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① KBS 3라디오 ‘심준구의 세상보기’ - 심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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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또는 연애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직접 진행자와 대화를 한다. 시대가 변해도 라디오는 사람들의 삶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PD저널>은 매주 우리 시대의 라디오 스타를 찾아 그들을 통해 라디오의 매력을 듣기로 했다.   <편집자주>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진행자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심준구 씨. 그는 KBS 3라디오 봄 개편을 맞아 22일부터 〈심준구의 세상보기〉(연출 곽윤전/일요일, 오후 1시~2시)를 진행한다. 1급 시각장애인인 심준구 씨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진행자로 기용한다는 것은 여전히 큰 모험”이라며 “큰 ‘결단’을 내려준 제작진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실 심준구 씨가 세간의 화제가 된 것도, 마이크를 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심준구 씨는 2003년 6월~2004년 12월 iTV 〈사랑릴레이-함께 하는 세상〉을 진행하며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지상파 TV 진행자’라는 수식을 받았다.

정확한 발음과 호감 가는 목소리로 호평을 받은 그는 이후 2005년 KBS 3라디오와 처음 인연을 맺고 칼럼 ‘당사자 주의 우리의 목소리로 말한다’, ‘심준구의 세상 사는 이야기’ 등 여러 프로그램의 코너 진행을 맡아왔다. 현재 극동방송 〈참 좋은 내 친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모 속기업체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자막 입력을 돕고 있는 심 씨. 일과 방송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방송이 너무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방송할 기회를 줬다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거듭 말하며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발성과 발음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3라디오 <심준구의 세상보기> 진행자 심준구 씨
‘방송인’이기에 앞서 심 씨가 처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당시 심 씨는 국가공인 컴퓨터 속기사 3급 자격증을 취득, ‘세계 최초 장애인 국가공인 속기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1급 속기사 자격증을 다시 취득한 심 씨는 2003년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정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심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1급 장애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았다. 보행법부터 물 따르는 법까지 다시 배워야 했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 따라서 대본을 볼 수도 없어 거의 외워서 방송을 하고 있다. 담당 작가가 대본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음성 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귀로 들은 다음 외운다는 것이다. 주위에서는 “힘들지 않냐”며 점자 대본을 권하기도 하지만, 심 씨는 “외우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제 방송은 곧 정성입니다. 대본을 외우면 더 성의 있는 방송을 할 수 있어요. 밤새 외우고 나면 더 깊이 이해하게 되니까, 방송에서 깊이도 느껴지고,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시각장애가 없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네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심 씨는 코너 구성에 적극 참여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심준구의 세상보기〉에서 매주 1부에서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2부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지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씨는 “시각장애인들도 여행을 좋아한다”며 “편견을 깨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5년째 방송에 몸담고 있는 심 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방송을 통해 절망하던 이가 희망을 얻었을 때. 심 씨는 시력을 잃고 집을 뛰쳐나가 자살을 시도하려던 한 남성이 자신의 방송을 들은 뒤 살아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뿌듯해했다.

“방송의 영향력은 정말 큽니다. 좌절하던 사람들로부터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면, 방송이 장애인 인식 개선에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많은 활동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하는데, 기회를 줘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방송사와 제작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최초의 속기사부터 지상파 TV 진행자,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최초’의 기록을 세워온 심 씨.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아침마당〉을 진행하는 겁니다. 주부들이 저를 좋아하거든요.(웃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장애인들의 삶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충분히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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