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행자 된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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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수사 제대로 받는법’ 기고 뒤 변호사로 전업

 EBS <세상에 말걸다> 진행

 

지난해 9월 한 현직 검사는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주제로 글을 실었다. 글의 요지는 "피의자가 됐을 때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

 

수사 하는 입장에서 조사당하는 사람의 권리를 설명한 이 글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가져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고 10회 연재 예정이었던 글은 결국 1회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글을 기고했던 현직 검사는 변호사가 됐고 2일 첫 방송한 EBS 시사프로그램 <세상에 말걸다>의 방송 진행자로 데뷔했다. 그가 바로 금태섭 변호사(40)다.

 

“방송 진행자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길이었다. EBS <세상에 말걸다>는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들을 역지사지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기획의도에 끌렸다. 따뜻한 시사를 표방하는 <세상에 말걸다>가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EBS <세상에 말걸다>는 이번 봄 개편에 처음 선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사회의 약자와 그를 둘러싼 갈등 등을 양자의 입장에서 다룰 예정이다. 2일 방송에서는 ‘이주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 사장’의 입장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담아냈다.

 

“원래 약자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적게 주어진다. 약자든 강자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이런 금 변호사의 철학은 똘레랑스를 실천하는 진행자를 찾던 <세상에 말걸다> 제작진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다. 제작진은 금 변호사가 지난해 검사로서 한겨레에 기고한 ‘수사 제대로 받는 법’ 또한 <세상에 말 걸다>의 진행자로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검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변호사가 설명하는 것보다 상대적 입장에 있는 검사가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어 금 변호사는 “검사들은 유죄판결을  95%  이상 받아낼 정도로 정확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공감하지 못한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우리끼리 이해하는 법은 소용이 없다. 일반인들이 법을 쉽게 이해하고 함께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금 변호사는 당시 글을 기고한 뒤, 형사부 소속에서 비수사 부서인 총무부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올 1월 검사를 그만뒀다. 현재 금 변호사는 서초동에서 후배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글을 기고하지 않았다면 검사를 그만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더라도 글 쓴 것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

 

금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둔 것이 글 기고 논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변호사로서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동기들은 이제 평검사에서 관리자의 길에 들어선다. 난 법률전문가로서 현장에서 더 뛰고 싶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변호사가 아닌가. 글 기고 등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도 더욱 잘 할 거라고 본다.”

 

금 변호사는 방송 진행자로의 의욕도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였던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양 쪽의 시각을 공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방송의 균형감각을 잘 살리는 진행자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67년 생으로 86년 서울법대 입학해 92년 제3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 동안 검찰연구관, 대검찰청 기획조정연구관 등을 거쳐 서울 중앙지검 형사부 검사로 1월까지 근무했다. 저서로는 번역서 <세상을 바꾼 법정>(2006년, 궁리)가 있다.


이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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