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한 사회의 즐거운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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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한 사회의 즐거운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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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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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

 

 한국사회에서 분노는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 최근의 시사저널 사태나 일해공원에서처럼 분노는 황당함과 함께 찾아온다.

 

 우리 사회에서 몰상식한 일들은 번번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교육, 종교 부분과 함께 사회의식과 가치관의 건강성을 담보해야 하는 언론조차 <조중동>이 보여주듯 몰상식이 보수를 참칭하는 상황에서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래저래 기사거리는 넘치고 카메라는 다양한 사회 병중을 담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텔레비전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무지는 몰상식과 뻔뻔함의 토양이다. 가령 회식을 마친 뒤 택시 타고 귀가할 때면 기사에게 물어보자. “기사 양반은 전교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민초의 한 사람인 택시기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정적인 답변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연 그는 전교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

 

 잘 알지 못하지만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적개심을 드러내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한 예에 지나지 않지만 조중동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도모하려는 활력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일반 대중이 갖는 정서적 반감의 뿌리는 깊다. 그릇된 정권을 몰아낸 시민 역량이지만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불온한 것으로 선전했던 역대 독재정권과 조중동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분단 상황에서 주입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걷어내지 못하고 기존질서와 체제에 대한 자발적 복종의식에 매몰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 이 순간은 모두 즐겁다” 구호의 텔레비전은 사회구성원의 그런 의식과 긴장하는 대신 영합하도록 작용한다.


 한국의 방송은 너무 재미있다. 특히 텔레비전은 사회구성원들을 드라마 중독증에 걸리게 한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젠 스스로 친 그물에 공공성을 가둔 지경이다. 유익한 프로그램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정작 시청해야 할 사람들은 보지 않고 시청하지 않아도 될 사람만 본다.

 

 보도국은 상식-몰상식의 구도로 우리사회를 바라봐야 하는데 진보-보수의 구도로 잘못 보면서 기계적 중립성에 머물러 있다.


 사회구성원을 지배하는 과거의 유령은 아직 우리가 걷어내지 못한 과거에 훈련된 의식이다. 그 의식은 몰상식한 논리조차 반박하지 못할 만큼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나듯 신문의 영향력은 텔레비전을 뛰어 넘지 못한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책임은 크다.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곧 이 사회가 지향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방송종사자들은 방송의 영향력이 더 큰데도 조중동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크스는 자유언론의 일차적 요건으로 산업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지만 오늘날 방송은 즐거운 미디어산업이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 대중이 사회의 건강한 활력소들에게 보내는 부정적인 눈길에 맞서지 않고 이에 영합한다면 그 눈길은 그나마 허약한 방송의 공공성에도 꽂힐 것이다.  

그 조짐은 이미 수신료에 대한거부감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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