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토론카페’ 엄한숙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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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토론 프로그램의 맥을 이어가는 ‘토론 카페’로 남았으면 좋겠다.”

EBS <생방송 토론카페>(연출 엄한숙, 목 오후 11시 45분)가 5일 100회를 맞는다.

<토론카페>는 2005년 3월 4일 첫 방송부터 기존의 토론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선언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연예인처럼 옷을 입고 오세요’라고 주문했다. 스튜디오도 카페를 연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있고 토론을 마무리 지을 때쯤에는 바텐더가 직접 나와 차도 따라준다. <토론카페>는 2년 여 방송동안 고집스럽게 그 틀을 지켜왔다. 현재 김주환 연세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있다.

1년 6개월이 넘게 <토론카페>를 연출하고 있는 엄한숙 PD는 “새로운 형태의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랐다”며 “옷차림이 토론의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토론카페>는 형식적인 틀을 벗고 패널들이 솔직하게 토론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토론카페>가 100회까지 달려온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올 봄 개편에서는 프로그램 폐지가 논의됐었다. “EBS에서 토론 프로그램은 <토론카페>가 3번째다. 프로그램이 자주 바뀌는 것은 EBS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점이 노동조합 등도 공감해 <토론카페>가 시청자를 계속 만날 수 있었다.”

제작비도 첫 방송할 때에 비해서 2/3 가까이 줄어들었다. “제작비 삭감이 <토론카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제작비가 줄면서 밴드가 연주하는 악기, 제작 인력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토론카페>가 처한 현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토론카페>에 대한 패널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을 때에는 섭외가 쉽지 않아 방송하는 요일을 옮기기도 했다. “금요일에 시작했던 방송을 토요일에 옮기기도 했던 건 금요일에 타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들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섭외를 하기 위해 연락을 하면 패널들이 ‘아, 차도 마시면서 토론하는 곳이요’ 라고 말할 정도로 <토론카페>를 인식한다.”

어려움의 과정만큼 보람도 컸다. 엄 PD는 <토론카페>에 대한 에피소드도 다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005년 12월 24일에 성탄기획 ‘산타, 카페로 오다’ 라는 주제로 생방송 <토론카페>를 했다. 크리스마스 때 누가 <토론카페>에 출연할까 했는데 다행히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최승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해 7월 <토론카페>가 ‘청와대와 언론의 갈등’에 대해 준비했던 아이템이 갑자기 불방된 것은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토론카페>는 타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이 높게 선호하는 정치, 경제보다 교육과 문화 영역인 ‘논술, 대학입시 전형 논란, 영어교육, 예쁜 남자 신드롬, 혼수…’ 등이 토론 주제로 선정했다. “교육에 관한 주제는 교육방송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방송이기 다룰 수 있는 토론 주제들이 바로 교육과 문화 영역이 아닌가. 문화는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의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

엄 PD는 <토론카페>만의 색깔을 냈던, 기억에 남는 방송에 대해 ‘유비쿼터스 기회인가, 두려움인가’(2006년 4월 1일 방송), ‘월드컵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2006년 6월 17일 방송) ‘한국의 보수, 진보’(2007년 2월 15·22일) 등을 꼽았다.

“패널들의 토론이 자연스럽게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토론카페>가 지향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치 주제가 아니라도 격렬하게 논의를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 <토론카페>만의 장점이라고 본다.”

5일 100회 <토론카페>에서는 ‘이공계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김우식 과학기술부 부총리,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등이 패널로 출연할 예정이다.

91년 5월 EBS에 입사한 엄 PD는 <청소년 원탁토론><교육 대토론><토론카페> 등 유난히 토론 프로그램과 인연이 깊었다. “<토론카페>는 EBS가 시청자와 대화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카페>는 EBS에 존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엄 PD는 <토론카페>의 시청자가 남긴 게시판의 글을 소개했다. “‘토론도 한 편의 잘 만 든 영화처럼 될 수 있다는 걸 <토론카페>를 보면서 느꼈다’고 한 시청자가 평을 썼다. 토론을 통해 사회 현안에 대해서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토론카페>가 되고 싶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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