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KBS 라디오 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는 제일 재미있는 직업”


1978년, 공채 5기로 입사.


이 단 한 줄의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직한 김혜경 KBS 라디오편성제작팀장의 ‘방송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다. 헌법이 바뀌고 정권이 수차례 교체되는 동안 30년째 방송의 터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김혜경 라디오편성제작팀장은 TV쪽에서 일을 시작해 86년부터 라디오 PD로 명함을 바꿨다. 처음엔 “TV에서 라디오로 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을 정도”로 TV만이 목표였지만, 이후 20년 넘게 라디오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라디오 PD처럼 좋은 직업이 없다”는 것이었다. 라디오가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김혜경 KBS 라디오편성제작팀장

 

입사 당시 동료 PD 10명 가운데 여성은 단 둘 뿐이었다. 김 팀장 앞으로 공채 1기 이후 2~4기에 여성 PD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명밖에 없던 여성 동료마저 일찍 그만두면서 김 팀장 혼자 “고군분투”해야 했다.

유신 정권 하의 겨울공화국 시절. 당시만 해도 방송사에 ‘대통령어록’이란 게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상식이 사라지고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땅에 떨어진 때였지만 김 팀장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때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바로 내 앞에 있는 선배들이 책임 있는 발언권을 가질 정도로 강해지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진 방송 환경 속에서 ‘격세지감’을 몸으로 느낀다.

 

세월이 쌓이는 동안 김 팀장이 만든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녀교육상담실>이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 김 팀장은 “자녀 교육은 곧 부모교육이자 인간교육”이라며 “이 프로그램 덕분에 나도 많이 변했다”고 고백한다.

‘이 시대 석학들과의 대담’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도 많이 제작해왔다. 김 팀장은 “청취자들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식인이나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생각하고 싶어한다”며 “그런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라디오의 역할인데 요즘 그런 역할이 사라져간다. 긴 호흡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디지털라디오추진위원회(디라추위) 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는 김 팀장은 요즘 들어 부쩍 라디오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다.
“라디오가 어떻게 될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보면 라디오가 TV보다 더 진지한 매체로 인정받고 있어요. 하기에 따라서 우리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라디오 PD들이 디지털라디오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보이는 라디오, UCC, 오디오DMB 등 이 모든 것들이 라디오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많이 들어주는 채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KBS 라디오는 최근 의욕적으로 봄 개편을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 할 때가 제일 편하다”는 김 팀장. 시청자센터장을 거쳐 지난해 라디오편성제작팀장을 맡기 전까지 1라디오와 3라디오에서 ‘평PD’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PD는 직함이나 직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김 팀장의 말이다.

“PD가 월급쟁이 중에선 제일 재미있고 창의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호기심을 잃지 않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만 할 수 있다면 바랄게 없겠네요.”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