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 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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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라면, 무조건 외우고 쓰는 것이 전부였던 90년대 초. 외국인 어린이들의 노래와 놀이를 통해 영어를 생활화한 EBS 초등학교 <특활영어>의 등장은 당시 ‘영어 쇼크’였다. 이는 매일 공부만 시키던 선생님용 TV EBS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예쁜 소품과 동화 내용을 응용한 영어 연극을 가미한 <특활 영어>에 당시 어린이들은 환호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이정옥 CP. 그는 EBS에서 다수의 영어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외국어 프로그램 전문 PD다. 


“초등학교 때 ‘새소년’이란 잡지에서 미래 유망 직업에 PD가 있는 것을 보고 무작정 PD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이정옥 CP. 유망 직업을 꿈으로 삼았던 진취적인 어린이 이정옥이 꿈꾸던 막연한 방송인의 꿈은 고등학교 때 TBC <여고생 퀴즈>에 출전하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이후 대학방송국 기자로 활동했고, 주위의 추천으로 참가했던 MBC 대학생방송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PD가 되기로 결심, 결국 81년 EBS에 입사하게 됐다. 


“당시 PD라는 직업 자체가 귀했고, 여자 PD는 더욱 그랬지만 운명인지 일이 잘 풀려서 PD가 됐다”는 이정옥 CP. 그는 “PD는 내 천직이며, 운명”이라며 “적성에 맞아 힘든지도 모르고 벌써 26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6년 나는 재밌었지만,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제작 PD시절 작은 부분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아 한때 별명이 마녀였다”고 밝혔다.


“필름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BBC 등 외국 교육 프로그램을 보며 감각을 익혔으며,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의상에서부터 작은 소품까지 가장 예쁜 것들만 허용했다. 매번 구하기도 힘든 소품을 요구해 소품실에서 곤란해 했지만, 내 눈에 차지 않은 것을 그냥 넘어간 적은 없다”는 것이 ‘마녀’의 변론.
‘마녀’의 고집은 EBS의 프로그램 비주얼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가 주문한 동화 속 주인공 의상 등이 그 후 오랫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두고두고 잘 쓰인 것은 물론이다.


‘마녀’가 남긴 또 다른 자산은 사람. EBS의 스타급 영어 선생님들도 사실 거의 다 그가 발굴했다. EBS 대표적인 영어 강사로 활동했던 매튜 역시 그가 직접 발굴했다.

이렇듯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그에게도 큰 자산이 남았다. 바로 외국어. “처음 영어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맡았을 당시 외국어 출연자 섭외도 어려웠던” 그의 평범한 영어 실력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었고 각종 외국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수준급으로 발전했다. 그는 현재 영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도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다.

‘온 몸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말하는 그는 후배 PD들에게 오히려 “자기 세계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작품이 내 자식”이라고 말하며,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민감한 태도는 작품을 버릇없는 아이처럼 망칠 수도 있다는 것. 쉽지 않지만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귀한 자식일수록 매로 다스리듯.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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