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도 간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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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도 간첩이 될 수 있다?!
  • PD저널
  • 승인 2007.03.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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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건 식 PD (MBC ‘PD수첩’)
 
- 특종을 위해 목숨을 걸지 마라-

최근 미국에선 미국·이스라엘 정치행동위원회(AIPAC: American Israel 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위해 일했던 2명의 로비스트 스티븐 로슨과 키스 웨이스먼이 간첩죄로 연방법원에 기소됨에 따라 PD, 기자들도 간첩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첩죄는 공무원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는데, 이 번 로비스트 건은 정부 관리가 아닌 일반인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로비스트처럼 PD,기자도 정부 고위관리나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며 고급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점에선 동일하다.


 이러한 우려가 커진 것은 미국에서 실제로 언론인이 간첩죄로 기소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카에다와 관련 있는 용의자에게 입금되는 돈을 모니터하기 위한 계획과 영장 없는 국내 도청 계획을 상세히 밝힌 뉴욕 타임스의 제임스 라이슨 기자와 에릭 리치트블라우 기자, 그리고  테러리스트 용의자를 숨겨 놓고 심문하는 데 사용된 유럽의 CIA 비밀수용소를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다나 프리스트 기자 등을 정부가 간첩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하원의원 피터 킹은 “우리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데 뉴욕 타임스가 비밀 작전에 대한 정보를 보도한 것은 반역죄”라고 주장하면서 “은행 계좌 기사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로 언론자유가 위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선 이러한 일은 단지 남의 나라 일일까? 그렇지 않다. 한겨레신문과 KBS <미디어 포커스> 1월13일자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해 12월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는데, 비밀보호를 위한 강력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어 자칫 PD가 특종을 위해 뛰다가 간첩으로 몰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즉,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27조(탐지·수집 조항)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국가이익을 해할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단지 비밀을 수집, 즉 취재했다는 이유만으로 7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황우석 보도의 사례를 들면, 국가정보원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시설을 국가기밀로 지정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경호도 기밀이었다. 만약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화된 뒤, 줄기세포에 대한 취재가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익에 대한 여론을 등에 업고 국가정보원이 ‘간첩죄’로 담당 PD를 구속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27조 2항은 더욱 무섭다. 27조 1항을 범한 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때에는 무려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27조 3항. 27조 1항,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돼 있다. 보고라인을 따라 다른 사람에게 보고해도 이론상으로는 10년형을 받게 돼 있다.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고 시도만 해도 처벌받게 돼 있다.


 28조도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다. 28조 2항은 비밀을 열람하거나 제공 또는 설명받은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제 처벌이 무서워 대나무숲에다 대고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혼잣말로 소리쳐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국가 비밀로 지정된 정보일수록 취재 가치가 큰 정보일 가능성이 큰 데, 취재 가치나 특종을 좇다 보면 ‘간첩죄’의 함정에 빠져들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게다가 비밀의 범주가 안보에서 통상이나 과학기술 같은 분야로 확대돼 위험성은 더욱 더 커졌다


 예를 들어, 지난 해 작전통제권 전환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부분의 우리 언론들은 작전계획 5027, 작전계획 5029 등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계획은 사실 국가 기밀이어서 지금 다시 보도한다면 처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FTA를 취재하다 정부의 비밀 문서를 빼내 보도하거나 원자력에 관한 첨단과학기술을 보도해도 마찬가지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PD들이여, 특종을 위해 목숨을 걸지 말지어다. 동토의 왕국이 다시 찾아왔나니!
진정 2007년은 신종 언론탄압의 원년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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