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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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칼럼
DJ와 동강
  • 승인 199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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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대중 대통령 말씀 이후 kbs 동강 다큐멘터리의 재방송에서 “건설교통부는 … 늦어도 내년초 댐공사를 발표했다.”는 자막이 사라졌다(pd연합회보 3월 25일자 보도).동강 프로그램과 관련한 김대통령 말씀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두 가지다. 즉 지난 3월 3일 첫방송 직후엔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아름다운 강이 있느냐”며 감탄하고 경제수석을 불러 영월댐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방송 직전인 지난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동강댐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원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수해를 막고 물부족 문제를 막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양자의 의견을 균형 되게 보도,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동강 다큐멘터리에서는) 댐건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전혀 반영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물론 그 10여 일의 기간이 지나면서 애초에 엄습했던 프로그램의 감동이 잦아들고 엄격한 정책결정권자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10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특정 프로그램을 두고 가혹할 정도의 비평을 가하는 것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그것이 언론이 국정의 난맥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자리에서, 그래서 정부의 국정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도시 걸맞지 않다. 다큐멘터리 ‘동강’이 일부 언론의 딴지걸기나 현 정부의 국정홍보 부족을 함축하는 상징이 된 셈인데 참으로 당치 않은 노릇이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재방송 ‘동강’의 꼬리가 동강난 결정적인 계기는 김대통령의 국무회의 석상 발언인 듯하다. 재방송 말미에서 자막이 사라진 이유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외압의 소산인지 아니면 방송사 내부의 누군가가 과천에서부터 기어간 과잉충성의 탓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정녕 실제가 그러하다면 이번 ‘동강 사태’는 예사롭지 않다. 이는 우리 방송이 권위주의 시대의 가위눌림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할 뿐 아니라 발단이 된 김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방송관을 파악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국사에 분망하실 대통령님께서 정규 뉴스물도 아닌 동강 다큐멘터리씩이나 관심있게 시청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삼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김대통령이 본 프로그램은 영월댐에 관한 스트레이트 뉴스나 댐 건설의 타당성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동강>이라는 사실이다.이 자리에서 굳이 다큐멘터리의 본령이 미와 진실의 탐구에 있으며 문명비판과 역사비판이 그 본질이라는 고담준론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모름지기 다큐멘터리는 어떤 소재를 선택할 때 이미 일정한 가치판단과 문제의식을 전제하고 있다. 1999년 kbs 10대 기획의 하나로 제작된 ‘동강’의 경우 영월댐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동강의 자연생태에 관한 기록과 비판정신이 전제돼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시점을 전후해서 뜨겁게 달아오른 댐 건설 문제와 관련된 기계적인 균형론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협량하며 도구적인 방송관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필자는 지난 93년 10월 연합회보 큐칼럼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방송관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ys는 여의도 클럽 연설 등을 통해 ‘신한국’과 ‘개혁’에의 동참과 동반을 강조하기에 지나쳐 방송과 방송인의 ‘복무’를 요구하는 인상이 강했다. 교훈주의적 예술관과 도구적 방송관이 그 때도 지적됐다. 이에 큐칼럼은 ‘ys의 방송관’이라는 제하에 “김대통령의 방송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잦은 언표는 방송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무시한다거나 어떤 의도를 전제하고 이루어지는 포석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또 한번 방송을 홍보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행위로 간주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그 때가 소위 문민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7개월 남짓의 시기였다. ys 정부가 그후로 방송을 어떻게 농단했는지 그러다가 어떤 몰락의 길을 걸어갔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차라리 적중하지 않는 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더욱 행복했을 그런 씁쓸한 예언이었다.그 연장선에서 오늘을 본다. 한일 어업협정, 국민연금 확대실시, 영월댐 건설 등에서 드러나는 김대중 정부의 난맥상이 분명 예사롭지 않다. 혹자는 내각제의 화신에 발목을 잡힌 채 하나씩 카드를 빼주며 악수(惡手)를 거듭한다는 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취약한 정권의 기반이 이제 그 본전을 다 드러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총체적 개혁이라는 정면돌파가 아닌 국정 홍보 강화 따위로 국면을 수습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한 ys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정부 조직 도처에 홍보 만능주의가 흘러 넘쳐 여기도 홍보 저기도 홍보인 광경은 참으로 가관이다. 그런 끝에 나온 이번의 국정홍보처 파동은 거의 극치라 할 만하다. 여기에다 방송개혁위의 졸렬한 마무리와 엄두도 못내는 신문개혁 등을 생각하면 더할 수 없이 답답해진다. 국민의 정부 이대로 끝나려는가.<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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