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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준 KBS PD(드라마2팀)

 

근래의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이제 공공연하게 거품론을 들먹이는 상황까지 왔다. 거품론의 핵심은 실제의 가치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거품론의 와중에 들리는 ‘희망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제일 가슴에 와 닿는다. 일을 시작해서 10여년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는 게 보통 서민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소박한 꿈을 잃게 하는 사회는 못된 사회다. 꿈을 잃게 만드는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근년의 드라마 제작 상황을 부동산에 비유한다면, 이제 드라마 거품론을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드라마 제작 자원의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했다고 단언한다.

 

실제의 가치보다 가격이 훨씬 부풀려져 있다는 말이다. 작가, 감독에게 3000~4000만원, 주인공 2명에게 4000~5000만원 - 드라마 1회당 이들 4명에게 돌아가는 몫은 7000~9000만원이다. 외주제작사는 코스닥 자본이나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엄청난 가격에 핵심 제작 자원들을 싹쓸이  해서 드라마를 만든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사가 이들에게 광고수익 이상의 돈은 줄 수 없다.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감당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겨울연가가 매년 몇 편씩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렇게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면 남는 게 없다. 자본은 그 속성 상 이익이 나지 않으면 급속히 이탈한다.

 

수년 내에 껍데기로 전락한 제작사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날 것이고, 결국 살아남는 몇 개의 대형 제작사만 시장을 지탱할 것이다. 그리고 거품은 꺼질 것이다.

 

겨울연가로 촉발된 한류열풍이 몇 년도 못가 사그라지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류 문화상품에 대한 썰렁한 반응은 이제 당연한 현상이 돼 버렸고, 중국이나 동남아도 자국 콘텐츠 보호, 육성을 위한 국가적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몇몇 스타에 의존한 한류에만 집착하고 있다. 콘텐츠의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스타를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하는 머니게임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산업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은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합리적 원칙과 적절한 규제 없이 머니게임만 난무하는 이런 드라마 제작 상황은 장기적인 드라마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실 현업에서 느껴지는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한 관계는 많은 부문에서 감지된다. 배우와 매니지먼트사와의 관계, 제작사와 방송사와의 관계, 배우와 감독의 관계, 작가와 감독의 관계 - 이 모든 관계들에서 불합리와 부조리를 걷어내고 정도(正道)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이러다간 우리 드라마의 장래엔 희망이 없다. 스타를 활용한 드라마도 있어야 하지만, 기획과 작품성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드라마도 나와야 한다. 16~30부의 상업적 드라마도 지속되어야 하지만, 2~10부작의 명품 드라마도 자꾸 나와야 한다.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에 대한 투자만 있어선 안 되고, 단막극과 특집극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아주 중요하다. 다양한 독립영화들 속에서 대가(작가, 감독, 배우)가 나오는 법이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우리 드라마의 ‘미래’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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