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서 드라마로 노도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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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신입사원된 기분

 

“축하합니다.”


최근 노도철 MBC PD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드라마국 사내 공모에 따라 지난 9일, 11년간 몸담았던 예능국을 떠나 드라마국으로 소속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제 ‘시트콤PD’가 아닌 ‘드라마PD’가 된 노도철 PD. 사람들은 시트콤이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웠던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고 “그렇게 원하던 드라마를 하게 됐으니 잘 됐네”라며 축하를 건넨다.


하지만 그런 인사를 받는 노 PD의 마음은 정작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올해로 입사 11년차. 차장 직급을 달고 소속을 옮기는 기분이 “신입사원 같고 어색하다”고 말한다.


“드라마를 하게 된 것이 복권을 뽑은 느낌이 아니라 그 동안 예능국에서 쌓아놓은 노하우들을 접어놓고 빈손으로 도전하는 기분이에요. 가지고 있던 것을 다 놓아 버리는 느낌이죠. 기대도 크지만 아쉬움도 있어요.”

 

 

 

 

 

 

 

 

 

 

 

 

 

 

 

 

 

 

 

 

 

 

 

 

 

 

  ▲노도철 PD ⓒMBC


최선의 선택은 예능국에 남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택’을 하기에 MBC의 시스템은 노 PD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쇼, 코미디,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노 PD는 한 장르만 하겠다고 “떼를 써서” 3년 동안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 여러 편의 시트콤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는 이미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그래서 “왜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하냐”는 물음을 적잖이 받았다. 미국식 시추에이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끊임없는 욕구도 갈등을 부추겼다.


때마침 지난 1월, 정운현 드라마국장이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추세와 변화하는 환경을 언급하며 드라마국으로 옮길 것을 제안해 왔다. 노 PD는 자신의 고민이 드라마국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사실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방법도 있었다. 실제로 <소울메이트>가 끝난 후, 외주제작사 및 기획사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았다.


“솔직히 고민이 됐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편성권의 문제더라고요. 제작사나 기획사들이 높은 몸값으로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도 결국은 편성권을 따기 위한 거니까. 돈이냐, 경험이냐 자문을 많이 했죠.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노 PD의 목표는 미국식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시트콤을 하면서 시도했던 시즌제작 방식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요량이다. 노 PD는 “기형적으로 많은 제작비가 드는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향후 효율성 측면에서 시추에이션 드라마 형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편의 미니시리즈를 한 명 혹은 두 명의 작가가 집필하는 시스템으로는 머지않아 아이템이 고갈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래서 그가 내세우는 것이 집단작가시스템. 노 PD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경우 100여 명의 작가들이 투입돼 무한반복적으로 시추에이션을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노 PD의 경우도 예능국에서의 공동작업이 익숙하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여러 명의 PD와 작가들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노 PD는 “한 명의 작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 동안 해온 대로 젊은 작가들을 키워서 새로운 소재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현 드라마의 틀을 깨는 새로운 작업이 자신에게 주어진 요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는 야심찬 포부도 밝힌다.


 ‘미드(미국드라마)족’인 노 PD. 〈덱스터〉, 〈프리즌 브레이크〉 등 이름난 작품들을 모두 섭렵했을 정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그레이 아나토미〉다. 이 작품에 대해 노 PD는 “여유가 있고 비어있으면서도 긴박감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라며 “시청자가 같은 느낌으로 공감하고 빠져들게 한다”고 평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드라마도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서서히 적시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소공녀 스토리를 좋아했다는 노 PD는 “TV는 ‘Dreams come true’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TV만이 가질 수 있는 판타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인 노 PD. 하지만 일단은 드라마국에 잘 어울리는 것이 우선이다. 드라마국도 “힘들게 온 만큼 놀게 하진 않겠다”는 분위기란다. 노 PD는 먼저 약 3개월 동안 드라마 공동연출로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시즌2를 애타게 기다리는 <소울메이트>의 팬들을 대신해 물으니 마무리 짓지 못 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언젠가 상황이 되고 배우들의 열정이 남아있다면 시즌2를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여운을 남겼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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