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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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9
표절 극복을 위한 고언(苦言) - 순간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야
MBC <청춘> 표절 사태를 바라보며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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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퀴즈나 오락 프로그램은 무심코 보고 있으면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중에서-
|contsmark1|- 99. 3. mbc 드라마 <청춘>이 화려한 예고를 앞세우고 방송- pc통신에서 표절관련 여론이 일기 시작- 신문과 시청자단체에서 표절 관련 문제 제기- mbc측은 즉각 표절을 인정하고, 당초 예정된 16부작을 10부작으로 축소·조기종영을 결정. 구성을 새롭게 꾸미는 것으로 일단의 수습을 함. 작가는 작가협회에서 제명됨.- 방송위원회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내림.
|contsmark2|표절문제의 심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청춘>의 현재까지 경과사항이다. <청춘>의 표절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다시 한번 한국방송계의 고질적 병폐인 모방 불감증이 거론되고 있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이러한 논의에 굳이 무게를 두는 것은 표절 사실이 드러난 한 드라마를 징계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문화 발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문제를 근원부터 치료하자는 각성의 목소리이며, 이제는 고질적인 표절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contsmark3|이러한 표절 관행에 대한 구조적 요인으로 열악한 제작환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구조적, 상황적인 문제의 해결이 저비용, 경쟁력 검증확인, 최소시간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창조적 프로그램의 생산과 이를 통해 축적되는 기획력은 제작자의 존재이유이며 가치가 되고, 나아가 한국문화의 경쟁력을 일구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표절이 행해지는 또 하나의 원인은 시청률 지상주의인 현실에서 비롯된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표절이 집중된 것은 표절이 시청률 경쟁의 소산임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선으로 볼 때, 내부에서 형성된 인프라가 담겨있지 않은 방송은 결국에는 시청자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순간의 달콤함에 길들여진 제작자와 시청자는 각각 창조와 비판에 있어 내적 역량의 결핍이라는 함정에 빠져 스스로의 문화를 담아내는 정체성을 가진 방송과는 더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부분적인 모방, 창조적으로 승화된 모방은 용인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의 범주를 결정짓는 데는 많은 논의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며, 결국 형식과 내용이 거의 동일한 표절과의 구분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60조에 “방송은 타 작품을 표절하거나 현저하게 모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이다. 모방은 하되 현저하게 하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말인가. 그러므로 표절과 모방의 범위를 시비하기보다는 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표절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의 극복을 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는 스스로가 표절을 용인할 수 없다는 방송내부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모방과 표절에 대한 자율적 심의장치의 마련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자율적 심의장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조로 모방의 연결고리를 단절해야 한다. 하지만 pd나 작가 개인의 자성이나 노력만으로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고질적 관행으로 자리잡아온 표절의 문제를 방송 제작환경의 궁극적인 개혁을 위한 근거로 삼아, 새로운 방송포맷과 소재의 발굴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이끌어내야 하며, 또한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근시안적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한 투자라고 할지라도, 모방이 아닌 창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 한국방송을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통과의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조적 방송 소프트웨어의 장기적인 효과들은 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표절의 문제는 이제 21세기 한국문화 산업의 경쟁력과 연결하여 생각되어져야 한다. 표절이 만연하면 프로그램 창조와 소비 순환구조는 중단되며 우리의 고유한 방송문화를 창출하지 하지 못함으로서 국제경쟁에서도 생존할 수 없게된다. 방송문화의 생산구조가 모방에서 창조의 과정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작 시스템의 과감한 혁신과 pd들의 방송문화에 대한 소명감과 책임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표절 논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 이번에는 방송비평위원회의 kbs 황우섭·전진국, mbc 이채훈·정길화, sbs 안수현, tbs 서혜진 pd가 참가해 토론했다. |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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