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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음악계에 꼭 필요한 3가지
한용길-CBS제작부 차장

|contsmark0|한 pd의 노래 마당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게 벌써 반년이나 된다. 방송계의 기라성같은 대선배와 훌륭한 동료 음악 pd들께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되는데 우리 대중음악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공유하면서 보다 발전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고의 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 이 칼럼의 기획의도였다. 대중음악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제작하면서 애정 어린 관점으로 우리의 음악환경을 유심히 살펴보면, 여러분께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첫째, 우리의 대중음악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음반시장은 10대에게 점령당해 30, 40대의 가수가 음반 한 장 제작하기 힘들고 음악의 장르도 지나치게 어느 한쪽으로 경도되어 있는 것이 우리 가요계의 현실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록(rock), 포크(fork), 블루스(blues), 재즈(jazz), 댄스(dance) 등의 음악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유독 우리의 음악계만 그렇지 못하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음반시장에서 10위권 안에 들어있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살펴보면 그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음악의 장르는 지극히 편협하며 그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이런 현상은 특히 가수가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짧게 단축시키며 어느 한 장르의 명인을 배출하는 것을 극히 힘들게 만들어 세계 무대에 나가 견줄만한 뮤지션을 키워 내는 일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tv 음악프로그램에도 그대로 투영되는데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tv를 켜놓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보면 똑같은 가수, 그것도 대부분 아이돌 스타가, 채널을 점령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이 본다면 ‘한국에 가수는 저 사람들밖에 없나?’하고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그나마 음악적으로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은 모두 심야 시간대로 쫓겨나 있다. 라디오 음악 pd로서 느끼는 답답한 부분 중 하나이다.둘째로 방송 매체를 제외하고는 음악을 감상할 만한 공간이 매우 부족하며 그 공간도 점점 축소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대표적 콘서트 무대로 라이브 가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라이브 극장 2관이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라이브 극장하면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공연장으로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문을 닫을 정도면 그 만도 못한 많은 공연장의 어려운 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클럽 무대다. 클럽 무대야말로 뮤지션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기의 연주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곳이며 많은 음악적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도 관계 법령 때문에 불법으로 묶여있는 현실이 안타깝다.셋째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만이 싱글(single) 음반 시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인디 레이블을 중심으로 몇 개의 싱글 cd가 발매되었는데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싱글은 문자 그대로 한 두 곡이 담겨 있는 음반을 의미하는데 저자본으로 음반을 제작해서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음악적 창작력이 뛰어나나 10곡 이상 담겨 있는 앨범을 발표하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하는 제작자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싱글 cd인데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전에 일부 가요계 스타들을 중심으로 시도된 적이 있기는 하나 진정한 의미에서 싱글 cd는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시도하는 음악인들에게서 시도된 적은 없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침체와 구태의 늪에 빠진 국내 음반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대안이 싱글 cd라는 생각을 해본다.
|contsmark1|우리의 대중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위의 3가지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그것도 잠시 반짝거리다 사라지는 뜨내기 스타가 아닌 어느 한 분야의 음악을 수십년간 연주해온 장인 뮤지션들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보이고, 방송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1년 내내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고 저자본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꾸준히 발표할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이 형성된다면 우리의 대중음악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날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contsmark2|※ 이번 호를 끝으로 ‘한 pd의 노래마당’을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한용길 pd와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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