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희는 의사로 나는 작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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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희는 의사로 나는 작가로”
  • PD저널
  • 승인 2007.03.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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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외과의사 봉달희>(이하 봉달희)가 15일 18회로 막을 내린다. <봉달희>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봉달희’를 통해 의학 전문성과 인간 성장기를 함께 보여준 드라마다.

 

특히 실제와 같은 수술 장면과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인간애는 <봉달희>가 평균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었다.

 

‘껍데기만 의학 드라마’일 수 있었던 <봉달희>를, 전문성이 살아있는 드라마로 키운 건 보조 작가로 활약 중인 강석훈 씨(34)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 작가는 지난해까지 서울대 병원 의료정보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한 의사다.

 

“지난해 6월부터 김형식 PD, 이정선 작가와 함께 <봉달희>를 기획하고 제작해 왔다. 드라마 배경인 흉부외과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김 PD, 작가들이 서울대 병원에서 2주 정도 먹고 자며 의사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실제 의사를 그리기 위한 노력은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강 작가는 <봉달희>를 통해 의사로서의 경험을 충분히 살렸다.

 

“내 전공이 외과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 내내 외과 의사들을 촬영장에서 함께 연기자들의 수술 장면이 실제와 비슷한 지 확인하고 고쳐나갔다. 의료 기기들도 억대가 넘는 고가라도 필요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빌려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CT나 엑스레이는 병명과 일치하는 사람들의 케이스를 조사했다. 강 작가는 자료를 찾느라 밤을 새는 일이 잦았다. 건국대병원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수술 장면 촬영은 몇 분 방송을 위해 며칠을 매달려야 했다.

 

“수술실은 토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극 중 뇌사자가 장기 기증하는 장면이 있었다. 수술장에서만 17시간 촬영했다. 드라마에는 몇 분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장기 이식하는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라텍스 등을 원료로 한 신체 모형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강 작가에게 정작 힘든 일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쓴 이정선 작가가 <봉달희>의 굵은 이야기 흐름을 쓴다면 강 작가는 중환자실, 수술장, 입원실, 응급실 등 의학 용어나 병에 대한 대처가 중요한 장면을 쓰고 있다.

 

“드라마 시작했을 때 내 원고에 대한 평가는 ‘정보만 있을 뿐 감정의 흐름은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장면을 이 선생님이 쓴 대본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는 한편 나의 부족함에 답답해져 울기도 했다.”

 

울음은 헛되지 않았다. “봉달희가 의사로 자란 만큼 나도 자란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쓴 대본이 점점 고쳐지지 않고 실제 방송이 될 때마다 신기하고 행복하다. 메인작가는 아니었지만 봉달희가 내 자식처럼 느껴진다.”

 

그가 <봉달희>의 보조 작가로 참여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2005년 그가 쓴 ‘종합병원’이 SBS TV 기획안 공모 당선작(우수상)으로 선정되면서 작가로 정식 입문했다.

 

“전공의 시절 소아과에서 근무했는데 백혈병으로 아이들이 2명이 죽었다. 죽은 아이의 명찰만 덩그러니 남은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과연 스스로의 꿈을 이뤘을까, 꿈을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묻게 됐고 작가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강 작가는 올해 서울대병원 전문의 근무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의사는 신분으로만 유지할 생각이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봉달희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의학과 멜로를 잘 연결했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적으로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메디컬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앞으로도 그 쪽을 특화시키고 싶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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