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일급비밀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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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일급비밀 FTA’
  • PD저널
  • 승인 2007.03.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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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해경 =  한국일경의 첫머리는 북악이라는 곳인데 그 남녘 기슭에 청와라는 곳이 있다. 이곳의 어떤 새는 생김새가 닭 같은데 오색으로 무늬가 있고 이름을 봉황이라 한다. 이 새는 자태와 움직임이 자연의 절도에 맞으며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춘다.

 

 이 새가 나타나면 천하가 평안해진다. 이 새를 근자에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이곳의 다른 어떤 새는 생김새가 사람과 같은 얼굴에 네 개의 입을 가졌고 귀는 없다. 이 새가 울면 천하가 크게 소란스럽다.
 남쪽으로 오리를 가면 정총이라는 북악의 종산이 있는데 기슭이 바위라서 아무나 오를 수 없다. 이곳의 어떤 새는 사람의 몸통인데 머리가 없다. 말을 할 때는 몸통에서 바로 혀가 나오는데 때로는 그 혀가 누구의 몸통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이름을 외통이라 하며 그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져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이곳의 어떤 동물은 이름을 재경이라 하는데 금을 먹고 산다. 먹을 때는 네 손 가득히 금을 움켜쥐고 네 개의 입에 연신 집어넣는다. 이것이 배설물을 흘리면 천하가 가난해진다.


 다시 서남쪽으로 시오리를 가면 한수를 건넌 곳에 방송위라는 산이 있다. 이곳의 새는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하고 춤춘다. 이 새의 주식은 방송인데 때로는 간식으로 동류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 새가 울면 천하가 크게 가문다. 이것들은 자주 회동을 하며 비밀을 만드는 일을 한다.

 

 ◆ 그리스로마신화  =  비밀을 만드는 자는 그 비밀을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금고 속에 감추고 싶어 한다. 비밀의 금고는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어야 하고 누구도 열 수 없어야 한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열쇠 3개로 열어야만 하는 육중한 3중 철제문 12개를 지나야 한다.


 한 개의 3중문과 다음 3중문 사이에는 음습한 동굴 속으로 가파르게 난 120개의 계단이 있다. 그 중 한 계단은 120미터 깊이의 함정이다. 첫째 함정에는 이미 수를 알 수 없는 백골들이 풍화되고 있다.
 

 어찌어찌해서 문에 도달하면 저승의 맹견 케르베로스 3마리가 지키고 있다. 리라의 명수 오르페우스가 아니라면 이들을 잠재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헤라클레스가 아니라면 맞서 싸워 이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떤 슈퍼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120개의 번호 자물쇠로 잠긴 거대한 철제 금고가 있다.


 거기에 도달한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는 없다. 신에게 소원을 말해 먼지 수만큼의 수명을 얻은 쿠메의 무녀다. 그녀가 언제 거기에 들어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녀의 몸은 오랜 세월 끝에 작아지고 작아져 먼지만큼 작아졌다. 그녀는 결국 금고 여는 것을

 

 포기한 채 모기만한 소리로 중얼댄다.
 “죽고 싶어.”

 

 ◆ 정해오적파의 행동수칙 = 입은 한 가지 노래만 할 것. 귀는 절대로 열지 말 것.  비밀을 엄수할 것. 비밀이 탄로 났을 때는 배신자를 색출, 처단할 것. 그래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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