 공장을 고발한 다큐를 보고 며칠동안 입맛을 잃었다. 18세 이하의 소년소녀들이 숨이 턱턱 막히는 신발공장에 갇혀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고도 한 달에 몇천원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순진했고 또한 감정이입을 잘했다. 그 길로 부석사에 동안거를 들어가더니 결국 적십자사에 지원했고 쓰나미 이후, 스리랑카에 파견되어 현지 구호센터 만드는 일을 했다.

 

나이키 동남아 공장의 실태를 보고 밥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측은지심’하면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측은지심이 인생의 행로는 커녕, 기부금 몇 푼 내는 결단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측은지심과 쾌락지심 사이에 파티션이 높아진다. 그래, 안 됐지만,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다.


촬영팀은 24세의 ‘팜 투 하’양 하숙방까지 따라갔다. 팜 투 하는 19세에 상경하여 사탕공장에서 한달 20만동을 받으며 일했고 그 뒤 봉제공장으로 옮겨 40만동을 받을 수 있었으며 지금은 조장이 되어 최고 100만동(6만5천원)까지 월급을 받는다. 팜 투 하는 갓 상경한 두 명의 여공들과 함께 나무판으로 대충 짜 맞춘 침상위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배용준의 브로마이드도 들여다보았다.
중국의 지배 하에 유교의 영향을 받았고 수많은 외침을 겪은 비슷한 역사때문인지 한국 드라마의 닳고 닳은 클리셰가 잘 통하여 베트남의 한류열풍은 어느 나라보다 강했단다.

 

한국에서는 베트남 관련펀드가 최고의 인기투자상품이다. 중국의 발전모델을 그대로 모방하여 눈부시게 성장할 베트남의 가치를 선점한다는 것. 특히 주목할 부분은 30대 이하 인구비율이 65%에 달하는 역동성과 값싼 노동비용이 갖는 잠재력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의 팜 투 하와 같은 누이들이 아주, 아주 아주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을 토대로 이루어졌음은 이미 여러 서방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그랬듯, 베트남 또한 그 전철을 밟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소 씁쓸한 투를 섞어 전한다. 베트남에 투자하세요… 그리고 이 씁쓸함은,  차라리 없는 편이 건전한, 값싼 면죄부같은 것이다. 누구든 베트남펀드를 매입하는 순간, 베트남이 걸어갈 길에 동의를 표하는 것이다. 거기에 변명같은 것은 끼어들 여지도 없고 의미도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