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구수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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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구수환PD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7.03.27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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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추적 60분>은 소수층, 소외층에 관심을 가지겠다.”
21년 동안 PD로 재직하면서 <추적 60분>에서만 8년 넘게 일하고 있는 구수환 PD는 현재 <추적 60분>의 진행자이자 책임 PD다. 1994년 <추적 60분>을 다시 시작했을 당시에도 구 PD는 <추적 60분> 소속 PD였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패턴은 달라졌다. 그 동안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인신매매, 마약, 성폭행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쫒아 다녔다. 하지만 그런 소재들은 더 이상 시청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추적 60분>은 사안을 접근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다르게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14일 방송한 KTX 여승무원을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다뤘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 중 하나로밖에 치부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추적 60분>은 딸, 아내, 엄마로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연성화 되는 점에 대해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시사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연성과 강성으로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시청자가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 이제는 내용의 ‘깊이’ 싸움이다.”


2004년 <추적 60분>으로 다시 돌아온 구 PD는 <추적 60분>의 형식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사회 현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과자의 공포’ ‘초로기 치매’ ‘대서양 외딴 섬에 갇힌 한국 주부’ 등은 2~3회로 나눠 끝까지 파고 들어가 심층 분석했다. 시청자에게 사실 이면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적 60분> 제작진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언론계와 학계의 전문가와 <추적 60분> 팀원들이 한 데 모여 프로그램 활성화를 모색하는 모임도 가졌다.

 

 “시청률은 평균 10% 내외로 나오지만 시청자들은 사회고발프로그램으로 <추적 60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취재를 나가도 비슷한 포맷의 타사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의견을 듣고 싶었다.”


결론은 “<추적 60분> 제작진이 지금의 모습을 넘어서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지난해 4월 <추적 60분>에서 제작을 하고 있던 ‘새튼은 특허를 노렸나’(가제) 논란이 시청자에게 신뢰를 잃게 한 요인이 됐음을 인정했다.


“<추적 60분>은 사실과 진실을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영향력은 클 수 밖에 없다. 그 당시는 황우석 사건의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부 검증과 취재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알려졌다. 취재의 깊이가 부족한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주변에서 MBC 을 경쟁 프로그램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PD수첩은 경쟁관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사회에 대한 고민이 비슷해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PD는 <추적 60분>이 시청자 곁에 오래 방송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의 역량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할 뿐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한다. 자칫 소송 당할 위기도 크다. 프로그램 장르도 다양한데 굳이 어려운 길 가려고 하겠느냐.”


올 봄 개편 때는 <추적 60분>을 제작하는 10명의 PD중 4명의 PD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추적 60분>에서 일하려고 하는 PD들이 없다.
“취재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알리는 시대는 끝났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리지 못하는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PD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이 필요하다.”


구 PD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추적 60분>과 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추적 60분>을 몇 년동안 제작해야 갈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강제 규정을 정해서라도 <추적 60분>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구 PD는 <추적 60분>의 존재의의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공정하지 않는 게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재벌, 정치권의 문제는 탐사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추적 60분>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안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구 PD는 오는 6월 <추적 60분>의 취재 내용을 담은 책을 PD들과 함께 펴 낼 계획이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사교양 PD들이 겪는 소송 판례들도 연구․정리해서 후배 PD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구수환 PD는 1986년 KBS에 입사해 <추적60분> <일요스페셜> <세계는 지금>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1995년에는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1996년 한국방송대상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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