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화제 방송 ‘유명인사 빅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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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한국에서 가수 유니의 죽음을 계기로 인터넷 ‘악플’에 대한 공방이 진행되는 사이, 영국 사회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쇼 ‘유명인사 빅브라더 (Celebrity Big Brother)’를 둘러싼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유명인사 빅브라더’는 ‘채널 포(Channel 4)’에서 방영하고 있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얼리티 TV’ 가운데 하나다. 2000년 ‘일반인 빅브라더’로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금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5번째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


이번 인종문제 논란은 지난 16일 하우스메이트들 가운데, ‘일반인 빅브라더’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제이드 구디(Jade Goody)를 위주로 한 몇 명의 영국 여성들이, 발리우드 스타인 실파 셔티(Shilpa Shetty)에게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실파 셔티에게 “넌 여기서 평범한 사람이다,” “슬럼으로,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소리치거나, 그녀의 이름과 인도식 영어발음을 놀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 장면이 나간 이후, ‘발리우드 스타가 인종주의의 희생이 되었다’고 항의하는 4만 통 이상의 편지가 영국의 미디어 감시기구인 오프컴(Ofcom)의 빗발쳤다. 이에 오프컴은 ‘채널 포’에 방송내용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지시함과 동시에, 관련자들을 불러 사건 진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 장면이 인터넷 공유사이트를 통해 인도에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영국인과 인도인 사이에 존재해왔던 감정의 앙금을 자극했다. 이에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과 고든 브라운 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영국은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채널 포’ 또한 황급히 두 여성이 화해하는 장면과 제이드 구디를 빅브라더 하우스에서 내보내는 내용을 방송했지만,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가디언(Guadian)은 지난 월요일자(1월 22일자)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채널 포 경영진의 지도력의 위기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채널 포’는 이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는 ‘빅브라더’의 가장 큰 스폰서를 잃었고, 사회적으로는 인종문제를 자극적인 방송 양념으로 활용하려는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을 드러냈으며, 이는 ‘채널 포’가 재정 적자를 공적기금을 받아 메우려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25일 BBC 뉴스를 통해, 채널 포 프로그램 담당자는 오히려 인종문제논란이 지루해졌던 ‘빅브라더’를 살렸다고 말하며,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모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즉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은 유감이지만, 인종문제와 관련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채널 포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사건에는 영국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가 드러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영국 사회가 ‘약자에 대해 행하는 폭력’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인종주의적 발언이 불거져 나오자마자 광고주가 광고를 철회하며, 사건당사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시장에서 수거됐다. 이러한 폭력에 대한 영국 사회의 민감성이 미디어 감시기구인 오프컴의 권위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사회는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타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고, 이러한 ‘악플’들을 ‘인용’이라는 형식을 통해 언론이 재생산 하고, 감시기구는 폭력적인 언론에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영국에서 ‘빅브라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의 난리법석들이, 사람이 죽어나가도 움직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둔감함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영국 = 채석진 통신원 / University of Sussex  ‘Media and Cultural Studies’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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