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질박한 일상 속 삶의 지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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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질박한 일상 속 삶의 지혜 발견
  • PD저널
  • 승인 2007.02.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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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주인공인 세상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듯이 인터넷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연예인 못지않은 끼와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TV에 출연해 화려한 조명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 라디오에도 ‘우리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있다. MBC 표준FM(95.9MHz) <변창립의 세상 속으로>(연출 이한재·월~금, 오전 11시 10분)다. 길을 가다가,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어디서나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변창립의 세상 속으로>에 가득 들어차 있다.


<…세상 속으로>는 ‘전화초대석’, ‘음악에 비친 세상’, ‘이 사람이 사는 세상’ 등의 코너로 구성된 30분짜리 프로그램이다. 시사 이슈를 다루는 ‘전화초대석’에선 해당 이슈의 당사자와 전화로 인터뷰, 궁금증을 해결한다. 이슈를 다룬다고 하지만, 그 주제는 결코 무겁지 않다.

 

이한재 PD는 “거시적이고 어려운 주제를 지양하고, 우리 시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미시적이고 작은 주제들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여자미화원이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는 문제, 지하철 손잡이의 높은 위치 등 거대 담론 속에서 소외됐지만, 누구나 한번쯤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느꼈을 문제들이 ‘전화초대석’에서 다뤄진다.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음악에 비친 세상’은 청취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코너. “나의 어머니는 ○○○입니다”와 같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기에 재치만점의 음악들이 잔잔하게 깔린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영어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가,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고백할 때는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지’가 배경으로 흐른다. 이야기와 음악이 절묘하게 결합한 덕분에 정서적 공감대는 더욱 커진다. 이한재 PD는 “나도 편집을 하면서 공감하며 재미있게 듣는다”고 말한다.


‘이 사람이 사는 세상’은 휴먼 다큐멘터리와 견주어도 아깝지 않은, 정서적 밀도가 높은 코너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자신의 삶에 진실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붕어빵 아저씨’, 연탄배달업자, 탁구장 주인, 다운증후군 피아니스트, 새터민 청소년들의 ‘과외 선생님’인 대학생…. ‘이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분야도, 제한도 없다. 다른 취재를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 작은 단체의 소식지나 회원지에서 소개된 사람…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한재 PD는 <…세상 속으로>를 “얼어있는 개울 밑을 흘러가는 물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평한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얼어붙은 개울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듯이 큰 반향은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주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오전 11시대라는 방송 시간도 주 청취시간대에서 밀려나있지만 운전기사, 가내수공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등이 <…세상 속으로>를 든든히 받쳐준다고 한다. 그들과 <…세상 속으로>는 ‘서민’이란 이름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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