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빛]‘완벽한 세상’의 모순을 알게 해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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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적성보다 대학 입학 학생 수만큼 얹어지는 ‘프리미엄’에 더 관심을 보이는 선생님들, ‘sky’ 아니면 죄다 낙오자라고 이상한 ‘도그마’를 부르짖던 이사장, ‘대화’가 아닌 반복되는 ‘대사’로 점철된 참을 수 없는 일상의 가벼움에 숨 막히는 담장 안 학교. 내가 보는, 또는 내게 보여 지는 눈앞의 세상은 온통 ‘모순’으로 가득한데 ‘완벽한 세상’이라니…


현실에선 맛볼 수 없는 ‘완벽한 세상’을 영화 속에서나마 느끼고 싶어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준 지독하리만치 삭막한 ‘완벽한 세상에 대한 묘사’는 내 뒤틀린 가슴을 때리고 또 때렸다.


‘범죄자’와 ‘인질’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된 이들. 범죄자 버치(케빈 코스트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인질 필립은 ‘교회보다는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을 서로에게 토해내며 이해하며 소통해간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의 관계를, 그들의 교감을 곧이곧대로 봐줄리 없다. ‘이해’가 아닌 ‘오해’로, ‘소통’이 아닌 ‘단절’로 서로에게 쌓여진 벽들. 그 견고한 벽을 깨려면 깰수록 그 파편이 흉기가 되어 돌아왔던 세상. 바로 영화 속 세상 이었던 동시에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세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는 소리 소문 없이 간판을 내렸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까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버치가 퀭한 눈으로 읊조리던 대사와 함께. “미래로 빨리 가고 싶으면 액셀레이터를 강하게 밟고 앞으로 가는 거야, 현재는 이렇게 서는 거고, 과거는 지나온 길이야”

 

퍼펙트월드(A Perfect World, 1993년 작,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호와의 증인’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8살 소년 필립은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그 무렵, 버치 하인즈(케빈 코스트너)는 감옥을 탈출한다. 버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 과거는 그를 청소년기에 이미 범죄자로 만들었다. 부정에 메말랐던 이 둘은 탈옥수와 인질이라는 세상의 편견을 뒤로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친구요, 아버지와 아들이 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서병석 C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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