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와이드]주요 신문 웹사이트도 이웃집 소식 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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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재벌 개닛(Gannett) 그룹의 신문들을 비롯한 미디어 회사들은 달아나는 독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전략으로 ‘지역맞춤식’ 웹사이트(hyperlocal Web site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지역 뉴스(local-local news)’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소지역 뉴스’를 중점 발굴해 보도함으로써 품위 있는 국제뉴스나 국내뉴스를 밀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들 신문의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지역맞춤식 뉴스를 접함으로써 신문에 대한 애착을 유지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아메리칸 저널리즘 리뷰(AJR) 2007년 4/5월호에 실린 도나 쇼(Donna Shaw)의 ‘지역적인, 정말로 지역적인(Really Local)’을 소개한다.

 

소소한 우리네  이웃 소식들이 1면이라고?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Mesa)에서는 한 고급주택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리무진 회사를 둘러싸고 몇몇 이웃들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오하이오주 레바논(Lebanon)에서는 한 예술인이 자신의 퀼트 제품들을 지역의 한 찻집에서 전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포도주를 시음하면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인디애나주의 노블스빌(Noblesville)에서는 아기 엄마가 된 리앤이 6개월 된 아들의 두개골 구조가 이상하다며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당신은 이런 얘기들이 1면 머리기사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요즘 저널리즘에서 가장 뜨거운 추세인 지역맞춤식 뉴스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얘기는 신문의 ‘이웃사람 섹션(Neighbors section)’에서나 들어본 것 같다고 느껴질 수 있다. 아마도 ‘소혹성에 사는 이웃들(Neighbors on asteroids)’처럼 멀게만 느낄지도 모른다.
혁신적인 지역맞춤식 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데이터베이스와 비디오 컴포넌트, 멀티플랫폼 도구와 접근가능성, 더 많은 독자들의 입력(제보)과 활발한 독자와의 상호작용 등이 필요하다. 아직은 지역맞춤식 뉴스에 관한 공식적인 개념 정의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통상 “지역맞춤식 뉴스 사이트(local-local 또는 micorsite 로도 알려져 있다)”를 지칭하며, 이것은 “어떤 지역 안에 있는 특정한 이웃이나 동일 우편번호 지역, 이익집단 등에 관한 기사나 사소한 얘기들”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런 사이트들은 처음에는 빠듯한 예산을 가진 창시자에 의해 무료노동으로 창설되고 유지되는 독립적 시발업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한동안 시간이 경과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이 같은 사이트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어떤 지역맞춤식 뉴스 사이트들은 지역 사업들-시민 전체를 위한 큰 간행물에 광고를 실을 형편이 되지 않는 가족 운영 식당이나 작은 세탁업소, 소규모 공예품 업소 등-에 염가로 광고지면을 제공해 약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역에 맞는 뉴스를


이런 새로운 현상은 대형 미디어 회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수입원 창출과 독자 유인의 기회를 엿보던 대형 미디어 회사들은 이에 자극받아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지역맞춤식 접근법(hyperlocal approach)’은 특정 공동체에 대한 총체적인 보도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언론인들이 강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동시에 엄숙한 언론사 제호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뉴스 사이트를 더욱 근시안적인 지역 뉴스로 채우고, 해외보도나 전국보도(national reporting)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역맞춤식 접근법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성과 숙려를 필요로 한다고 LA 타임스와 볼티모어 선의 편집국장을 역임한 존 캐럴(John Carroll)이 말했다. 캐럴 전 편집국장은 “이 방법이 탐구해 볼 만하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보도물의 품질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맞춤식 보도가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충분한 투자 없이 시도하다가는 신문도 망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캐럴 전 국장이 2000년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 LA 타임스는 지역 뉴스를 강조한 ‘우리의 시대(Our Times)’라는 삽입 지면을 인쇄했다. 캐럴은 “독자들은 LA 타임스가 대형의 정교한 대도시 신문이라고 인식했으나, 이 신문 안에는 조잡하게 편집된 이웃 소식 지면이 있어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웃 소식이 LA 타임스의 품위를 저하시킨다고 생각한 캐럴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신문이냐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워싱턴포스트 닷 뉴스위크 인터액티브(Washing-tonpost.Newsweek Interactive)의 품질개발 담당 부사장 자리에 2006년 10월 취임한 지역맞춤식 뉴스 전문가인 로브 컬리(Rob Curley)는 지역맞춤식 접근법의 찬성론자다. 컬리는 신문들이 이런 보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저널리즘 방식 뒤짚기


컬리의 지역맞춤식 뉴스팀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으나 그는 아직 이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컬리는 “기자들은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문을 최상의 신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만약 워싱턴에 살고 있다면 그것은 지역신문의 위치를 갖고 있을 뿐”이라면서 “따라서 지역 뉴스를 취재하는 일은 명예롭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맞춤식 보도의 추세가 자리를 잡는다면 그것은 전통적 저널리즘이 해 오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다수의 미디어 체인들은 온라인 지역 보도 사이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중 개닛 신문 체인은 가장 적극적으로 지역맞춤식 보도를 이행하고 있다. USA 투데이를 포함해 90개의 일간지를 보유한 미국 내 최대 신문그룹인 개닛은 2007년 5월 1일을 기해 ‘지역정보센터(Local Information Center)’를 출범한다. 이런 변화는 기자와 편집국간부들을 ‘하루 24시간, 주 7일’ 근무체제 및 멀티플랫폼 작업 체제로 재편성할 것이며, 독자들은 기자들에게 눈과 귀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닛의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 마이클 마네스는 “최근 사망한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 안나 니콜 스미스의 기사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역맞춤식 뉴스에 집중함으로써 별도의 중요 매체가 되려 한다”고 선언했다. 개닛의 새로운 접근법을 계기로 더 많은 지역맞춤식 뉴스 사이트가 생겨날 것이며, 이들 중 일부는 지역을 기준으로, 또 다른 일부는 이익집단을 기준으로 조직될 것이다. 지역공동체는 자신의 웹페이지를 가질 것이며, 어린이를 둔 엄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덧붙이면 앞에 등장했던 젊은 엄마 리앤은 인디애나 스타의 인디맘스닷컴에서 자녀의 이상한 두개골 형태가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역 공동체의 감시견 역할을 담당하다


2006년 12월 월 스트리트 분석가들을 상대로 한 발표에서 개닛의 신문담당 사장인 수 클라크-존슨(Sue Clark-Johnson)은 “지역맞춤식 보도의 전략은 같은 해(2006년) 봄에 개발됐으며 12개 신문에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웹 접속이 ‘기본 집단’의 2배 이상에 도달하는 등 성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이를 근거로 USA 투데이와 방송 등 개닛의 다른 부문들도 지역맞춤식 접근법을 수용하려 계획 중”이라면서 “이것은 자원의 추가 투자 없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네스 부사장은 “정보센터가 언론인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 많이 대중과 접촉하도록 요구하지만, 이런 관계를 독자가 뉴스를 수집하고 보도하는 ‘시민 저널리즘(citizen journalism)’과 혼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네스는 “우리는 네트워크 저널리즘이나 시민 저널리즘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서 “따라서 독자들이 주는 단서를 근거로 기사를 만들 수 있는 전문적 언론인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도 지역맞춤식 접근법은 애리조나주의 분쟁중인 이웃들에 관한 기사에서 본 바와 같이 더 많은 독자 제공 사진, 비디오 제보, 다양한 독자 견해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소재 뉴스 프레스(News-Press) 신문의 경우처럼 ‘실질적인 저널리즘(substantive journalism)’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다.


이 신문은 독자들에게 왜 지역의 가택 소유주들이 상하수도 연결에 대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토론장을 마련했다. “불과 세 시간 만에 내부 고발자가 나타났다”고 마네스 부사장은 말했다. “수많은 제보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명의 탐사 기자를 이 문제에 투입했습니다.” 뉴스 프레스에는 110건의 기사가 쏟아졌고, 상하수도 요금이 30%인하됐으며, 한 지역 공무원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마네스는 “이 모든 것이 지역 공동체에 의해 가능해졌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포트 마이어스 신문을 공동체 감시견(community watchdog)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와 잡담’의 조화 아닌 조화?


메릴랜드 주립대 소속 필립 메릴 저널리즘 스쿨의 인터렉티브 저널리즘 연구소의 저널리즘 실험실(J-Lab) 소장 잰 섀퍼 교수도 매우 우호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섀퍼는 “개닛은 매우 창의적인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비전을 발표할 수 있었고, 그 비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섀퍼 소장은 ‘뉴스와 잡담(news and schmooze)’을 섞는 지역맞춤식 사이트들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미디어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저널리즘 실험실의 이 연구는 31건의 심층 인터뷰와 191명의 독자, 기고자, 사이트 운영자 등에서 얻어낸 반응을 모은 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섀퍼에 의하면, 다수의 지역맞춤식 사이트들은 시민들이 지역 신문으로부터 적절한 보도를 접하지 못한다고 느낀 공동체에서 출현했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마을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긴 했으나, 신문들이 비용을 절감하는 바람에 지역 뉴스가 보도되지 않아 불만이 쌓였기 때문에 지역맞춤식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섀퍼 교수는 언론인들이 그들의 임무를 다시 생각하고, 나아가 다양한 수용자들을 위해 어떤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섀퍼는 “바깥의 성공적인 시민 사이트들은 공동체를 위한 진심어린 걱정과 열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이런 방법에 편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지역맞춤식 시민 사이트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섀퍼는 “미디어 회사들은 이런 사이트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어 공동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맛있는 피자집은 어디?


지역맞춤식 네트워크인 백펜스닷컴(backfence. com)의 공동 창시자인 마크 포츠는 이런 생각에 적극 찬동했다. 원래 워싱턴 포스트 기자였던 포츠는 자신의 사이트에 전문적인 기자들이 글을 쓰게 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워싱턴의 교외에 7개의 사이트, 시카고 교외와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각각 3개의 사이트를 운영한다. 그의 사이트들 중에서 예를 들어 보면, 메릴랜드주 베데스타의 사이트에서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서로 이름만을 부르는 가족적 분위기를 묘사한 글이 있고, 일리노이주의 스코키의 사이트에서는 교육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백펜스닷컴은 2004년 시작됐고, 2005년 첫 사이트를 출범시켰다.


포츠는 몇 개의 미디어 회사들과 적극적인 파트너십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 미디어 회사들은 이런 계약을 하려고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반년간 그들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고 그는 말했다. 포츠는 마네스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역적 뉴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지역맞춤식 사이트들의 밝은 미래를 본다.


포츠는 “이란, 이라크,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관한 기사는 아무데서나 찾을 수 있지만 지역 야구팀이 어떤 팀인지 말해주는 정보나 지역 중 어디에 좋은 피자 레스토랑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역 신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반경 5마일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에겐 전혀 아무런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기사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것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성’은 ‘특이성’으로 연결돼야


캐럴 전 편집국장은 대형 미디어 회사들이 지역맞춤식 접근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지역(local-local)’이 ‘특이-특이(unique-unique)’로 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스스로의 장점에 맞춰 운영하라는 얘기이며, 당신의 간행물이 가장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뉴스가치가 높은 내용만을 공급하라는 의미다.


캐럴은 “모든 지역에는 지역 신문이 잘 할 수 있는 특이한 기사가 있다”고 단언했다. 캐럴은 워싱턴 포스트가 지역맞춤식 뉴스의 도입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기쁘다고 말했다. 왜냐 하면 그것은 황야로부터 탈출하는 길을 알려줄 수 있으며,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어디에 길이 있는지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스트가 개닛 체인의 선례를 따라 워싱턴의 모든 지역을 취재하고 원래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럴은 “개닛의 선례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지역맞춤식 보도를 하는 데에는 인력이 필요할 것인데, 개닛의 회사 운영 특성을 보면 이 회사가 추가 인력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럴은 “그들은 다른 곳에서 인력을 빼내 지역 뉴스 취재에 투입할 것이며, 따라서 그들은 이웃을 취재하겠지만 그대신 큰 그림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개닛 체인의 마네스 부사장은 이에 대해 “중소 규모의 신문들로 구성된 개닛 체인이 지역 뉴스에 강조점을 둔다고 해서 해외뉴스나 전국뉴스에 큰 피해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론했다. 왜냐하면 체인 내 대부분의 신문들이 소규모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먼 지역에 지국을 운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자사 기자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국가 뉴스를 취재하면 이것을 지역뉴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산세에 관련된 주정부 기사가 있으면 이 기사를 여러 소지역에 맞춰 기사를 재작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네스는 “원래의 기사를 2중, 3중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추가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편역 : 설원태(경향신문 편집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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