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 America Radio’ 파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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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America Radio’ 파산의 교훈
  • PD저널
  • 승인 2007.03.0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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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표적 라디오 방송사인 Air America Radio(AAR)가 지난해 말 파산 선고를 받은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의 한 부동산 사업자가 새로운 주인으로 나섰지만 AAR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 AAR은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앨 고어 (Al Gore)가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 (George Bush)에게 지자, 민주당 관련 인사들이 선거 패인 중의 하나가 보수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작됐다.


보수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것들이 러쉬 림보 (Rush Limbaugh)나 숀 해너티 (Sean Hannity)가 진행하는 것들인데, 현재에도 미국에서 600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민주당이나 진보세력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 인사들이 조직을 시작해 2004년 미국 대선 직전에 방송을 시작한 것이 AAR이다.
초기 AAR은 5개 지방 방송사에서 전파송출을 시작했지만, 2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81개 방송사로 그 수를 빠르게 늘였고, 주요 시장에서는 보수 프로그램들보다 청취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와 지난 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에 주요한 요소라고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청취율에서도 이기고, 정치적으로 성공을 한 AAR이 지난 해 말에는 파산신청을 하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는데, 그 이유를 보면 미국의 미디어 환경을 흥미 있게 잘 보여주고 있다.


파산 신청을 했으니 그 실패의 원인은 돈이겠지만, 청취율이 높으면 광고도 더 많이 팔리는 것이 분명한 이치인데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광고주들이 이 방송의 내용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면, 중간선거 직전이었던 2006년 10월에는 HP사가 AAR에 방송되던 광고를 모두 거두어 들였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월마트 등 미국의 거대 광고주들이 줄줄이 그 뒤를 이었다. 이 회사들은 AAR의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를 대지만, 그들이 보수 성향의 프로그램들에게는 계속 광고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이유가 터무니없음을 알 수가 있다. 결국 대기업들이 AAR의 반보수 성향의 프로그램들이 싫어 돈줄을 끊은 것이다.


또 다른 경제적 실패의 원인은 미국 라디오방송의 산업적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 라디오 방송사들은 대부분이 민영 방송사들이고, 소수의 거대 미디어 대기업들 (Clear Channel, Viacom 등)이 네트워크로 만들어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려면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의 시간을 사고, 광고를 팔아서 수지를 맞추는 것이다.


AAR의 경우에는 초반에 주요 시장의 라디오 방송사를 사서 방송을 하려고 했지만, 미디어 기업들은 네트워크 안에서 방송사를 늘이는 데만 관심이 있어서 팔 생각이 없었다. 미디어 기업들이 거대화되는 가운데 AAR과 같은 신생아들은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AAR은 광고수입이 변변찮은 상황에서 방송시간을 사고, 방송사를 늘이는 출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로 방만한 운영을 들기도 한다. 정치에 중심을 둔 사람들이 경영을 하다 보니 다른 미디어 전문 경영인들이 보기에는 20명을 두고도 가능한 것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두었다. 또 Al Franken과 같은 스타 진행자들의 몸값이 내부 출혈을 심하게 했다는 것이다.


파산선고 후, 뉴욕의 한 부동산 사업자가 AAR을 사서, 또 다른 출발을 예고하지만, 이미 많은 인기 진행자들이 떠났고, 또 라디오 방송사들도 방송을 중단하고 있어 AAR의 미래는 현재 불투명하다. 결국 미국과 같이 상업화된 방송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거대 미디어에 기대고,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명제를 AAR의 파산은 증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이란 청취율과 광고주를 동시에 쫓아야하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렸고, 거기에 내용은 곁다리로 끼어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취자들이 주는 것만을 받아먹지는 않아, 자신에 맞는 것을 찾고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AAR의 청취율에서의 성공과 이를 본받은 새로운 리버럴 라디오 네트워크의 탄생, 리버럴 신디케이트쇼가 인기를 얻는 등 최근 미국 라디오방송의 동향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이헌율 통신원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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