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은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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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은 순교자?
  • PD저널
  • 승인 2007.05.0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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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결과에 대한 어떤 평가도 한나라당의 참패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선거 패배의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은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반성의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그 흔한 관용구도 들을 수 없다.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이미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하고 발언했던 한나라당에 국민들이 매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 오만함은 방송에 대해서도 드러났다. KBS1, 2를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한다. M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를 설마 깜박 잊은 것은 아닐 텐데 너무 태연하다.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정치관계법안을 내밀 때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또 하나, 강동순 위원의 발언에 대해 비호하는 태도는 과연 한나라당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의식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지난달 30일 국회 문광위에서 강 위원 사퇴결의안이 논의되자 한나라당 문광위원들은 일제히 퇴장해 버렸다.

강 위원의 발언은 자질이 한참 모자라는 사람이 사적으로 내뱉은 돌출발언이 아니다. 그는 ‘신념’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녹취록을 보면 그는 그 신념을 위해 기꺼이 ‘순교’할 각오까지 했던 것 같다. 그 신념이라는 것이 특정 정파의 대선 승리를 위해 방송의 독립성을 유린하는 것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입으로 폭로한 사실이다. 그의 신념의 뿌리가 한나라당에 있다는 것 또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나라당 방송 정책의 요체는 정치권력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1980년 5월이 생각나는 것은 지금이 5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해 5월의 대지를 피로 물들이고 그 피묻은 입술로 위협했던 80년대 그 포악했던 신군부의 언론 정책이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방송 정책으로 자신들이 신군부의 적자라는 것을 과시하고 증명한다. 한나라당이 강 위원을 싸고도는 것은 아마도 그 무지막지한 80년대 권력이 그리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4·25 재보선 결과가 증명하듯이 오만한 권력,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다. 피묻은 손, 피묻은 입술을 두터운 화장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결코 씻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슬프고 두려운 피의 냄새가 결코 잊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보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겸허하게 옛일을 반성하고 그 오만함을 털어내야 한다. 일본의 총리 아베처럼 애매한 말로 위장해서는 안 되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강 위원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강 위원은 자신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내는 것이 자신을 추천한 한나라당에 대한 보은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지 말라고, 제발 순교할 생각일랑은 말아달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럴수록 손해가 될 뿐이라고 가르쳐 줘야 한다.

왜냐 하면 강 위원은 이미 한나라당의 아름답지 않은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상징은 사람들로 하여금 망각에 저항하게 하고, 용서와 관용을 거둬들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 위원이 마침내는 패배의 기념비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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