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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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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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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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홈쇼핑인수허가는 잘못된 정책”

 

“방송과 권력은 긴장관계 유지해야”

 

공영방송 책임 물으려면 KBS 수신료 인상 불가피

 

“방송은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 수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방송영역에 대해 정부가 귀를 막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IT 블루칩 환상’의 논의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어느 나라도 자기네 문화를 내놓고 ‘너희들이 들어와라’ 하는 나라는 없다.”


1기 방송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전 건국대 교수는 최근 진행 중인 한미FTA협상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콘텐츠는 국경이 없다는 발상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방송시장을 지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방송위원장 임기를 마친 2003년 강단으로 돌아가 지난 2월말까지 건국대 교수로 일했다. 40년 가까이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방송이 담아야 할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공적 책임을 지고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탄생한 새로운 매체들 모두 지켜야하는 가치다.

“방송매체의 특성으로 파생한 방송의 공적 책임, 공공성과 공익성을 구현하는 장치를 갖는 것은 디지털환경에서도 다르지 않다.”

방송위원회 탄생의 주역이기도 한 강 전위원장은 지난해말 3기 방송위원회가 대기업인 롯데에게 우리홈쇼핑 인수를 허가한 것과 관련해 “정책 목표를 벗어난 과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티브로이드 상임고문을 맡은 그를 2월26일 자택에서 만났다.

 

-거대 MSO로 꼽히는 티브로이드의 상임고문을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티브로이드 상임고문은 큰 틀의 유료방송정책 방향에 대한 자문역할에 국한한다는 전제가 있어서 맡았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과 원칙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MSO의 경우 티브로이드, C&M, CMB홀딩스, CJ케이블넷, HCN 등 5개사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MSO의 독점화를 우려한 바 있다.

“MSO의 시장지배력이 확산되는 문제에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진입이 허용돼 있는 유료방송시장을 공공성이 큰 지상파의 잣대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장영향력 확대에 따른 책임의 문제를 별도의 방법으로 지워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중인 방송통신융합 관련 법안에 대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비판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어떤 점 때문인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논의는 융합현상이 초래할 시장환경의 시장획정과 시장 지배력의 변화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소유 규제 원칙 틀이 달라져야 한다.

 

언론자본, 외국자본, 외국 시장 개방 문제에서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 것을 얼마나 지키냐 거기에 걸 맞는 우리의 제도는 무엇인가가 논의돼야 하는데 기구통합 논의에 매몰됐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 추천권은 행정부와 국회가 분점해야 한다.방송과 권력은 늘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3기 방송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데 3년만에 한번씩 치러지는 인사 때마다 ‘정치적 나눠 먹기식’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을까?

“현 정부 역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방송위원회가 만든 제도가 현 정부 들어 몇 가지 바뀌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초기 방송위원회 위원 구성은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이 4명, 비상임위원이 5명이었다. 상임위원 수를 비상임위원 수보다 적게 한 이유는 비상임위원이 상임위원을 견제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상임위원들이 단독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상임위원 수를 5명으로 늘려서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이제는 상임위원이 결정하면 그대로 정책으로 연결된다.”

 

-방송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방송 전문가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한 개인의 전문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위원 한 사람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유능한 스텝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갖춰져야 한다.

 

향후 구성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들의 서포트 기능을 강화하는 소위 ‘백업장치’를 잘 마련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방송은 방송뿐 아니라 국제적 시장개방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법, 문화, 역사 등 우리 문화 주체성을 갖춘 전문가도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미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방송시장 개방을 집요하고 요구하고 있다.

“현 구도 속에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 방송은 개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 시장은 이미 개방이 돼있기 때문이다. 통신은 개인간의 사적 소통행위, 방송은 다수의 공적 소통행위이다. 방송은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멕시코는 미국과 NAFTA를 체결한뒤 방송시장이 황폐화되었다. 우리에게 방송은 쌀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재 지상파의 독점적 영향력이 크게 줄고 있고 케이블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차별적 규제)로 인해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지상파는 아직도 방송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 지상파의 특권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료방송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보편적 서비스를 해야 할 공영방송의 몫이 크다. 지상파의 영향력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시행돼야 한다. 방송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 접근이 차단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료방송이 방송계를 지배하는 상황이 된다면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 및 방송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를 목표로 MMS(멀티모드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MMS 허용은 반대한다. 방송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는 지상파가 MMS 시장에 진출하면 유료방송 시장은 다 깨질 것이다. 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역할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어낸다면 정책의 수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지상파는 언론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KBS의 수신료가 지난 81년부터 26년째 제자리 상태에 있다. 공영 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영방송의 재원중 수신료가 50%를 차지한다. 수신료를 묶어놓고 어떻게 공영방송을 기대하고 공적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나?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영국 BBC의 수신료는 1만8000원 정도한다. 우리는 적어도 6000~7000원 정도로 수신료가 올라야 한다. 수신료가 오르면 수신료만 갖고도 현재 KBS는 운영이 가능하다. 지상파 공적 책임을 물으려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 하며 국민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 하지만 KBS부터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내부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

 

-3기 방송위원회는 지난해말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었다. 이에대해 언론 시민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1기 때 홈쇼핑 사업자를 선정할 때의 기준은 명확했다. 롯데홈쇼핑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홈쇼핑사업에 뛰어들 경우,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해 독점적 지위가 형성되면서, 전체 유통망을 훼손시킨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방이 포함된 중소기업이 우리홈쇼핑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준이었다. 이 기준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우리홈쇼핑을 롯데에 넘긴 것은 정책 목표를 벗어난 과오다.”

 

-한국 언론의 자본 종속화가 심화되고 있다. 언론이 오히려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위기의 언론을 구제할 방안은?

“정치권력이든 경제 권력이든 모든 권력은 언론에 계속 간섭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첫째 책임있는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고 둘째 공중의 비판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각계 각층 전문가들이 사회, 역사 책임의식을 갖고 행동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의 축은 지켜질 것이다.”

 

글 임현선 기자
사진 한명섭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PD로 제작현장서 활동, 방송 40년 산증인

 

194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방송현업은 물론 학계와 방송정책규제기구에서 일하는 등 40년 가까이 방송계에 몸담았다.

1969년부터 1980년까지 극동방송과 기독교방송에서 PD와 편성부장,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으로 근무했고 82년부터 2000년까지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9년 대통령자문 방송개혁위원회 부위원장겸 실행위원장, 2000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02년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난 2월말 정념퇴임했다. 최근 티브로이드 상임고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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