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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뮤지컬을 연출한다. 영화나 하지 뭐한다고 뮤지컬까지 한다고 하냐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드라마를 못하게 되니까 연출욕심에 손을 대고 뛰어드는 것이 공연예술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뮤지컬을 알고 싶고,나의 영화 주인공을 나의 뮤지컬에 참여시키는 구성을 하려 한다.


솔직히 영화원고가 거의 완고 수준에 이른 상태에서,정신과 노력이 분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시쿤둥한 마음도 있었다. 또 기획자가 시혜 차원에서 일을 추진하는(내가 일을 못하고 있으니 일거리를 만들어 주면 뭔가 드라마를 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것도 영 마뜩찮았다.(사랑은 그냥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줄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캐스팅이 되어가는걸 보면서 강한 도전의식이 들었다. 처음에는 최수종씨 부터 시작되었는데 해신때문에 못했고, 이제는 대조영때문에 그렇고, 그후로 가수그룹인 신화의 김동완, FLY TO THE SKY의 환희, 브라이언까지 갔다가 랩퍼인 은지원 까지도 갔었지. 하지만 모두가 개런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고,일정들이 안맞아 무산되었다. 그래서 오디션으로 뽑은 순수 신인들로만 하게 되었다. 사실 드라마 같으면 말이 안된다, 주연 배우없이 진행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왜 이런 캐스팅을 보면서 오히려 더 강한 도전의식이 들었을까? 바로 이제는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할 때다라는 확신이 와서다.


나는 ‘감동이 재미다’라는 말을 신봉한다. 코믹한게 재미가 아니다. 감동을 줄때 그것이 참재미가 되고 보는 사람을 유인한다. 이제 배우 덕 볼 생각은 못하게 되었으니,내용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뮤지컬이니까 이 내용에 춤, 음악이 보태져 완성도를 높이게 되리라. 나는 우리 뮤지컬(제목을 ‘위드 러브’라고 지었다)의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든다.사랑하는 순간, 기적이 시작되었다. 내용은 또 다시 장애를 다룬다.(또 장애인? 되게 티내고 있네. 이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셔요. “고통받는 영혼에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내가 앞으로 나갈 방향으로 잡은 주제어입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남자가 있다. 그와 사랑하는 여자는 이미 뮤지컬계의 디바가 되어 있어 그 의 열망은 더욱 크다. 그가 마침내 뮤지컬의 스타가 된다. 그러나, 그 정점에서 바로 추락하게 된다. 애인을 구하려다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것.


그 좌절이 얼마나 심했겠는가,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좌절.
이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 뮤지컬을 준비하며 친구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감동이 재미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시험해보려 한다. 감동을 만들어내서 정면 승부해보려 한다. “사랑하는 순간 기적이 시작되었다.” 6월 5일부터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한다. 극 올릴때 정식으로 초대안할테니, 여러분이 표 끊어서 오시오. 가능하면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예매율을 올려 주시오.기도해 주셔요. 하나님의 힘으로 나는 이 뮤지컬을 성공시킬 것이다. 그 확신이 강하게 옵니다. 와서 나의 화려한 연출력을 보아주시오. 감동을 선물로 드리리다

 

김영진 KBS 드라마 1팀 PD


1987년 KBS에 입사해  <사랑하세요> <야망의 전설> <아름다운 비밀> 등을 연출했다. 그는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 4개월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은 그는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영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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