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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의 회계 문제가 결국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언론노조의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이 3억 3천만 원을 횡령했다고 한다. 또 증빙 자료가 부실하거나 없는 비용이 1억 5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횡령은 개인 비리인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의 집행 간부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집행부가 관리책임마저 면할 수는 없다. 나머지 문제가 되는 비용에는 분명 회계처리가 미숙해서 발생한 손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처가 불분명하게 비용 지출이 이루어졌다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명확한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책임을 물을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해야 한다.

 

언론노조가 검찰에 고발했으니 조만간에 분명하게 밝혀지리라고 기대한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노조는 회계 시스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금요일(20일)의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횡령과 나머지 의혹을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횡령은 이미 당사자도 시인한 것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내부 조사를 한 다음 언론노조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충분한 논의와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무시되었다고 한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소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서 눈 감지 않는 것, 지기 살을 도려내는 것은 분명 용기있는 일이다. 하지만 결과가 옳다고 해서 절차가 무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부터 오해와 의혹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해와 의혹은 대체로 이렇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표적 조사를 한 게 아닌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하게 판을 이끌려고 하는 게 아닌가, 아예 언론노조 자체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실제로 언론노조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준안 위원장이 검찰 고발 후 ‘결단’의 이유를 밝혔지만 그것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언론노조 내부에서는 전임 집행부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의혹을 부풀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미 언론노조의 붕괴가 시작된 게 아닌가 불안해한다.

지금 상황은 분명 언론노조의 심각한 위기이다. 위기는 단지 언론노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느냐 못 하느냐,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20년 언론운동을 이어가느냐 역사를 끊어버리느냐의 문제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임자들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내부의 자정 시스템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를 밝히는 것은 현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다. 거기에는 왜 내부 자정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채 확정되지 않은 의혹들을 외부에 흘렸는가에 대한 답도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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