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식 PD의 드라마 연출론 2
상태바
최상식 PD의 드라마 연출론 2
극영화 만든 ‘멜리에스’에서 영화언어 확립한 ‘그리피스’까지
  • 승인 1999.02.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최상식 kbs 드라마제작국장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영화를 실제 일들을 기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가진 극영화로 발전시킨 사람은 멜리에스(georges melies)이다. 초기 영화는 모든 움직이는 것의 새로움과 놀라움에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어디까지나 사실의 기록으로서 ‘영화 찍기’는 주로 카메라맨의 작업이었다. 그러나 멜리에스의 등장으로 인하여 영화는 ‘사실의 기록’에서 ‘창조’로 격상되었고 영화 작업의 주체로서 감독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그는 전직 마술사 출신답게 여러 가지 트릭(trick)과 특수효과(special effect)를 개발함으로써 신비롭고 환상에 가득찬 영화의 세계를 창조해 내었다.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화면에서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나게 하는 기법이라든지 이중인화(super impose), 페이드(fade in, out), 미니어츄어(miniature) 촬영 등의 기법들을 개발하여 영화를 통해 인류의 꿈을 실현시켜준 최초의 사람이 바로 멜리에스였다.1902년에 발표된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은 멜리에스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로서 세계적인 히트작이었다. 과학자들이 로켓선을 타고 달을 탐사하고 돌아오기까지의 모험담을 담은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30개의 장면을 순서대로 배열시켜 일관된 흐름 속에 완성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 서술기법상의 중요한 변화로서 영화문법이 형성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또한 당시 한 권(reel)당 1분 이내의 영화 상영시간을 10분 내지 15분으로 늘림으로써 장편영화 출현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멜리에스의 공이다. 한마디로 영화에 있어서 트릭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스토리 텔링에 대한 대 야망을 구축해 놓은 극영화의 창시자가 바로 죠르쥬 멜리에스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영화를 통해 환상의 세계를 창조한 ‘빛의 연금술사’였다.에디슨 영화사의 감독겸 촬영기사였던 포터(edwin. s. porter)는 1902년 ‘아메리카 소방수의 생활’을 제작하여 명성을 얻는다. 이 영화에서 포터는 처음으로 편집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영화가 당시의 연극적 관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갖게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도입부 첫 쇼트에서 소방관의 꿈을 통해 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불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두 번째 쇼트는 화재 경보기를 잡아당기는 손의 인서트, 그리고 꿈을 깬 소방관과 소방수들이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쇼트로 연결된다. 이것은 영화사상 최초의 인서트의 사용으로 기억된다. 또한 포터는 이미 찍어 두었던 소방대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뉴스필름과 자신이 촬영한 쇼트들을 짜 맞추어 편집함으로서 한층 생동감 있는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어서 포터는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영화 ‘대 열차 강도’(the grate train robbery, 1903)를 발표한다. 우편열차를 습격한 악당들이 돈을 탈취하여 도주하다 추격대에 의해 일망타진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최초의 서부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일찍이 경험할 수 없었던 흥분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포터는 전작에서 시도하였던 편집술을 ‘대 열차 강도’에서 더욱 발전시켰다. 동 시간대에 일어나고 있는 두 갈래의 사건을 교차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교차편집(cross cutting) 수법을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때로는 쇼트간의 생략과 비약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세트촬영을 고수함으로써 무대적 공간을 벗어날 수 없었던 멜리에스와는 달리 과감한 옥외촬영을 감행함으로써 사실주의 영화의 새 장을 연 사람도 포터였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격투장면, 인물의 움직임을 추적한 카메라의 팬(pan), 강도의 상반신이 느닷없이 나타나 관객에게 총을 발사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충격적인 영상 등, 포터가 다음 세대의 영화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 1907년 포터에게 한 청년이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왔다. 포터는 그가 쓴 작품보다는 오히려 외모가 그럴듯하게 보였던지 그를 배우로 기용하여 영화 ‘독수리 둥지로부터의 구출’을 찍었다. 그 청년이 바로 미국 영화의 아버지로 칭송 받는 d. w. 그리피스(david. wark. griffith)이다. 배우로서 영화계에 입문한 그리피스는 이듬해 ‘돌리의 모험’을 발표하여 감독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1910년대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된다. 영화의 초석을 놓은 포터에 의해 영화를 예술로 승격시킨 청년 그리피스가 인도되어진 것은 운명의 전기였다. 1915년 그리피스는 남북전쟁 직후의 혼란한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흑백의 대립 상을 극화한 3시간 짜리 장편 서사극 ‘국가탄생’(the birth of a nation)을 완성한다. 당시 윌슨 대통령도 이 영화를 관람하고 “마치 조명을 받으면서 역사를 기록하는 것 같다”라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당시로선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세계적인 화제작이었다. 이 영화는 영화사가들에 의해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문법을 농축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리피스가 후세 영화에 기여한 공은 실로 크다. 그는 쇼트(shot)가 영화언어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가치관을 견지함으로써 카메라 촬영법의 토대를 마련하고 편집의 개념을 확립시켰다. 전경(全景)을 통해 객관적인 서술밖에 할 수 없었던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그리피스는 장면들을 롱 쇼트(long shot), 미디엄 쇼트(midium shot), 클로즈업으로 분활하여 촬영하고 정교한 편집을 통해 스토리를 완성함으로써 영화의 표현 영역을 크게 확대하였다. 특히 당시로선 금기시되었던 클로즈업을 과감하게 사용함으로써 배우의 표정연기를 통한 감정묘사와 미세한 심리표현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리피스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 구사와 이동촬영기법을 발굴하고 그림자(陰影)를 살린 입체적 조명기법인 램브란트(remberandt) 조명법을 창시하였으며, 포터가 시도했던 평행편집(parallel editing)기법을 더욱 발달시켰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난 두 개 이상의 사건을 교차시키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화면의 길이를 점점 짧게 하여 극적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평행편집 기법은 쫓고 쫓기는 헐리우드식 활극영화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1916년 그리피스는 ‘인톨러런스’(intolerance)를 완성하였다. 인류의 불관용(不寬容)이 저지르는 네 가지 죄악을 다룬 이 영화는 시대가 다른 네 개의 삽화들로 이루어진 실험성 높은 영화였다. 거액을 투자한 회심의 역작이었으나 그리피스의 의욕과는 달리 이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나친 이상주의와 시대를 앞질러 간 영화기법이 당시 관객들로부터 외면 당한 이유였다. 그러나 ‘인톨러런스’는 미국에서의 흥행 실패와는 달리 러시아혁명을 완성시킨 레닌의 권장으로 소련에서 10년 동안 순회 상연됨으로써 클레쇼프, 푸도프킨, 에이젠스타인과 같은 소련의 감독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게된다. 에이젠스타인은 “그리피스의 업적은 영화 매체의 서술을 풍부하고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수법들을 발견하고 응용한 점에 있다. 크로스 커팅, 클로스 쇼트, 플래쉬 백, 디졸브 등은 문학과 필적하는 양식으로서 그리피스가 이미 모두 발견하였다”라고 평하고 있다. 한마디로 류미에르에 의해서 영화가 만들어 졌고 멜리에스에 의해 극영화의 가능성이 증명되었으며 포터에 의해 무대극 형식에서 탈피한 영화문법의 기초가 발아(發芽)하였고, 그리피스에 의해 영화적인 표현술이 구사되어 비로소 영화형식이 완성되었다. 특히 그리피스는 초창기의 영화 기술들을 정리, 심화시키고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여 영화언어를 확립함으로써 영화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인물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후세 영화감독들은 모두 그리피스에게 빚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ontsmark4|
|contsmark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