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보 전 방송위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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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보 전 방송위 상임위원
  • PD저널
  • 승인 2007.02.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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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타도’ ‘호헌철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통령 직선제란 결실을 얻은 6월 항쟁이 올해로 스무살을 맞았다. 이를 계기로 6월항쟁계승사업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며 ‘다큐멘터리 6월항쟁’ (가제) 책자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단행본 3~4권의 분량으로 5월 말 발행될 책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는 성유보(64) 전 방송위 상임 위원이다. 성 전 위원은 87년 6월 항쟁 당시 직선제개헌쟁취 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부터 1987년 6월 29일 선언까지, 역사 평가보다는 사실 위주로 기술할 계획이다. 시간이 부족해 87년 이후 진행된 노동운동, 운동권의 갈등 등은 다음 기회에 다룰 예정이다.”


유시춘 씨가 상임 편집위원으로 책 발간 사업에 참여했으며 청화스님이 간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십 명의 필자들이 동참해 시간과 사건을 나눠 기술한다. 성 전위원이 맡은 분야는 80년대 종교, 지역을 아우른 범재야운동권의 활동 내용이다.

 

“한번에 완성되는 혁명은 없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뒷받침하듯, 6월 항쟁의 제단에는 박종철, 이한열 등 수많은 젊은 목숨들이 바쳐졌다. 항쟁의 결과, 전두환 정권은 퇴진을 선언하고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87년)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군사정권의 연장선에 서있던 노태우 씨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노태우씨의 당선을 이유로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가 평가절하 돼선 안된다. 현 정치체제는 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처럼 20년만에 민주화가 크게 진전된 사례가 없다.”


성 전위원은 “프랑스는 1789년 혁명이 일어난 뒤 80년 동안 공화정과 왕정이 번갈아 들어서면서 진통을 겪었다”며 “혁명은 단 한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87년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성 전위원에게 6월 항쟁의 기억은 ‘꿈결같이’ 다가온다. 그해 1월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씨 사건은 국민들에게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을 얻었으며 이는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정치 분야에서 이뤄진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 5년마다 대통령을 직접 투표로 뽑게 됐고 권력분립과 다원주의라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물론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언론부터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야

그는 “6월 항쟁과 그 이후 진행된 정치 체제의 민주화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이며 “이를 잘 분석해 잘된 부분들은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월 항쟁 20주년은 정치 민주화가 성인이 됐다는 의미다. 지금은 지난날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발전시켜야 할 때다.”


성 전위원은 “민주주의의 기본은 대화와 토론임에도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각자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는 성 전위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미덕이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1978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한 죄로 해직된 그에게 언론자유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다.
“지난 20년간 언론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제는 언론부터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방통융합위, 중립적 진행자 역할해야

성 전위원은 2003년부터 3년간 2기 상임 방송위원으로 일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이므로 반대한 적이 없다”며 “방송통신융합위원회가 중립적 진행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잘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이 언론, 문화, 사회 기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5명의 방송통신융합위원을 모두 임명하도록 규정한현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부 부처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위원회 사무처 직원도 일반 공무원이 아닌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것.


백성학 전 경인TV 회장의 간첩시비로 허가 추천이 무기 연기된 경인TV 사태에 관해서도 성 전위원은 “마냥 시간을 끌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다. 2기 방송위원회에서 심사숙고해 결정한 사안인 만큼 경인TV의 방송 허가추천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12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그는 “방송이 후보의 정책 소개와 검증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언론이 대선 후보의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면 국민도 깊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 전위원은 참여정부에서 활동하는 386세대에 대한 비판에 대해 “현재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모두 잘못됐거나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쪽(참여정부) 진영의 사람들이 비판을 듣는 것이 단지 386세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 진영의 사람들은 20년 동안 나태하고 게을렀다. 이제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해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소통의 부재’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로 꼽았다. 또한 정권 말기로 향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9회말 역전승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임현선 기자 사진 임영무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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