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태풍의 향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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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희섭(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공동대책위 위원장) 

 

 

미국발 재협상 태풍이 한미 FTA를 어떻게 강타할지 사뭇 흥미롭다. 사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협상 타결 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마지막 협상이 열리기 전부터 미국 정가에서는 지난 해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 중심의 새로운 통상정책을 FTA 협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가 감지되었다.

 

 FTA 협상 비준의 관문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과 무역소위 위원장은 미국 통상법이 정한 협상 시한의 연장까지 언급하면서 한미 FTA에 새롭게 반영해야 할 사안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주로 자동차 분야에 집중된 이 지침은 제조업 분야의 한국 제도를 ‘철의 장벽’이라 부르며, 이제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으므로 더 이상 행정부에 자기당의 정책을 반영해 달라고 구걸하지 않겠다는 노골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양국 사이에 최적의 균형을 달성했다는 한껏 치장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11개 국책연구원의 영향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주당은 여전히 협상 내용에 대해 불만인 모양이다. 노동과 환경뿐만 아니라, 투자,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항만안전, 노동자 훈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새로운 통상 정책을 FTA 협정문에 반영하라는 요구에 더해, 한국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업, 농업, 서비스 시장과 관련된 제도적 장벽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추가되었다. 미국무역대표부가 ‘전례가 없는 성과’라고 자랑하는 신속분쟁해결절차까지 따낸 자동차 분야의 협상 결과마저도 여전히 민주당의 최대 공격 지점이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들의 태도를 보노라면 흥미 수준을 넘어 아슬아슬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민주당과 부시 행정부가 새통상정책에 합의한 다음날 한국 외교부를 방문한 버시바우 미대사에게 김현종 본부장은 재협상 불가를 통보했고, 청와대까지 나서 재협상은 없다고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한미 FTA 협정문을 장식장에 걸어두고 기념품으로만 삼을 요량이 아니라면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받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정부가 이렇게 강하게 재협상 불가를 외치는 것은 미국 의회 비준과 한미 FTA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개 사안으로 보기 때문일까?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협상 타결의 척추’를 부러뜨리는 상식 밖의 요구이고 한미 FTA를 허망하게 무산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당당한 태도를 요구하는 조선일보의 사설은 또 뭔가?

 

미국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와 맞바꾼 민주당의 새통상정책이 발표된 지난 주말부터 성급하게 튀어나온 한국 정부와 보수언론의 태도는 한미 FTA를 찬양해오던 자들이 처한 진퇴양난의 곤란한 상황에 대한 하소연으로 들린다. 가련하게도 이러한 곤란한 상황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미국 통상법이 정한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물 건너가는 줄 알고 미국에 끌려 다니기에만 바빴지 정작 FTA를 둘러싼 미국 내의 정치역학에는 무지했던 것이다. 졸속 협상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것이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서 혼동하지 말고 바로 볼 것이 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새통상정책에 노동과 환경 분야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환경 보전을 위한 조치 등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환경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기업이 자국내 노동, 환경 관련 조항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FTA 상대국의 기업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는 역차별 또는 비관세 장벽에 지나지 않는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보다 더 강화된 형태의 자유무역주의에 보호무역주의 색체가 더 가미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한미 FTA의 전면무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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