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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질은 시간의 질이다
윤은기-경영컨설턴트, 경영학박사

|contsmark0|그 동안 방송 일을 하면서 pd업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pd들은 ‘시간’이라는 그릇에 ‘작품’이라는 내용물을 담아서 정해진 시간에 ‘고객’(시청자, 청취자)에게 내보내는 작업을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우선 봉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서 큰 돈 벌기는 처음부터 어렵고 실제로 대부분 검소하게 살고 있다. 요즘 방송사 직원들의 봉급수준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 비판도 있지만 활동의 범위와 책임의 강도 등을 감안한다면 결코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은 아니다. pd가 가난하다는 두 번째 뜻은 시간 가난뱅이라는 것이다. 여유시간이 있는 사람을 시간부자(timerich) 그리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을 시간빈자(timepoor)라고 볼 때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이 금전적으로 가난한 이유는 전문직이면서도 일반직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시간적으로 가난한 이유는 첫째로 업무특성에 기인한 것이고, 둘째는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업무특성이란 이들이 시간중심형 직무(time based job)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정해진 시간에 작품을 담아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내보내야 한다. 여기서 조금만 이탈되어도 작품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사고로 이어진다. 필자는 생방송 진행 중에 “현재시각 몇시 몇분 몇초 지나고 있습니다”라는 시각고지를 하거나, 스튜디오 밖에서 pd가 “5초 전에 끝내달라”는 주문을 보낼 때 문득 이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시간집약형 업무가 방송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 pd들은 연말연시, 명절연휴, 기념일 등이 되면 더욱 바빠진다. 대부분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여름휴가철에 휴가철 특집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일에 매달려 있는 pd들을 보면 정말 측은한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시(時)테크란 무엇인가? 적은 시간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여유 시간을 창조하는 기술, 고객(상대방)의 시간을 살려주어서 만족도를 높이는 기술, 여유시간을 만들고 활용해서 재충전하는 기술이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시간관리 개념인 것이다. pd들이 시간의 노예, 시간가난뱅이로부터 탈출하려면 첫째는 방송사에서 근무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급선무고, 둘째는 자기 자신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무환경개선은 과도한 업무의 축소, 휴가제도 혁신, 재충전 프로그램의 도입, 교대근무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필자는 pd들이 기획, 자료수집, 섭외, 현장조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부족해서 업무이외 시간에도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는 이들의 능력을 떨어뜨리게 하고 궁극적으로 작품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방송국 경영자들에게 강의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지적한 적이 있다.pd들이 스스로 시간관리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기술을 활용한다.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 기술은 가장 효율적인 시간관리 도구다.둘째, 시간 사용계획을 세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항상 우선 순위와 타이밍을 정해서 일한다. 시간 관리에 투입한 시간과 시간의 효용성은 비례한다는 진리를 실천하라.셋째, 고객의 시간을 고려하라. 출연자, 내방객 등 고객의 시간을 잘 계산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출연자가 늦게 와도 곤란하지만 너무 일찍 오게 하는 것도 pd의 시간을 잠식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만날 사람과 만나지 않을 사람을 잘 구분하라.넷째, 학습의 시간을 가진다. 오늘날 정보, 지식, 기술의 수명 주기는 너무나 짧다. 업무시간중의 일부 그리고 자유시간 중의 일부를 학습에 투자하라.다섯째, 휴가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라. 주말과 공휴일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현업 pd들은 일년 중 휴가 기간을 미리 설정하고 최적의 휴식프로그램을 짜야한다. 일하다 남는 시간에 휴가를 간다거나 휴가지에서 일을 하는 일이 최악의 효과를 가져온다.여섯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자투리 시간은 당장의 업무에 매달리지 말고 휴식, 아이디어 탐색, 사색과 구상을 하는 부드러운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일곱째, 시간공조 체제를 갖춘다. 시간관리에서도 팀웍이 중요하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급한 동료를 도와주면 나 역시 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인시간 중의 일부는 학습과 연계시켜 프로그램을 짜라.여덟째, 생애계획을 세워라. 차장급 pd들을 보면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고 황홀하다. 작품을 만드는 권한과 능력 면에서 원숙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양은 너무나 빨리 가라앉는다. 인생 전체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직장인으로서든 자연인으로서든 너무나 갑자기 쇠잔해지는 것이 우리 나라 pd의 직업 특성이다. 삶에 대한 통찰력, 미래에 대한 비전, 공과 사의 균형을 고려한 생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그 동안 방송 일에 참여해온 한 사람으로써 pd의 질이 방송의 질이라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 pd의 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간의 질이고 그래서 시(時)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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