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 우리언론의 숨겨진 신화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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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 우리언론의 숨겨진 신화깨기
탐사보도와 기자윤리 회복을 바라는 비평가
"우리언론의 숨겨진 신화깨기 : 김정기 옴부즈맨 칼럼’을 읽고
강명구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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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비평에 대한 비평은 잘해봐야 본전 찾기 어려운 일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이든 문화나 언론에 대한 비평이든 비평하는 작업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그런 비평을 또 평가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무모한 일임에 틀림없다. 괜한 일을 한다고 청탁을 받아들였다 싶기도 했지만, 이래서 오랜만에 비평집을 읽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김정기 교수가 새 봄에 ‘우리 언론의 숨겨진 신화깨기’란 책을 상재했다. 지난 3년 남짓 몇몇 신문에 연재한 언론비평을 모은 언론비평집이다. 책제목이 시사하듯 숨겨진 신화를 깨기 위해 저자는 언론현상의 표층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 심층을 보고자 했다. 그 심층으로부터 한국언론의 문제를 뿌리에서 캐보고자 했다. 작년 가을 조선일보가 벌인 사상검증 논쟁을 두고 ‘역사적’이란 단어의 표층과 심층을 따진다든지,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자해, 자살, 할복을 두고 언어의 심층의미를 따지는 데서 잘 드러나듯 저자의 방법론이 상당한 깊이를 획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 비평집에서 저자가 가장 깊이 들어가 문제의 뿌리도 보고, 처방까지 내놓은 영역은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하나는 탐사보도가 부족한 까닭, 그리고 탐사보도가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를 위해 몇 가지 전범을 보여준 게 하나이고, 또 하나는 취재보도과정에서 생기는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로 취재원에 관련된 영역이다.탐사보도는 저자에게 잃어버린 저널리즘이고 한국언론에 만연한 발표저널리즘을 극복하는 대안이다. 발표언론은 객관보도로 위장된 보도양식이다. 왜냐하면 취재원이 가진 제도화된 권력은 기자들에게 최소한의 객관성을 확보해주고 (‘경찰발표에 따르면’이라든지 ‘정부발표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왜곡된 객관성의 근거는 때때로 정치권력의 이념적 동원에 봉사하는 기능을 해왔음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모범이 되는 탐사보도의 사례로 저자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밝혀낸 워싱턴 포스트, 부동산회사와 정치인이 유착된 리쿠르트 게이트를 폭로한 아사히 신문, 그리고 경찰이 어린이유괴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부산매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왜 그것들이 모범이 될 수 있는지를 포함해서.김정기 교수가 신화를 깨기 위해 깊이 파낸 두 번째 영역은 취재원을 보호하고 밝히는 미묘하지만, 취재보도 윤리의 핵심에 맞닿아 있는 문체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필자 역시 취재원을 모호하게 이용하는 우리 언론의 문제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었는데, ‘이중 익명’, ‘취재원이 사건 당사자인 경우’, ‘온더 레코드’ 등의 원칙과 사례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배울 기회였다. 저자는 우리 언론이 일본 모범을 따라 취재원 보호하는 이름으로 모호한 출처를 당연시하는 것을 관행으로 가지고 있음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취재원은 명시를 원칙으로 하고 익명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익명 인정의 경우를 꼼꼼히 따질 뿐만 아니라 취재원 명시가 왜 좋은 기사의 질을 보장하는지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취재원을 익명으로 다룰 때도 최대한 모호함을 피하는 방향으로 (예를 들어 고위관리보다는 백악관의 한 관리라는 식으로) 한다든지, 이중 익명은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 등은 우리에게 크게 교휸적이다. 우리 기자들이 깊이 토론해서 현재의 관행에 반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취재원 명시의 원칙과 취재원 익명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하는 원칙은 기자의 취재보도 자유를 제약하기 보다는 취재과정에서 기자의 비윤리적 행위를 막기 위한 자기 보호 장치일 수 있다.군사독재권력이 물러간 뒤 언론비평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언론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 언론에 자유를 주라는 요구보다는 언론이 독자와 사회에 대해 봉사하라는 요구가 많은 것이다. 책 전체를 통해 저자는 탐사보도, 취재원 명시, 기자 전문성이라는 책임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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