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안부문제 전향적 자세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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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일본군 성노예(세칭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분위기가 문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6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이 발언은 미국 하원이 이 문제에 대한 결의안 채택을 논의중인 가운데 “총리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 직후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미 국무부의 공식적 입장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중국·대만·필리핀 국적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2000년 미국 연방법정에서 일본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어려운 법정 싸움을 하고 있을 때에도, 미 국무부는 결정적 순간에 법정에 나와 일본의 손을 들어줘 결국 이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패소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전범을 처리했던 동경재판이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부터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항상 그런 입장이었다. 그런 미국이 돌연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고 있다.

입장이 바뀌기는 미국의 주요언론도 마찬가지다. 매일 미국 대통령에게 주요 기사가 보고되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인정과 사과를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한 것도 이 달 들어서다. AP, 로이터 같은 세계적 통신사나 BBC 역시 이 달 들어 관계 기사를 계속 싣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요인이 참으로 궁금하다. 아무리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 하나 구속력도 없는 미국 하원의 결의안 채택 시도가 과연 그 정도 막강한가. 중국의 부상이 국제적 역학관계를 바꿨기 때문인가. 아니면 파렴치한 일본의 태도가 인간의 보편적 양심을 자극했기 때문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오랜 세월 메아리 없던 피해자나 운동가들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한 것인가.

궁금증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없으나 아무튼 일본군 성노예와 관한 한 미국의 입장이 유난히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종전 후 일본의 중흥에 기댈 언덕이 된 장본인도 그 사이 일본에 면죄부를 줬던 장본인도 미국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범죄에 있어서 미국은 공범은 아니더라도 냉전구도를 유리하게 이끄는 과정에서 ‘범인 은닉죄’ 정도는 저지른 입장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문제가 독일의 진솔한 사과와 배상으로 깨끗이 일단락됐으나 그 뒤에는 미국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아시아에서 자행된 반인도범죄나 전쟁범죄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부터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부터만 따져도 57년, 2차대전 종전부터 따지면 62년만에 찾아온 이 같은 극적인 변화를 어떻게 한국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가.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우선 한 가지를 꼽으라면 행동하는 관심, 말하자면 특히 TV를 필두로 한 한국 언론의 지속적 관심과 과감한 보도/방영이다. 뉴스를 좇아 종속적으로 보도하는 소극적 태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세계의 뉴스와 여론을 이끌라고 권하고 싶다. 전통적 ‘뉴스 가치’에 지나치게 사로잡힌다거나 방영 시점의 국내외적 분위기를 너무 계산해 프로그램 제작을 두려워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오늘 같은 변화를 불과 한 달 전에 누가 예견했겠는가.

 

 

 

 

 

 

 

한우성 New America Medi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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