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명 전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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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중앙일보 내부 비판 대자보 쓴뒤 사직

최근 ‘부모로 산다는 것’ 책 발간

 

“‘양심선언’ 또는 ‘정의구현’이라기보다 그냥 쪽팔려서 나왔어요”

99년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탈세혐의를 두고 회사측과 기자들이 ‘언론탄압’이라고 나서자 이를 비판하며 대자보를 붙인 뒤 사표를 냈던 오동명 기자의 말이다. 그는 25일 책 ‘부모로 산다는 것’(두리미디어)을 발간할 예정이다.

따스한 봄날인 18일 저녁 홍대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18일 저녁 홍대앞에서 오동명 기자(사진 중앙), 최용철 두리미디어 사장(오른쪽), 김광선 기자(왼쪽)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에서 얼마 전 춘천으로 이사를 했어요. 현재 사는 것은 뭐 그럭저럭...” 한달 생활비로 30~40만 원 번단다. “잡지사에 글도 쓰고, 책도 내고...뭐 그렇게 살고 있죠.”
중앙일보를 그만둘 때 심경을 물었다. “저만 그러고 싶었겠습니까. 주변 사람들 가운데 중앙일보를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밤새 소주를 마시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편집권의 독립, 삼성과의 분리 등의 주장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회사를 나오는 게 쉽지가 않죠. 가족도 있고, 직장을 그만두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그런데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죠. 아이가 성인이 돼서 ‘아빠는 당시에 뭐했어?’라고 질문할 때 나는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할까? 그래서 대자보를 붙였어요”

당시 중앙일보를 퇴직한 후 오 기자는 ‘동네한바퀴’라는 작은 신문사를 만들었다. 구독료는 1년에 12만 원, 10여 명의 독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 2월에 춘천으로 이사해 글을 쓰는데 전념하고 있단다.

 

 

 

 

 

 

 

 

 

 

 

 

 

 

 

▲오동명 전 중앙일보 기자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모두가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한숨을 내쉬곤 하지요. 아버지들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에요. 언론사 선후배들도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뒤도 안보고 돈을 벌고 있지만 그들은 가끔 ‘나는 돈 벌어주는 기계야?’라는 말을 하죠. 이미 준 것은 다 잊어버리고, 못다 준 것만을 기억하는 이가 부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썼어요”

<부모로 산다는 것>. 대자보를 붙이면서 연봉 5000만 원을 포기한 그는 스스로 당당하게 산다고 말하지만 아이에게는 미안하다.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안겨주지 못하는 부모의 미안함이다. 그래서인지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소주한잔을 들이킨다. “아이와는 친구처럼 지내요. 모든 이야기를 다 나누고, 가끔 말다툼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친하게 지내도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아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아이에게 못 다한 말을 적어봤어요” 

오 기자는 아이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행복해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진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정말 헌신하죠. 그런데 좋은 대학에 진학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행복할까요. 또 대학에 들어가서 해외연수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부모와 자식이 행복할까요. 물론 행복한 이들도 있겠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정 아이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오늘 당장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겠지만...”

소주가 오가고 얼굴이 붉어질 무렵 그는 “저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동행을 하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그가 제시한 ‘동행’의 방식은 쉽다. 한 달에 한번 ‘핸드폰 없는 날’, ‘컴퓨터 없는 날’, ‘아이와 음식하는 날’ 등을 전해 실천하는 것이다.

“한번 해보고 안 되면 이야기 하시죠”(웃음)

김광선 기자 chamna200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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