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故) 김형은을 보내며
상태바
[기고] 고(故) 김형은을 보내며
  • PD저널
  • 승인 2007.03.01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은. 그녀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26살. 3년간의 개그맨 생활. 4개월의 가수생활이 그녀가 남긴 세월의 전부였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웃음과 사랑은 결코 작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정말 재능 있는 개그맨이었다. 연기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좋았다. 망가지는 역할도 서슴없었고 NG내는 법도 없었다. ‘미녀 삼총사’ 코너를 접을 때쯤엔 춤과 노래에 관심이 많아서 설날 특집 폭소가요제를 준비하면서는 며칠을 밤을 새며 춤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진짜 가수로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모두 곧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가 놀랐고 특히 그녀와 함께 소극장 생활을 했던 동기 개그맨들의 충격이 컸다. 그날 새벽. 가장 먼저 김기욱과 김재우가 달려갔고 그 이후에도 많은 개그맨들이 병원을 찾았다. 상태가 심각했던 김형은은 아예 면회가 불가능했고 장경희나 심진화는 그래도 면회는 가능했다. 김기욱이 십자인대를 다쳐 1년 가까이 병원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면회를 왔던 이들이 바로 미녀삼총사였다. 참 야속한 세상사다.


수술 후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많은 웃찾사 개그맨들이 김형은을 위한 헌혈대열에 동참했었다. 개그맨은 팔자가 별나서 그깟 병쯤은 툭툭 털고 일어설 거라며 서로의 불안감을 지워갔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그녀는 지난 1월 10일.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말았다. 나는 그날 한 인터넷 언론사에 김형은의 쾌유를 비는 칼럼을 보냈었다. 하지만 원고를 보내고 나서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김형은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참담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영결식과 발인이 있던 지난 금요일. 웃찾사의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힘든 하루였다. 새벽부터 눈물을 쏟아냈던 웃찾사 출연진과 제작진은 다시 오후에 모여 녹화를 해야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무대에서 맞고 쓰러지고 웃고 노래하고 춤을 춰야 했다.

 

슬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찾는 일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녹화를 마치고 전 출연자들은 그날의 출연료 전액을 고(故) 김형은 유족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의했다. PD로서 <웃찾사>가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웃찾사를 하면서 개그맨들의 슬픔을 참 많이도 봐왔다. 모친상을 당하고 녹화를 했던 띠리띠리 김민수 군. 부친상을 당하고 무대에 올랐던 문세윤 군, 콩팥댄스를 추다가 무대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실려 갔던 박보드레 양. 모두 모두 슬픔을 감추고 웃음을 찾는 것이 개그맨의 본분임을 몸소 보여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직도 내 핸드폰엔 지난 연말 SBS 코미디 대상 시상식에 ‘미녀삼총사’를 초청하지 않아서 삐쳤다는 그녀의 문자가 그대로 남아있다. 마음이 약해지니 모든 게 다 내 탓인 듯하다. 그래도  그녀를 가슴에 묻고 또 웃음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도 꼭 돌아오고 싶어 했던 웃찾사를 지키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슬픔을 나누었던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 상 혁 SBS 예능 PD(‘웃음을 찾는 사람들’ 담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