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빛 영화]“장만옥은 예뻤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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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동생 때문에 길거리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유덕화. 화장기 없는 얼굴 소박한 원피스 패션과는 달리 열정적인 여자 장만옥. 이제 좀 행복해지나 싶더니 다시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버스에 올라타는 유덕화. 버스는 떠나고 끝까지 미소를 지으려 애쓰던 장만옥은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걸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그저 슬퍼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만옥의 표정은 참으로 많은 것을 얘기하는 듯 했다. 사랑,운명,기회,안정,열정,선택...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그저 마지막에 총을 맞고 죽어가는 유덕화에게만 열광했다. 장만옥은 미스 홍콩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왕조연보다는 왠지 안 이뻤고 그렇다고 천장지구의 오천련처럼 청순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영화를 봤다. 유덕화 보다는 장만옥에게 시선이 갔다. 물론 한창때의 탱탱한 유덕화는 언제 봐도 멋지고 울분을 가슴에 안은 듯한 장학우의 흔들리는 눈동자도 매력적이지만 어렸을 때는 지나쳤던 무언가가 자꾸 가 슴을 치는 기분이랄까?


그건 그 영화 속 주인공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녀만이 자신의 삶에 용기 있게 맞서고 있었다. 유덕화도 유덕화의 동생도 현실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지만 오직 그녀만이 자신의 사랑과 삶을 용기 있게 선택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처럼 삶을 용기 있게 선택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분명 울 자격이 있다.

 

<열혈남아>는?
1987년 제작된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예측할 수 없는 홍콩의 미래와 맞물려 허무와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홍콩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열혈남아>는 1989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선정됐고 홍콩 제8회 금상장영화제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김진혁 (E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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