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와이드]‘백 투 더 퓨처’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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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백 투 더 퓨처’가 필요한 시점
  • PD저널
  • 승인 2007.05.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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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뱅크스(David Banks) / 영국 저널리스트

 

20년 전, 당시 나의 고용주였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만찬 석상에서 나에게 잠시 일어나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참석한 뉴스 인터내셔널(News International)의 동료 수백 명에게 말했다. “뱅크스 기자는 우리 회사가 1,200만 파운드를 절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와핑 혁명(Wapping Revolution) 을 이룬 지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찬사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고, 그 찬사가 불러일으킨 박수갈채는 열렬했다. 우리는 라이노타이프에 의해 캑스턴 모노타이프(활판인쇄)가 사라진 이후 출판계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약진을 축하하고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 몇 개월간 은밀히 작업하면서 축적한 ‘컴퓨터를 이용한 저널리즘’에 관한 지식을 활용한 나의 역할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리스크관리시스템(KRM)으로 기술적인 전환이 매우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에게 특수 교육을 받은 10여 명의 간부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사원들은 최신 정보를 얻게 됨으로써 사주가 발행부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세운 막대한 자금 계획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신문에 혁명을 불러온 컴퓨터


3년 뒤, 지구의 반대편에서 루퍼트 머독은 똑같은 찬사를 보냈다. 이번에는 시드니에서 열린 회사 모임에 참석한 호주의 동료 기자들 앞에서 그랬다. 그의 말은 여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때 얼굴이 붉어진 것은 자부심 때문이 아니라 곤혹스러움 때문이었다. 나는 ‘수백만 파운드를 절약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언론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게다가 겸손은 꽤 오래 전부터 이기심을 버리고, 와핑 혁명을 가능하게 한 컴퓨터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나를 바꾸어놓았다.


나는 혼자 힘으로 경비 절감 혁명을 이루어내어 앞으로 기자가 될 세대에게 신문의 경제적 장래성을 보증해주는 이 놀라운 기계에 여전히 압도되어 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저널리즘도 신문도 전보다 좋아지지 않았다. 판매 부수는 떨어지고 있으며, 정보가 풍부하고 품위 있는 유료 신문들은 그렇지 않은 무료신문들에 밀리고 있다. 탐사보도는 대중지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예술분야 기사도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신문사에 컴퓨터가 등장한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


신문사들이 선택한 개선책에도 유사성이 있다. 경비 절감과 신문사의 생존을 위해 기자 인원수를 줄였다. 이미 자발적인 퇴직자들을 유도하고 있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회사 측이 그만두어줬으면 하는 사원은 나가지 않고 남아줬으면 하는 사원은 떠나는 ‘유쾌하지 못한 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 다음은 가디언(Guardian)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단지 생존하는 것조차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원 감소, 사원들의 과로, 박봉, 그로 인한 사원의 질 저하, 그리고 메트로(Metro)를 비롯한 런던의 무료신문들이 현재 이룬 것 이상을 성취하려는 대중지들의 야망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독자들의 불만과 가파른 구독률의 하락 곡선도 유사한 결과이다.


해결책은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 전략은 나의 아들과 안전면도기, 그의 가나 출신 여자친구가 관련된 사건에서 엿볼 수 있다. 며칠 전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지었음직한 표정을 지으며 귀가한 아들이 말했다. “아빠, 엘리너가 가나에서 돌아오면서 무슨 선물을 가져왔는지 상상조차 못할 거예요. 나의 면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거예요!”


면도할 때마다 얼굴에 수많은 상처를 내는 아들은 안전면도기를 꺼내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것 좀 봐요! 새 면도날을 집어넣고 싶을 때 손잡이 아랫부분을 비틀면 꼭대기가 튤립처럼 열려요. 질레트 마하3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나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멍청한 청년아. 이것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것이 아니야. 이 안전면도기는 50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네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썼던 구식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우발적인 말의 의미는 훌륭했다. 구식 방법에는 현대적인 개선이 없었다. 저널리즘도 면도기와 마찬가지다.

 

컴퓨터 스크린 밖으로 나가기


와핑 혁명 이후에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 우리의 작업 방식을 지시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예전에는 신문사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었던 기자들이 지금은 자기 자리에 앉아 컴퓨터 스크린을 응시하고 피처를 쓰는 사람들과 이메일로 시시덕댄다.


기사를 매만지는 데스크들은 더 이상 적대적인 대접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깔끔하게 타이핑된 기사를 지나치게 존중하고 있으며, 문장을 다듬는 대신 단지 길이를 자르고 있다. 요즈음은 고심해서 제목을 짜낼 필요가 없으며, 기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활자를 돌출시키고 활자체를 축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를 선정하고 다듬는 정리부장(copytaster)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 한때, 선(The Sun)의 ‘잭 패트(Jack Pat)’나 미러(Mirror)의 ‘마키(Marky)’ 같은 고정물은 권위를 놓고 경쟁했으며, 어떤 기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통로였다. 그들이 어떤 기사가 가치 있고, 더 자세히 다루어야 하거나 버려야 하는가를 결정했다. 이제 편집국 기자 전체가 정리부장의 일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뉴스 매체들은 표절, 도용, 끝없는 복제와 다름없는 첨단기술 용어를 ‘집합’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PR 업계를 위해서는 얼마나 신나는 꿈인가!
왜 기자들에게는 워드 프로세스와 저장 능력을 제공하는 키보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필요한 것인가? 왜 편집국 간부들은 신문사 밖의 소스에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신문판매를 증가시키는 것은 컴퓨터가 아니다. 기사의 중요도를 선정하는 것도 컴퓨터와 컴퓨터 기술로 꾸민 활자체가 아니다. “기자들이여, 컴퓨터 스크린을 떠나시오. 스크린 밖으로 나와 널리 읽히는 기사를 쓰시오. 그렇지 않으면, 불치병에 걸릴 것이오.”


<프레스 가제트 2007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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