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와이드]중국 국가정보공개조례, 언론정책 분수령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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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중국 국가정보공개조례, 언론정책 분수령 될까
  • PD저널
  • 승인 2007.05.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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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정보공개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제정이 가시화되면  일반인의 정부정보에 대한 접근권 보장은 물론, 최근 들어 언론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탐사보도에도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언론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여론 주도’를 여전히 최우선 의제로 움켜쥐고 있는 당의 정책과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ar Eastern Economic Review) 2007년 3월호에 게재된 관련기사 ‘중국의 음울한 관리개혁(China’s Gloomy Gover-nance Reform)’을 소개한다. 필자인 데이빗 반더스키(David Bandurski)는 홍콩대의 언론과 미디어 연구프로그램인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China Media Project)’의 연구원이다.

 

중국역사상 ‘획기적인 시도’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지난 1월 17일 정보개방에 관한 국가조례원칙을 승인한 것은 중국최고위 지도자가 투명한 정보관리의 새벽을 여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일단 조례가 시행되면 보다 투명한 정보관리를 위해 국가의 법적 의무가 부여되는 동시에 공개에 관한 더욱 강력한 법령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리들은 이를 모든 공무원들이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보장하는 ‘햇빛정부’ 구축을 위한 중요 진전으로 평가한다. 중국 유력 경제지인 카이징 매거진의 후 슐리 편집장은 1년 전 이 조례가 제안되었을 때 “수천 년 중국역사를 되돌아볼 때 중국인민들은 역사상 또 다른 이정표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글을 썼다.


그러나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 이 조례가 진정 효율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들이 뉴스매체에 힘을 실어주고 정보접근권을 보호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인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위해 뉴스매체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분명치 않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 통치하에서 매체들이 느끼고 있는 압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006년 3월부터 정부정보공개조례 제정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조례에 대한 추진과정이 안개 속에서 진행되어왔다. 원래 2006년 말로 예정되어있던 조례 제정문제는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관리들 간의 의견충돌뿐 아니라 시민과 언론매체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주는 것을 우려하는 지방공무원과 선전부 관리들로 말미암아 논의가 자주 중단되었다. 조례입법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은 원자바오 총리의 인준 이후에도 남아있다. 구체적인 입법안의 내용은 여전히 베일속에 가려져있고 일반인은 이에 대한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거부되었다.


조례초안 작성의 주요인물 중 한 명인 중국사회과학원 법학부의 저우 한화 교수가 2월 14일자 인민일보에 이 조례초안의 마무리가 거의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썼다. 그는 우선 현재의 일방적인 정보공표조항대신 희망자에 한해 정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조항을 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통상적인 행정절차에 대한 투명성뿐 아니라 관리들이 움켜쥐고 있는 ‘근본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조례는 4가지로 정보공개의 종류를 나누고 있는데 그 중에는 저우 교수가 획기적이라고 표현한 대로 희망시민에 대한 정보공개가 포함되어있다. 또한 관리들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경우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방안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재심과 소송도 포함된다. 전반적으로 이 조례는 정부가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중요한 보호조항을 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정보접근에 대한 정부의 노력면에서 본다면 중국역사상 큰 변환점이 될 수도 있다.

 

언론법 보완 함께 검토돼야


일부 전문가들도 이 조례가 정부 전반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중국청년정치학원의 장 지앤 교수는 이 국가조례가 발효되면 특히 지방정부가 느끼는 압력이 커짐으로써 정보접근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정부는 과거 수년 사이 정보공개에 관한 한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성 단위 이하 행정기관의 80% 이상이 국무원의 지침에 따른 정보정책을 수행해왔다. 중국에서 정보의 ‘공공관리’ 메커니즘은 대변인이 발표하는 일방통행식의 국무원 방침을 의미한다.


서던 위크엔드(Southern Weekend)의 전직 탐사전문기자인 양 하이펑은 정부에 의해 발표되는 많은 정보들이 일단의 관리들에 의해 철저히 여과된 전시성 내용이라고 말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개발자만 수지맞게 하는 왜곡된 부동산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그는 “중국의 정보공개시스템은 거짓선전의 또 다른 형태중 하나일 뿐”이라고 혹평한다. 비록 고위관리들이 지난해부터 조용히 국가정보 공개조례를 다듬기 시작했지만 당 최고위층이 여론장악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문화혁명 40주년 기념식에 대한 취재는 정작 금지시킨 게 현실이다.  


정부정보 접근권에 대한 과거의 조례는 시단위로서 구속력이 없었다. 2006년 초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시에 거주하는 런 궈셩은 시가지를 따라 미터화 시킨 주차공간 설치에 대해 시 도시계획국에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시민들도 이 주차공간이 교통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공무원과 미터계량회사 간의 부적절한 거래의혹을 제기했다. 런 궈셩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시 도시계획국이 관련 인허가 서류 공개를 거부하자 시의 정보공개 조례규정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의 청원소송은 결국 거부되었다. 법원은 그에게 만약 시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공무원의 태만을 조사하는 정부기관에 소청을 제기하라고 말했다.


중국의 정보개방성이라는 게 아직 이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의 뉴스매체들이 좀 더 힘을 받기 위해서는 입법부가 그들에게 더 많은 보호조항을 포함시켜줘야 한다. 언론이 계속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아직 요원할 수밖에 없다. 언론인들은 1990년대 이후 들어 비교적 활발해진 탐사보도가 후진타오 주석 통치하에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경제일보의 우무롼은 “환경이 궁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정보공개는 언론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하찮은 이슈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대 법대교수인 장 밍앤은 최근 한 사설에서 언론규제를 완화해 부패에 대한 독자적 감시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고위관리들에게 언론 보호법 입안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경제타임스의 장 지앤징 편집부국장도 법적인 보호조항이 시급하다고 동의했다. 그는 “중국 언론인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취재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언론법의 제정”이라면서 “그래야 현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조성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언론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언론정책에 관한 한 ‘여론의 지도’라는 당의 최상가치 추구에 반하는, 골치 아픈 주제를 건드리는 것이다. 이것은 당 선전부로부터 매일 쏟아지는 미심쩍은 공문성 자료들에 관한 정책 같은 것이 아니라 기자가 정부부처와 밀착된 관계속에서 선전담당자로 전락할 수 있는 중국의 언론문화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다. 중국 관리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기자는 일단 비우호적인 기사를 쓸 수 있다고 판단해 접촉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2006년 여름 자유보의 상해주재기자인 마청은 자신이 취재중인 주제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거부한 상하이시 도시계획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고 했다. 소수언론이 용감하게 정보공개 거부에 정면도전한 사례로 기록될 이 소청은 그러나 시 당국의 압력에 의해 곧바로 흐지부지되었다. 마 기자는 그후 직위해제되어 더 이상 기자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보공개를 국가조례로 입법화하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현상이며 역사적이기까지 하다. 이 조례가 관리들의 부패나 부적절성 등에 대한 임시방편적 합리화나 은폐수단으로 애용되던 ‘국가기밀’이라는 용어의 종식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정부정책의 진정한 목적이 대중을 기만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신뢰성을 갖추게 하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상하이의 마 기자 경우에서 보듯 현 상황은 언론인들로 하여금 정부가 햇빛정부 공약에 걸 맞는 처신을 하도록 도전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올해 내에 개정안이 가시화되면 정보의 국가통제 필요성을 굳게 믿고 있는 관리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이 국가조례의 실효성은 최고위층이 어느 정도까지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지킬 준비가 되어있을지에 달려 있으며 아마도 정부나 당의 개입 없이 고위층을 감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언론법 제정의 필요성 토의도 함께 이뤄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정보공개 입법화는 아직도 상존하는 내부의 많은 논쟁을 거쳐야 하는 어렵고도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편역 : 백민수(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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