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TV 프로그램의 ‘찬밥’이었다. 딱딱하고 어려워 대중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과학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루하기만한 과학계 이슈와 담론 위주의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생활 밀착형’ 과학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피 소재였던 과학이 대중적인 소재로 거듭나기까지 과학 프로그램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봤다.


과학 대중화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KBS1 <과학카페-다빈치 프로젝트>(프로듀서 이강주)를 꼽을 수 있다. <과학카페>는 대덕연구단지와의 협조 아래 KBS 대전총국 과학프로젝트팀이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 지난해 11월 신설되면서 금요일 오후 10시 프라임 시간대에 전격 배치, 파격적인 편성으로 먼저 대중에게 손을 뻗었다.

 

 KBS <과학카페>의 한 장면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민의 흔적이 더 엿보인다. 다큐멘터리가 주는 무거움을 피하기 위해 가상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드라마타이즈(dramatized)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했다. 또 미국의 등의 영향력으로 관심이 높아진 과학수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코너를 배치했다.


이강주 과학프로젝트팀장은 “생활 속에서 과학적 메커니즘을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대중이 과학을 가깝게 느끼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화재, 술, 중독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아이템이 등장한다. 지난 20일 강원도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바로 다음 방송에서 한반도 대지진의 가능성을 따졌다.


편당 평균 제작비도 5000~6000만원으로 파격적이다. 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이강주 팀장은 “이제 과학은 일부 학자들에 국한된 분야가 아니다. 현대 생활은 과학과 함께 가고 있다”며 “그동안 방송에서 그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학을 외면해왔지만, 앞으로는 방송에서도 경시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EBS<사이언스 매거진 N>역시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과학계 뉴스와 이슈 등을 폭넓게 다룬다. <사이언스…> 역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과학이란 소재의 특성상 ‘필름 N 사이언스’ 등의 코너를 구성해 과학과 생활의 연결 고리를 찾았다. 영화 <4인용 식탁>의 기면증, <혈의 누>의 과학수사, <소림축구>의 축구공과 유니폼의 원리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낸다.


, 등 고급 다큐멘터리에서도 생활 속의 과학은 인기 소재다. 은 최근 ‘미래’ 3부작을 선보여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시도했다. 은 모유, 소리, 빛 등의 비밀을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해냈다.


과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사랑, 마음 등의 소재도 과학과의 결합으로 훌륭한 다큐멘터리로 탄생하기도 했다. KBS <다큐멘터리 사랑>, <다큐멘터리 마음> 등은 감성과학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연 프로그램들.

이렇게 많은 과학 프로그램들이 ‘생활 속의 과학 이야기’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 왔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과학카페>는 금요일 오후 드라마들의 경쟁에 밀려 평균 5~6% 시청률을 올리고 있을 뿐이며, 과학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했던 MBC <두뇌발전소Q>는 2월 3일 방송을 끝으로 방송 12주 만에 폐지된다.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주부들이 주 시청층이었고, 인풋(투입) 대비 아웃풋(산출)이 적었다”는 게 <두뇌발전소Q> 담당 김학영 책임PD의 설명이다.


실제로 과학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 교양 프로그램과는 달리 실험, 특수장비 등이 활용돼서 품이 많이 들고, 제작비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 환경은 열악하고, 정규 과학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 낮다. 그래서 과학에 대한 투자의 현실화와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현장의 고민으로 남았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