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BS, 돌파구 찾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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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SBS, 돌파구 찾기 ‘안간힘’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7.05.1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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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프로그램 시청률 하락, 전년대비 1/4분기 실적 감소, 연이은 악재 발생 등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SBS내에서는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위기의 빨간불은 켜졌다


SBS 위기가 가장 먼저 보이는 대목은 시청률 하락세다. 드라마의 경우 김수현 극본의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제외하고는 금요드라마 〈연인이여〉 10% 미만의 시청률을, 〈마녀유희〉는 약 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200억 원이 투입된 〈연개소문〉은 몇 주 사이에 시청률이 약 25%에서 17%까지 떨어졌다.(TNS미디어 수도권 기준).


톱스타를 내세운 〈사랑에 미치다〉(이미연 주연)도 평균 한 자릿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종영했고, 현재〈푸른 물고기〉(고소영 주연) 도 한 자릿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 톱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도 SBS 시청률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푸른 물고기〉의 주연배우 고소영(사진 왼쪽)과 박정철.ⓒ SBS


주말 황금시간대(오후 6시~8시)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12%,〈작렬! 정신통일〉10.1%, 〈웃음을 찾는 사람들〉8.7%,  〈일요일이 좋다〉‘하자GO’ 6.1% 등으로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들은 10% 내외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12~13일, TNS미디어 수도권 기준)


이처럼 현재 SBS는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 최근 4주간 주간시청률(TNS미디어, ‘드라마, 비드라마, 예능’ 포함)에서도 20위권 안에 드는 SBS 프로그램은  월화드라마 〈내남자의 여자〉,  대하사극 〈연개소문〉, 〈긴급출동 SOS24〉 등 3개밖에 없다.


시청률 하락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실적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SBS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1분기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6.8%, 당기순이익은 8.4%가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약 28억 15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광고이익은 2007년 1~4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억 원 줄어든 1543억 원을 기록했다.


이동희 SBS 광고영업팀 차장은 “경기가 불황이기도 하지만 시청률 하락 등 프로그램 경쟁력이 약화가 되면서 광고주들로부터 광고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며 “SBS는 재원의 90% 가까이를 광고수익으로 마련해야 하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획력 부재, 킬러 콘텐츠가 없다


SBS 내부에서는 시청률 하락 등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는 의견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콘텐츠가 부재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5일 단행한 개편에서는 〈달려라 고등어〉, 〈퀴즈 육감대결〉 등이 새롭게 시작했고 4월에는 주말 버라이어티쇼 〈일요일이 좋다〉- ‘하자GO’, 〈작렬! 정신통일〉  등이 개편됐다.


하지만 개편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표절논란 등에 휩싸였다. 특히 주말 버라이어티쇼 〈작렬! 정신통일〉은 “정식으로 일본 프로그램의 판권을 사왔다”고 제작진이 밝히면서 표절 논란이 일단락됐고 〈일요일이 좋다〉- ‘하자GO’ 는 일본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의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하자GO’ 녹화테이프를 일본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 쪽에 보내기도 했다.

 

 

▲  지난 4월 개편된〈일요일이 좋다〉- ‘하자GO’의 한 장면. ⓒ SBS


2002년 첫 방송을 시작한 〈솔로몬의 선택〉또한 뒤늦게 NTV 프로그램과의 표절논란으로 한 때 홍역을 치렀다. 문제는 〈솔로몬의 선택〉이 NTV 프로그램의 포맷 사용에 대한 계약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SBS가 파일럿 주간까지 신설하며 준비했던 〈스타도네이션 별사탕〉, 〈전력질주 기록의 전당〉, 〈U특종-100인의 전설〉은 소재 부족과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정규 편성되지 못했다. 교양 프로그램 또한 정규 개편을 아직 못했다. 6월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SBS 자체제작의 부재로 높아진 외주제작에 대한 의존도는 ‘외주제작사와의 마찰’이라는 부작용으로 표출되고 있다. 5일 방송하기로 한 〈달려라 고등어〉는 외주제작사가 수익창출을 위해 저작권 등을 요구하면서 계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방송이 한 주 미뤄져 12일 첫 방송됐다.


심야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음악공간〉(화, 밤 12시 35분)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직접 제작비 100%를 협찬해 제작하던 〈음악공간〉은 협찬사를 찾지 못해 4월 24일 방송부터 4주째 불방되고 있다. SBS는 방송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논의중인 협찬사와 계약하는대로 〈음악공간〉 방송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SBS 예능국의 한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라고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어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다음에도 시청률이 낮으면 바로 프로그램이 폐지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획을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자체 제작력 부재는 드라마에서 더 심각하다. 올해 종영됐거나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 중 아침 드라마 2편을 내부 제작한 외에는 모두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SBS는 자체제작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더욱이 최근 외주제작사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은 이효리 뮤직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과 〈연인〉은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4월 단행한 SBS 드라마 총괄 CP 전격 교체는 잇따른 드라마 시청률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SBS 드라마국의 한 PD는 “상업성을 쫓으면서 협찬을 받을 수 있고 시청률을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외주제작사 기획안의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드라마국 내에서도 상업성을 떠난 새로운 내용과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체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 책임 프로듀서’ 등 자구책 모색 분주


SBS는 내부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월에는 제작본부 내에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는 ‘기획 책임 프로듀서’ 라는 정규 부서가 신설해 10명 정도의 교양·예능 PD들이 기획만을 전담할 수 있도록 했다.


4월 27일에는 드라마 TF(Task Force)팀도 꾸려졌다. 매주 열리던 별도의 드라마 편성회의와는 다르게 제작본부장을 의장으로 인사, 편성기획, 편성, SBSi, SBS프로덕션의 차장급 인사 12~13명이 모여 회의를 갖고 드라마 해외판매 수익배분, 콘텐츠 활용 등 저작권 관련 사항을 비롯해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유세경 SBS 시청자 위원(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은 ‘기획력과 자체제작의 부재’는 SBS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연예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출연자들이 거의 중복돼 있고 스타급 출연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시청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짧은 기간 내 기획이 이뤄져 프로그램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유 위원은 “프로그램의 기획은 수준 높은 방송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전반의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보완되어야 한다”며 “SBS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에서 새로운 유형이나 편성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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