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평 - ‘2000년? 2001년?’ 신종 Y2K 버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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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 - ‘2000년? 2001년?’ 신종 Y2K 버그 비상
이원근
한국과학문화재단 사업실장
캠브리지대 이학박사
  • 승인 1999.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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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새천년의 시작, 세계인류가 이처럼 공통적인 흥분과 기대를 모으는 시점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2000년의 ‘∼000’이라는 숫자에 스민 의미 때문에 세계곳곳에서는 타임캡슐이며, 밀레니엄 돔 건설 등 각종 이벤트와 특별 프로젝트 준비에 분주하다. 모든 과거의 종착점을 2000년으로 정하고 새로운 시작의 환호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양의 국가들조차도 세계의 조류에 편승하여 각종 밀레니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y2k 버그’는 이러한 흥분과 희망 못지 않게 우리를 염려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다. 자칫 컴퓨터의 오작으로 세계적인 핵전쟁이 돌발할지도 모른다는, 그것이 아마 지구의 종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 염려까지도 낳게 하는 악성 종양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신종 y2k버그를 소개한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더러 있을 것이다. “2000년 1월 1일에 태어나는 밀레니엄 베이비는 이전에 태어난 아이보다 1세기의 터울이 지는 21세기 신세대가 된다.” 흔히 듣던 이 말 속에 신종 y2k 버그가 숨어있다. 밀레니엄과 21세기의 개념 혼돈이 그 원인이다. 절반의 인구는 2000년을, 절반의 인구는 2001년을 각각 21세기의 시작으로 안다면, 딱 한 번만 있어야 할 21세기의 출발점이 혼돈 속에 두 번이 되어 각종 정신적,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이 신문, 방송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기 때문에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다. “밀레니엄(millennium, 천년)”은 서구 종교적 태생을 가진다. 예수께서 지상으로 내려와 사탄을 물리치고 천년왕국을 다스린다는(지복 천년설) 기독교적 의미로서 ‘큰 기쁨의 해’라고도 한다. 이것이 일반화되어 정의, 평화, 안정이 가득한 유토피아를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은 2000년 1월 1일로 세계공통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종교적 정의이므로 반박의 여지가 없다. 반면에 세계 시간의 기준점을 잡고 있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21세기’는 21째의 100년 즉 2001년부터 2100년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2001년 1월 1일이 21세기의 시작인 이유는 서기의 시작이 서기 0년이 아니고 서기 1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를 상대로 맺어진 하나의 약속이다. 그러므로 이를 부정하는 세계적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야 할 부분이다. 항간에 밀레니엄을 정신적 21세기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애교로 보아 넘길만 하다. 그러나 21세기를 2000년부터로 정의하는 오류 또는 주장은, 역사기술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000년에 일어난 일을 20세기의 일로 기록할 것인지 21세기의 일로 기록할 것인지는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내에서의 약속은 곧 그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2000년 1월 1일을 21세기의 시작으로 정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현 시점에서, 밀레니엄과 21세기의 시간적 정의에 대하여 더 이상 혼돈이 일지 않도록 언론이 입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와 미국의 해군천문대에 문의한 결과 기존의 개념을 바꾸자는 어떠한 공식적인 움직임도 없으며, 결코 일부 집단의 일시적인 주장에 의해서 흔들려서는 안될 사안이라고 분명한 답변을 보내왔다. 종교적 의미의 밀레니엄 시작점과, 20세기의 마지막 해로서의 2000년을 축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일수 있겠으나, 21세기의 시작을 2000년으로 생각하는 일은 중단할 일이다. 개인의 편리대로 살아가고 싶은 자유인적 의식은 탓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은 사회적 질서에 관한 문제이다. 혹, 우리의 고질적 무질서의식이 이러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토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혁부재의 의식적 복지부동은 더욱 아니어야 한다. 지식·정보화의 시대 디지털 시대에 시간개념의 정확성(또는 표준화)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중의 필수 과학덕목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y2k 버그에 비하면, 이러한 개념의 혼란은 분명 정보의 오류에서 오는 정신적, 사회적 y2k 버그인 것이다. 1900년부터 비슷한 논란이 지속되어 왔지만, 새로운 주장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가 없는 이상, 현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에서 정의한 밀레니엄과 21세기의 시간적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되, 2000년 밀레니엄 도래와 2001년 21세기 시작의 연속 축배로 인한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00년과 21세기 중 어느 하나에만 무게를 실어 주든지, 아니면 ‘순간적인 의미’보다도 새로운 천년과 21세기를 맞이하는 인류의 의지가 한곳에 집중되는 ‘시기적인 의미’에 힘을 실은 내실있는 신천년 맞이, 21세기 맞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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