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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제임스를 만났다. 2003년 9월쯤인가 <북경 내사랑>을 준비하고 있을 때 연기를 하겠다고 혼자서 찾아왔던 그였다. 그 때는 인연이 없어 함께 작업을 하지는 못했다. 세월은 흘러 그는 그 사이에 제작자로 변해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로 활동하며 여전히 배우로 살아가고 있었다.

 

외국인에 높은 진입장벽 실패요인

“중국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의 30%만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그리고 내수시장은 열악해서 이익을 얻기 힘들다”고 그는 제작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런데 왜 힘들게 제작을 하느냐?”고 호기심이 발동한 내가 묻자, 그는 “지금 중국 내수시장만으로는 힘들지만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는 대만,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 등의 외국시장이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게다가 방송사의 높은 장벽과 우월적 지위는 수십 년을 살아온 중국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상대방이니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그런 점에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방송 제작이나 배급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을까? 또한 국내 제작사들이 이윤을 많이 내고 있을까? 많은 한국의 제작사들은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이익을 남기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 현실과 이유는 똑같이 중국에 적용된다. 따라서 문화시장은 중국이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고 그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다.


중국의 문화시장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 관련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관련 제작사들이나 배급회사들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변화하는 매체를 시장의 논리에 적용시키는 상술은 한국보다 빠르다. 택시나 건물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DMB나 와이브로가 그러하다. 또한 위성을 이용해 광고 시장에 진출하는 그들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인들은 결코 ‘만만디’가 아니다.


중국인들 “한국이 가장 어려운 대상”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베이징에는 좋은 극본을 거래하는 주식회사가 있다. 그들이 극본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중국제작사들은 투자나 제작에 있어서 우리보다 개방적이고 국제적이다. 다민족 사회를 경험한 탓인지 대국적인 기질 때문인 지 몰라도 그들은 기획 단계부터 홍콩, 대만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미국, 일본, 한국 등과 공동제작을 생각한다. 실제 교류도 우리보다 더 다양하고 활발한 편이다. 물론 그 중에서 한국이 가장 힘든 대상이다. 한류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인들에게는 거꾸로 한국이 가장 어려운 대상이란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분명 만만치 않은 나라다. 특히 문화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그들이 올림픽을 통해 문화 경쟁력을 갖추고 만리장성을 더 튼튼하게 쌓기 전에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미 그 동안 진출에 실패했던 미국이나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자본들이 다시 채비를 갖추어 중국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물론 이는 베이징올림픽과 맞물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 문화산업을 경험한 외국자본들은 그 이후를 겨냥하고 입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마냥 늦출 필요도 없다. 조금만 다른 시선에서 보면 중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우리에게는 진출하기 쉬운 문화시장이니까.


베이징=이교욱 전 KBS PD (‘북경 내사랑’ 연출, 현 포이보스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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