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방법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PD들이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의 틀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PD연합회가 16일 개최한 ‘한 발 앞서 세상을 읽는 눈’(한세눈) 강연회에서 ‘한국인의 소비행태와 디지털 문화 트렌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PD들에게 이 같이 조언했다. 또한 황 교수는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디지털 시대의 트렌드로 꼽았다.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100여 명의 PD들이 참석, ‘한세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16일 열린 한세눈 강연회에 참석한 PD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나의 틀로 분석하라
황 교수는 “트렌드는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소재로 하는 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 케이블 TV, 디지털 시대, UCC 등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가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정리했다.
▲ 비트겐슈타인-곰브리치의 애매도형 |
황 교수는 ‘토끼처럼 보면서 오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오른쪽 그림), ‘먹물이 뿌려진 그림에서 다양한 사물을 연상할 수 있다는 것’, ‘동일한 크기의 사물을 공간 배치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그림’, ‘뫼비우스의 띠처럼 공간감이 뒤틀린 그림’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동일한 사항을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충분히 통하는 것이 세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교수는 “‘성공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도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황 교수는 “몇 년 전 사이버 가수 아담은 실패했지만 인터넷의 ‘아바타’는 성공했다. 또한 핸드폰에 신용카드를 접목한 ‘모네타’라는 서비스는 실패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심리와 신용카드를 쓰는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소비행태와 디지털 문화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한 황상민 교수.
‘재미’와 ‘새로운 경험’ 추구하는 것이 트렌드
“카트라이더라는 경주 게임에서는 남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경주할 때 진로를 방해하며 툭툭 막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한다. 새로운 경험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트렌드에 대해 황 교수는 이처럼 ‘재미’와 ‘새로운 경험’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이어 황 교수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행동 코드를 ‘청소년 문화’와 ‘사이버 공간에서 발견된 문화’를 통해 설명했다. 황 교수는 “ ‘코스프레 마니아’, ‘시체 놀이하는 아이들 옆에서 별 관심없이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행동 패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사이버 공간에서도 온라인 게임 세상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불특정 다수와 지식이나 취미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 신인류’와 ‘오타쿠’
황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로 ‘사이버 신인류’ 와 ‘오타쿠’를 지목했다.
황 교수는 “사이버 신인류는 ▲ 새로움에 대해 두려움이 없으며 ▲ 새로운 것이 오히려 매력이 되며 ▲ 재미있으면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며 ▲ 일과 놀이가 구분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타쿠는 ▲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몰입한 인간 ▲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사람 ▲ 인기도 없고 사교적이지도 않으며 한 분야에 푹 빠져 사는 외골수 ▲ 마음먹은 것에 대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말했다. 오타쿠(おたく)는 어떤 분야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황 교수는 “ ‘오타쿠’와 ‘사이버 신인류’가 기존세대와는 다른 ‘새로움’이라는 개념을 해석하는 근거를 제시한다”며 “ ‘에디슨’은 ‘오타쿠’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 미친 듯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오타쿠의 행동패턴이 전혀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며 콘텐츠 기획자인 PD에게도 ‘오타쿠’의 행동패턴이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면서 “잘 아는 소재를 낯설게 보고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고 인간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